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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소 Mar 24. 2024

내가 크루즈를 좋아하는 이유, 세 번째

세 번째 : 다양한 음식 체험과 최고의 서비스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유치한 이유일 수도 있지만...

내가 크루즈를 좋아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 최고는 바로, 크루즈 내에서 다양한 음료를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서비스를 비롯해 여러 나라 음식을 선보이는 다양한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며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때마다 극진한 서비스를 받는 감동 또한 크루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최고의 경험이라 자부할 수 있겠다.

그런 이유로 우리 부부는 넓은 장소에 다양한 음식이 펼쳐져 있는 뷔페보다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식사 때마다 이용한다.

뷔페를 이용해서 애피타이저부터 시작해 메인 그리고 디저트까지 모두 선택해 먹을 수 있고 또한 뷔페 역시 여러 나라의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제공되다 보니 원하는 대로 이것저것 음식을 담아 기다림 없이 먹을 수 있어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뷔페를 이용하지만 나는 왠지 뷔페에서 식사를 하면 조금 불편하다.

너무 많은 음식의 종류가 내 눈앞에 펼쳐져 있다 보니 선택 장애를 겪기도 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북적거리는 그 공간이 때때로 불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취향은 사람들마다 차이가 있으니 옳고 그름, 정답은 없다.




우리 부부는 보통 새벽 운동과 수영을 마친 후 아침 식사를 위해 레스토랑에 간다.

언제나 기분 좋은 미소로 맞아주는 직원들과 우리를 테이블로 안내하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웨이터들...

커피와 다양한 빵들 그리고 음료를 시작으로 애피타이저와 메인을 주문해 먹는 코스 요리를 아침 식사부터 즐기기엔 조금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오히려 느긋한 시간( 1시간~1시간 30분)을 들여 식사를 여유 있게 즐기는 이 시간이 우리에겐 오히려 편안한 시간이다.

하루의 시작을 넉넉하게 시작한다는 기분에 여유와 편안함을 느낀다.

우리는 보통 아침을 8시, 점심을 12시, 저녁을 5시에, 그리고 야식까지 9시에 꼬박 챙겨 먹었다.(12일 동안 하루 네 번의 식사는 결국 나의 몸무게를 3kg이나 늘게 했지만 말이다.)

점심식사와 저녁식사를 위해 레스토랑이 오픈하자마자 방문했는데 오픈 시간에 맞추어 가면 우리는 항상 바다가 보이는 테이블로 안내받을 수 있었고 주문한 음식을 오랜 기다림 없이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시간에는 방문객이 적어 우리에게 좀 더 신경을 써 주는 느낌도 받는 건 사실이다. 

곧 우리 테이블을 담당한 웨이터와 와인을 담당하는 웨이터가 각각 찾아와 각자 소개를 하며 친절한 말로 크루즈 생활은 어떤지, 잠은 잘 잤는지, 오늘 기분은 어떤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으며 대화를 먼저 시작한다.

우리도 그의 질문에 소소한 대화와 웃음 그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를 할 준비를 한다.

잠시 후 다시 찾아와 주문할 메뉴에 대해 물으며 때때로 오늘은 이런 요리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거라며 권하기도 한다.

내가 주문한 요리가 본인의 생각과 일치했다면 "Wonderful~!  Good choice! "라는 감탄사를 덧붙이며 내 기분을 훨씬 좋게 만들어 준다.

비록 스쳐 지나갈 짧은 시간 동안 만나는 타인들이지만 나를 귀하게 여기며 최고로 대접해 주는 그들의 서비스가 어떤 음식을 먹어도 최고의 음식으로 만들어 주었고 그들과 소통하는 짧은 순간들은 오래 기억에 남을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

물 컵이나 와인 잔이 비어 가면 언제든 와서 채워주고 커피를 마음껏 마실 수 있도록 커피가 든 커다란 coffee pot을 통째 테이블에 가져다준다(나에겐 문화충격이었다).

남편을 위한 디카페인 커피 팟과 나의 레귤러 커피 팟

레스토랑 메뉴는 매일 바뀐다.

크루즈에 머무는 12일 동안 매일 네 끼를 먹으며 식사 때마다 남편과 나는 서로 다른 메뉴를 주문했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200여 가지가 넘는 메뉴를 맛본 것 같다.

크루즈의 생활이 아니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경험이다.

메뉴 중 Classic entrée의 대 여섯 가지의 메인은 고정되어 있지만 "Today's entrée"라고 제공되는 대 여섯 가지의 메뉴들은 매일 새로 제공되기 때문에 메뉴를 선택하기 위해 우리는 때때로 서양 음식에 대해 식사 전에 공부를 해야 하기도 했다.

물론 그들에게 물어보면 아주 자세히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내가 먹은 음식 중에 독특한 향이 강해 이 음식에 뭐가 들어있는지 물었더니 ground coriander라는 고유의 식물(고수)이 들어있어 그런 향이 난다며 자신 있게 말하는 그들의 전문성에도 놀랐다.

이미 고객이 주문할 음식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그들이 무척 믿음직스럽기도 했다

식사 중에는 담당 웨이터가 한두 번씩은 찾아와 주문한 음식이 입에 맞는지 확인을 한다. 

혹여라도 내가 주문한 메뉴가 기대했던 메뉴가 아니라고 하면 즉시 새로 만들어 준다.

며칠 전 남편이 주문한 스테이크의 굽기가 너무 익었다고 하자 미안하다며 다시 만들어 오겠다는 그들, 점심 메뉴로 나왔던 태국의 팟타이가 조금 맵다고 하자 새로 만들어 준다고 해서 오히려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팟타이 

때로는 식사 중 테이블에 찾아와서는 잠깐씩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한국의 드라마를 좋아했던 웨이터는 한참 동안 신나게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에 대해 설명하는데 한국인인 우리보다 더 많이 한국 드라마를 알고 내용을 얘기해 신기하기도 했다. 

맞장구를 쳐주면 더 좋아하며 얘기한다.ㅎㅎㅎ

나는 그들이 베푸는 친절에 매우 기분이 좋았고 그들을 위해 Tip을 남길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걸 느끼기도 했다.  

남편은 이미 크루즈 비용에 팁이 포함되어 지불된 상태라며 굳이 안 해도 된다고 한다.

이런 기분 좋은 식사를 굳이 마다할 필요가 없어 우리는 매끼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비록 예약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기분 좋은 분위기에서 맛난 음식으로 식사를 할 수 있다면 그깟 예약쯤이야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친절과 미소가 그들의 마음과 몸에 배어 있음을 느끼며 한국의 레스토랑에서 식사했던 기억을 떠올려 본다.



다양한 와인과 술을 먹을 수 있는 bar에 가도 그들의 기분 좋은 매너를 경험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칵테일 중 하나인 'mudslide'를 주문했는데 막상 받고 보니 하얀 크림 위에 나의 영문이름 "Hyun"이 초콜릿으로 쓰인 칵테일을 받았을 때의 감동이란...

마시지 않아도 취할 기분 좋은 알딸딸함이다. 

아주 소소한 베풂이지만 이런 순간에 나는 커다란 행복을 느낀다. 


그들이 담당하는 청소 서비스, 역시 감동이다.

그들은 아침부터 오후까지 배정된 방을 깨끗이 청소해 준다. 

들어갈 때마다 깨끗하게 정돈된 방을 맞이하는 건 또 하나의 선물이다.

며칠 전에는 하우스키퍼가 우리가 묵고 있는 방을 청소하던 중 우리 방에 카펫이 젖은 걸 발견했는데 매니저는 아마 배관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우리의 방을 옮겨주겠다고 한다. 

이런 일이 생긴 상황에 대해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하며 현재 묵고 있는 방보다 훨씬 넓은 방으로 옮겨준다.

게다가 짐을 옮기는 불편을 감수해 줘서 감사하다며 와인 한 병을 예쁜 카드와 함께 배달해 준다.

기분 좋은 불편함이다. 


이렇게 언제 어디서든 최고의 서비스를 마음껏 누리는 크루즈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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