나는 그 작은 호텔방에서 남편과 팔라조로 이사 가는 날만을 기다렸다.
팔라조에 입성하는 날까지 마땅히 머물 곳이 없었던 우리 부부는 LA 다운타운에 위치한 호텔로 옮겼다. 사실 남편의 경우, 밥도 우리가 해 먹을 수 있고 갑갑한 느낌이 별로 없는 에어비앤비에서 더 머무르길 바랬다. 하지만, 나는 새벽마다 들려오는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우리의 방의 가냘픈 외벽 때문에 무서워서 더 이상 에어비앤비에 머물 수 없었다.
그래서, 다운타운 쉐라톤 호텔에서 팔라조로 이사하는 날까지 머물렀다. 호텔을 예약할 당시에는 호텔에서 머물면 적어도 안전함이 보장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LA 다운타운에 들어서자마자 내 안전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요하고 깔끔한 느낌의 패서디나에서 머물다가 방문한 LA 다운타운은 충격 그 자체였다. 찌린내는 기본이고, 홈리스들이 없는 도로가 없을 정도로 굉장히 많은 구역을 차지하고 있었다. 물론 패서디나에도 공원 주위에는 홈리스들이 존재하였다. 그리고, 내가 집을 구한 한콕파크에도 홈리스들은 항상 있었다. 그러나 LA 다운타운의 홈리스들은 그 성향이 달랐다.
파사데나와 한콕파크의 홈리스들은 사람들의 주거지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얌전한 편이었다. 종종 돈을 달라고 오는 홈리스들도 존재하였지만, 우리가 먼저 그 사람들을 건들지 않는 이상, 그 사람들 역시도 우리를 건들지 않았다.
LA 다운타운의 홈리스들은 좀 더 자신감이 있었고, 굉장히 시끄러웠으며 강한 성향이었다. 우리 호텔 바로 맞은편 도로에 자리 잡으신 홈리스분은 저녁마다 소리를 지르는 습관이 있으신지 소리를 “악~악”하면서 질러대셨고, 점심을 먹으러 갔던 식당 근처에 자리 잡으신 홈리스 분은 2미터가 넘는 키를 바르게 세우시고 큰 소리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욕을 시원하게 하고 계셨다.
LA 다운타운은 정말 어떻게 보면 볼거리가 많은 것 같기도 하면서 빨리 떠나고 싶은 곳이었다. 홈리스들은 저녁만 되면 자기네끼리 싸우거나, 누구랑 싸우거나, 아니면 공기에 있는 어떤 물질과 싸우는 것인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싸우고, 결국 경찰이 오는 일이 반복되었다.
다운타운에도 리틀도쿄, 그랜드 센트럴 마켓 등 가볼 곳들은 많이 있었지만, 일반적인 관광지여서 그런지 크게 감흥이 없었다. 다운타운의 분위기 자체가 싫었던 나는 그 작은 호텔방에서 남편과 팔라조로 이사를 가는 날만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