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5일째입니다.(부다성, 어부의 요새, 머르기트섬)
2023년 4월 26일 수요일 맑음
며칠 만에 아침 해를 보았다.
싱그럽고 상쾌한 공기가 그리워 발코니 문을 열고 나가니 바람이 꽤 차다
아침 햇살이 들어와 따뜻한 거실에서는 전혀 바깥공기를 모르겠다. 아마도 비가 내린 후라 쌀쌀한가 보다.
우리는 옷을 든든히 챙겨 입고 서둘러 '부다성(Buda Castle)'으로 향했다.
부다 왕궁(Buda Castle)은 헝가리 왕의 궁전 단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1265년에 처음 완공되었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부지를 차지하는 거대한 바로크 양식의 궁전은 1749년에서 1769년 사이에 지어졌고 안타깝게도 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무너졌지만 복원되었다고 한다.
이후 1800년 대에는 화재와 전쟁으로 또다시 파괴되어 재건되고 그 이후에도 수차례나 재건, 복원된 궁이라 과연 원래의 그 가치가 이어지고 있을지 궁금하다.
하지만 우리가 도착했을 때에는 부다성 전체가 다시 공사 중이다.
왜 멋지고 아름다운 건물들은 웬 공사를 자주 해야 하는 건지....
조각상들과 분수들은 볼 수 있었지만 자세한 관람은 할 수 없어 서운했다.
우리는 부다성에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 개관 전에 도착했기 때문에 문이 닫혀있고 부다성 대부분은 공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에 부다성 다운 부다성은 멀리서만 바라봐야 했다.
부다 성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어부의 요새(Halászbástya)'로 향했다.
아름다운 부다페스트의 독특한 파노라마를 어부의 요새 전망대 테라스에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꼭 가봐야 할 명소 중 하나로 되어있다.
19세기말 지어진 작품으로, 다뉴브 강과 페스트 지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이곳 역시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여러 차례 복원과 개조가 반복되었고 특히 2차 세계대전 중 폭격으로 많은 부분들이 파괴되어 개조되었는데 지금의 건축은 최근 1994년부터 리모델링을 한 것이라고 한다.
전쟁은 모든 것을 앗아간다는 걸 또다시 느낀다.
네오 로마네스크 건축으로 지어진 어부의 요새는 부다페스트에서 오페라 하우스, 국회 의사당과 함께 헝가리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치 있는 건물 중 하나라고 알려져 있는 곳이다.
네오 로마네스크와 네오 고딕 양식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으며 특히 7개의 고깔 모양을 한 탑들은 헝가리를 정복한 마자르의 7명의 부족 지도자를 상징한다고 한다.
19세기 왕궁을 지키는 시민군이었던 어부들은 생선을 파는 것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용감하게 방어를 하면서부터 '어부의 요새'라는 이름이 붙었다.
적의 침입을 막는 요새 치고는 무척 아름다운 성이다.
마치 동화 속 공주가 사는 성처럼 귀엽기도 하고 무척 우아하기도 한 성이다.
무엇보다도 이 요새의 위치가 높은 덕에 부다페스트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기에 최고의 장소였다.
어느 장소에서든 부다페스트의 빼어난 전경을 볼 수 있었고 성 자체에서도 아름다움이 뿜어 나와 성 모든 곳에서 사진을 찍기에 최고의 장소였다. 그러고 보니 어부의 요새는 그 자체가 갖고 있는 의미보다 전망과 사진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유명해진 것처럼 보인다.
어부의 요새 테라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국회의사당은 정말 장관이다.
1896년에 지어진 이 국회 의사당은 양원제 의회를 위해 지어진 것인데 하원의 건물은 업무용으로 상원의 건물은 관광객에게 개방되고 있다.
무엇보다 국회의사당의 파사드(Façade)가 압도적인데 대칭의 아름다움과 고풍스럽고 거대한 돔(dome)이 두드러진다.
국회의사당은 완공 이래 현재까지 헝가리에서 가장 거대한 건물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렇다.
하지만 이 건축을 지은 주인공 '임레 슈타인들( Imre Steindl)'은 국회의사당이 완공되기 전에 눈이 멀었고, 결국은 공사의 끝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전해진다.
이 아름답고 위대한 건축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떴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나는 내일 직접 가서 봐야겠다.
쌀쌀한 아침인데도 어부의 요새 곳곳에서는 사진을 찍기 위해 하늘하늘하고 샤랄라 한 옷으로 차려입은 젊은 여성들이 아름다운 배경을 뒤로한 채 사진사의 모델이 되어 다양한 포즈를 취하느라 정신이 없다.
젊음이 좋긴 좋다. 난 절대 엄두도 못 내는 행동들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ㅎㅎㅎ
요새 안뜰에 가니 말을 탄 성 이슈트반(Saint Istvan) 동상이 있는데 이슈트반은 헝가리 초대국왕이며 실질적인 헝가리제국 수립자라고 한다.
그리고 그 앞엔 기울어진 십자가가 있는 왕관을 볼 수 있는데 이슈트반이 교황에게 받은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교황이 준 왕관을 잘 못 보관하여 십자가가 기울어졌다는데 똑바로 고치지 않은 이유는 교황이 준 그대로를 의미하고자 그대로 두었다고 하는데 그 말을 믿어야 할지....
이 왕관은 현재 국회의사당에 있다고 한다.
어부의 요새에서 내려온 우리는 자전거를 이용해 머르기트 섬(Margit Island)까지 가기로 했다.
마르기트 섬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을뿐더러 다뉴브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는 상쾌한 기분을 느끼고 싶어 자전거를 이용하기로 했다.
14세기 이전까지 'Insula leporum (토끼의 섬)'이라고 불렸다고도 하는 이 섬은 부다페스트 시내와는 또 다른 분위기와 풍경을 선물해 준다.
한눈에 보아도 섬 전체가 거대한 공원으로 이루어져 있어 건물이 거의 없고 모든 자리에는 오래된 수목과 아름다운 정원이 공원을 메우고 있다.
계절이 봄이라 그런지 나무에 많은 꽃들과 열매가 많이 달려있어 훨씬 보기가 좋다.
일반 자동차는 들어올 수 없도록 되어 있어 섬에서는 자전거와 도보로만 다닐 수 있는 조용한 섬인데 생각보다 꽤 섬이 넓다.
걸어서는 도저히 돌아다닐 수 없을 것 같아 섬에서도 자전거를 이용해 다녀보기로 했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아름다운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이 기분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지 모르겠다.
또 한 번 능력의 한계를 느낀다. ㅠㅠㅠ
곳곳에 중세의 유적지가 남아있고 깨끗하게 정돈된 산책로와 호수와 분수 그리고 동물원 등이 조성되어 있다.
걷거나 뛸 수 있는 트랙을 따로 조성해 놓아 그 길을 따라 걷고 뛰는 사람들도 보인다.
잠시 다뉴브 강변 쪽 산책로에 있는 벤치에 앉아 쉬어본다.
무작정 몇 시간이고 앉아 있어도 마냥 좋을 것만 같은 곳이다.
공원 지역에는 많은 매우 오래된 나무들이 많은데 마로니에(marronnier)가 특히 많다. 하얀 종모양의 꽃들을 탐스럽게 달고 있는 마로니에 사이의 오솔길을 산책하니 느낌이 색다르다.
보라색 라일락도 많이 피어있다.
나무의 가지들이 무려 몇 미터씩 길게 뻗은 나무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얼마나 오래되었길래 이렇게 근사한 형태를 뽐내고 있을까?
어서 와 앉으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해 길게 뻗어 드리워진 나무 가지에 올라가 잠시 앉아 본다.
무겁지 않을까? 미안한 마음이 생겨 잠시 앉아보다 금방 내려왔다.
여기저기 뻗어있는 산책로마다 나무들이 그득하다.
마로니에, 플라타너스, 밤나무, 물푸레나무 그리고...
수목에 대한 나의 좁은 지식으로 이 공원의 나무들에 대해 거론한다는 것은 도저히 무리다.
이렇다 보니 마르기트 섬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 공원 중 하나가 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다 눈에 띄는 건물이 있어 가까이 가보는데 온천 수영장이다.
내부를 잠시 들여다보니 나이 드신 분들께서 여유롭게 온천을 즐기고 계신다.
헝가리에는 온천이 유명하다고 해서 부다페스트의 세체니 온천 수영장에 갈 계획이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섬에 넓은 온천 수영장이 있다니 다음에 꼭 오기로 찜을 해둔다.
두 시간 정도 멋진 섬에서 기분 좋은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향했다.
점심시간을 지나 도착해 숙소 앞 과학공원(Science Park)에 있는 'Delirest sicience park Etterem'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대학 및 연구시설 단지 내에 있는 뷔페식 레스토랑인데 낮시간(12시에서 2시까지) 점심식사를 위한 레스토랑이다.
이 단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주로 식사를 하지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데 의외로 음식이 아주 다양하고 맛있다.
먹고 싶은 음식을 접시에 담고 무게를 재서 값을 지불하는 식이라 가격도 합리적인데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만큼만 골라 담는 실속이 있어서 자주 애용할 것 같다.
배부르게 점심 식사를 하고 숙소에 도착해 피곤한 몸을 낮잠으로 풀어본다.
낮잠을 자고 일어난 찌뿌듯한 몸을 위해 피트니스센터에 가서 수업을 듣기로 했다.
'척추교정 및 스트레칭'이란 수업이었는데 수업을 마치고 나니 꼭 안마를 받은 느낌이라 몸이 풀어지고 기분까지 좋다.
하루의 피곤한 몸을 이렇게 풀었다.
계속될 여행을 위해 몸을 잘 관리하고 오늘은 더 잘 쉬어야겠다.
평일 오후, 전차를 타고 가며 찍은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변의 일상 풍경을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