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 운영기, 동업에 대한 생각
생계를 위해 시작된 동업이었지만,
우리는 제법 괜찮은 파트너였다.
서로의 강점이 달랐기 때문에
각자의 역할도 있었다.
평소엔 좋은 팀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평화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소한 일에서부터, 매출이 안 좋을 때, 일이 잘 안 풀릴 때..
주기적으로 폭발 스위치가 눌러졌다.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 있는 동료가
나에게 던지는 평가들은 늘 비수처럼 꽂혔다.
무너지는 자존심보다 더 괴로웠던 건,
그리고 그걸 인정하는 나 자신이었다.
“나는 왜 이렇게 멍청하고,
왜 이렇게 이성적이지 못할까.”
어느 순간부터 나는 빛보다
그늘이 익숙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것이 지독한 자격지심인지,
단순한 성향 차이인지, 업무에 지친 탓인지..
당시에는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우리는 지독하게 다투고, 허무하게 화해했다.
그리고 다시 다짐했다.
"다시는 당신과 일하지 않겠다"
다짐은 어느덧 아침 인사처럼
익숙한 일상의 대사가 되어버렸다.
경계 없는 책임, 이름뿐인 동업자
나는 그래도 ‘동업자’라고 생각했다.
수익을 나누고 리스크를 분담했기에,
사업 운영에 대해 목소리를 낸 것 뿐이다.
하지만 상대의 눈에 비친 나는
제 역할을 넘어 "감 놓아라 배 놓아라"
간섭하는 피곤한 존재일 뿐이었다.
주변에 한탄도 많이 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늘 "이제 그만하라"는 충고였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족쇄는
늘 우리를 제자리에 묶어두었다.
남은 사무실 계약 기간,
쏟아지는 일당백의 업무들..
당장 밖으로 나가 홀로서기를 할 자본도,
더 척박한 곳에서 버텨낼 용기도 부족했다.
문득 억울함이 밀려왔다.
“함께 일궈온 시간인데,
왜 나만 모든 걸 잃은 것처럼 허무할까.”
월세와 비품비를 분담하고,
꼬박꼬박 세금계산서를 처리하며
운영의 한 축을 담당했음에도
나는 늘 다툼의 원인 제공자로 몰렸다.
때로는 내가 정말 과대망상에
빠진 건 아닐까 하는 자기의심마저 들었다.
8년의 세월이 남긴 깨달음
사실 우리에겐 동업에 대한 기준이 없었다.
비즈니스의 본질도, 동업의 메커니즘도 모른 채
그저 '생존'을 위해 손을 잡았을 뿐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사실과 감정, 태도를 분리해
"그러려니" 하고 넘겼어야 할 일들이 태반이었다.
하지만 비즈니스는 매 순간 절박했다.
우리는 각자의 일에 매몰되었고,
업무의 경계는 희미했다.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엔
생존을 위해 버텨온 세월이 너무도 길고 절실했다.
그렇게 생존을 위해 5년을 흘려보냈고,
브랜드를 안착시키기 위해 또 3년을 쏟아부었다.
결국 우리의 동업은 우리가 버틸 수 있는
'이유'인 동시에, 서로를 갉아먹는 '지옥'이기도 했다.
8년의 시간을 지나며 나는 깨달았다.
누군가와 함께 사업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수익을 나누는 행위가 아니다.
"사업은 곧 그 사람의 본질이며,
끊임없는 문제 해결의 과정이자,
삶 그 자체를 공유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