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어떤 이별

by 민s Brunch

나에게는 꽤 가까운 선배가 있다. 가족과의 인연으로도 얽힌, 아주 오래되고 소중한 인연.


얼마 전 그 선배와 오랜만에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데, 대뜸 아는 사람의 험담을 시작했다. 밥 잘 먹고 왜 저러나 싶었는데, 그냥 그게 몸에 밴 사람 같았다. 평소 좋아하지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 대해서였다.


제3자인 내가 듣기엔 전혀 와닿지 않는 이유들이었다. 이미 ‘그는 나쁜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거기에 억지로 이유를 끼워 맞추는 느낌. 더 이상했던 건, 그 이유들을 정작 그녀 자신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는 점이다. 마치 자신에게 큰 영향을 주는 다른 누군가의 생각을 그대로 옮기는 것처럼, 그 분노는 빌려온 것 같았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건 그 사람의 자유다. 그건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뭐랄까, 그 선배를 보는 내 시선은 달라졌다. 이해할 수 없는 화 앞에서 한 발짝 물러서게 됐다. 동조하지 않으면 다음 화살이 나에게 향할 것 같은 불길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분명히 표현까지 했지만, 한번 불붙은 감정은 대화 주제를 바꿀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점심 먹은 게 다 체할 것 같은 기분.


나에게는 “이건 내가 좋아하는 거야, 알아줬으면 좋겠어”와 “이건 내가 싫어하는 거야, 너도 같이 욕해야 해”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전자는 조심스러운 공유지만, 후자는 무례한 강요다. 그건 명백히 선을 넘은 거였다.


의견 안 맞는 사람과 얼굴 붉히는 건 내 성격에 맞지 않는다. 그냥 안 보면 되지, 하는 편이라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날 이후, 이 일에 대해 여러 번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매 순간 선택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옳다’고 주장하고 싶은 나와, ‘나와 다른 사람도 괜찮다’고 말하는 나 사이에서. 사람을 만날 때마다, 상대가 누구인지에 따라 우리는 그 선택의 저울 위를 오간다.


그날 선배는 ‘내가 옳다’는 자신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 앞에서, 내 감정이나 생각은 중요하지 않았던 거다. 그녀의 행동이 나에게는 무례라는 걸, 그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나라는 사람을 존중하는 것보다, 자신의 '옳음'을 지키는 게 더 중요했던 거겠지.


그 뒤로 그 선배와는 연락을 잘 하지 않는다.


그리고 슬프지만, 나는 그렇게 아주 오래된 인연 하나를 그렇게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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