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구조를 향한 첫걸음
첫 패션쇼와 온라인 쇼핑몰 세팅을 마친 우리는,
붕 뜬 기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물건이 하나 팔릴 때마다 신기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생활을 유지할 수 없었다.
패션쇼 역시 그 순간뿐이었고,
관심은 금세 사라졌다.
남은 건 유튜브에 올라간 영상과 추억뿐이었다.
다만 달라진 점이 하나 있었다.
매일의 업무 루틴이 생긴 것이다.
제품이 한 벌 팔리면, 한창 다투다가도
우리는 편의점 택배를 향해 뛰어갔다.
비가 와도, 퇴근 시간이여도,
팔린 옷을 포장해 택배 마감 시간에 맞춰 보냈다.
나는 재고가 쌓인 앵글에서
주문 물건을 꺼내 옷의 실밥을 따고,
오빠는 다림질 후 비닐 포장과 사은품을 넣었다.
송장을 입력하고, 택배를 접수하는 순간까지.
우리는 손발을 맞추며 움직였다.
편의점에 쌓인 각 쇼핑몰 박스들을 보며
위안을 얻기도, 경쟁심을 느끼기도 했다.
제품이 많이 팔리지 않았지만,
우리가 디자인한 제품을 매일 판매한다는 사실은
과거의 뜨내기 돈벌이나, 중국에서의 아픔,
대출의 무게를 떠올리게 하며..
작은 안도의 한숨을 쉬게 했다.
우리는 매일이 관찰과 배움의 연속이었다.
비슷한 상황의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꾸준히 관찰했고,
어떤 제품이 올라오는지, 어떻게 마케팅하는지 따라 해봤다.
너무 잘나가는 브랜드는 자본과 인력이 달라
참조만 했을 뿐, 그대로 모방하긴 무리였다.
“모르니까,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자.”
우리는 입점된 플랫폼이 하는 마케팅은 계속 참여했고,
또 다른 쇼핑몰 플랫폼에도 입점했다.
하지만 입점이 곧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플랫폼마다 관리해야 할 일이 늘고,
브랜드와의 적합성 여부도 중요했다.
그리고 우리의 인력과 자금은 한정되어 있었다.
그렇게 한 시즌이 지나기 전,
우리는 또 옷을 만들고,
돌아오는 계절의 룩북을 촬영했다.
하지만 판매는 늘 늦었다.
한창 더울 때 여름 의류를 촬영하고,
신상을 올리면 이미 세일 기간..
촬영, 편집, 상세페이지 제작, 상품 업로드까지.
모두 직접 하다 보니 일정은 늘 뒤처졌다.
재고는 쌓이는데 관리가 서툴러 물건을 못 찾거나,
주문 취소와 클레임도 잦았다.
사무실에 걸려온, 고객의 전화는 대부분 전투 태세였다.
반가운 연락은 없었다. 친절한 목소리는 홍보 스팸뿐이었다.
아직 쇼핑몰만으로는 월급이 나오지 않았기에,
우리는 간간히 패션 교육과 프로모션 업무를 이어갔다.
사무실은 점점 좁아졌고, 다툼도 잦아졌다.
작은 시스템이 만들어지다
1년쯤 꾸준히 운영하자, 드디어 생활비 정도는 충당할 수 있었다.
매일 주문을 확인하고, 택배 마감 시간에 맞춰 보내야 한다는
트리거 덕분에 우리는 작은 시스템을 만들었다.
출퇴근 시간이 생겼고, 때로는 지각비까지 걷었다.
다툼으로 퇴근이 늦어지기도 했지만, 우리는 루틴 속에서 일했다.
수입은 여전히 불규칙했지만,
방향성과 업무 루틴이란 것이 생겼다.
그러나 어려움은 늘 새로 찾아왔다.
이제 좀 적응할 만하면, 쇼핑몰 플랫폼 환경이 바뀌었고,
새로운 마케팅 방식이 등장했다.
우리는 늘 따라잡아야 했다.
그게 곧, 브랜드 생존을 위한 우리의 시스템이었다.
“시스템은 서로 다른 요소가 얽혀,
하나의 목적을 지속적으로 이루게 하는 구조다.”
우리의 시스템은 거창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었다.
그저 매일 주문을 확인하고, 포장해 택배로 보내는 루틴이었다.
그안에서 역할이 나뉘었고, 생활의 리듬이 생겼으며,
작은 규칙과 문화가 만들어졌다.
완성된 구조는 아니었지만,
우리를 버티게 한 생존의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시스템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만들어 가야 하는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