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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소
May 19. 2024
파리를 떠올리게 하는 도시, 부쿠레슈티!
루마니아 부쿠레슈티를 방문하다.
일찍 불가리아(Bulgaria)와 루마니아(Romania)가 접해있는 국경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약 20분 운전하니 벌써 국경이다.
불가리아 출국 절차를 마치고 루마니아 입국을 위해서는 긴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양국을 잇는
이 다리는 2013년 6월 14일에
다뉴브강에 개통되었다.
국경에 걸쳐
잔잔히 흐르는 다뉴브강을 건너니 정말 이제는 불가리아를 떠나 루마니아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작년 헝가리 여행 중 에스테르곰 마을에서 슬로바키아의 국경을 넘어갈 때는 직접 걸어서 다리(Maria valeria Bridge)를 건너갔는데...
자동차를 타고 다리를 넘어 다른 나라로 입국하는 경험도 새롭다.
루마니아로 향하는 다리와 입국을 알리는 탑
입국사무소에서 간단히 절차를 마치고 무사히 루마니아로 입성,
우리는 루마니아에서 약 11일
동안
머물며 여행을 할 계획인데 오늘부터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이틀을
머물며
관광을
할 예정이다.
부쿠레슈티의 날씨는 23도, 화창하게 맑은 날씨가 우리를 반긴다.
부쿠레슈티로 오는 길 양쪽엔 노란 유채밭이 참 많기도 했다.
방금 전
국경
에
걸려있던
루마니아의 국기에도 진한 노란색이 있어 강한 인상을 주었는데 주변의 노란 유채밭도 햇살을 받아 더 진하게 보이니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약 1시간 30분 정도 운전을 했을까?
부쿠레슈티 중심가로 들어오니 사방으로 가로수와 함께 시원시원하게 뻗어있는 도로가 내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 준다.
부쿠레슈티 거리와 독특한 건물
우리는 주차를 하고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인민궁전(Place of Parliament)을 방문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건물로 해마다 조금씩 아래로 꺼지고 있다는 이 거대한 건물, 육중한 이 건물은 부쿠레슈티 중앙에 딱 버티고 서서 도시 전체를 호령하는 듯 느껴진다.
인민 궁전의 앞 과 옆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건물은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무모하고 어리석은지의 결과물이다.
독재자 차우셰스쿠 개인의 욕망으로 많은 걸 희생토록 했지만 정작 본인은 이 건물이 채 완공되기 전에 죽고 말았으니 얼마나 허망할까 싶다.
파란 하늘에 펼쳐진 거대한 하얀 건축물이 수도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지만 왠지 냉대를 받고 있는 느낌도 든다.
궁전 내부를 관람하기 위해선 하루 전 예약이 필요했고 우리는 내부까지 볼 마음은 없어 내부 초입만 둘러보기로 했다.
내부 한쪽에 미술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 잠시 들렀다 나왔다.
인민궁전 내 그림전시
인민궁전 앞 넓은 광장엔 휴일을 즐기기 위한 사람들이 보이고 광장 앞에는 물을 힘차게 뻗고 있는 분수가 직선으로 뻗은 도로 끝까지 멀리도 펼쳐져 있다.
인민궁전 앞 광장
도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분수를 만들어 놓았다니 놀랍다.
분수와 함께 가로수길을 걷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특히 오래된 나무들이 도시 전체에 펴져 있으니 마치 잘 정돈된 숲을 걷는 것 같아 상쾌한 기분도 든다.
부쿠레슈티에 대한 느낌이 좋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분수에서 튕겨져 나오는 물을 맞으며 우거진 나무들 사이를 걸으니 오래 걸어도 힘든 줄 모르겠다.
도시에서 이런 길을 걸어본 게 언제인가 싶다.
나무가 울창한 아름다운 도시, 부쿠레슈티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부쿠레슈티 도로 분수와 가로수 길
거리를 걷다가 우아한 교회가 눈에 들어온다.
한눈에 보아도 오래되어 보이는 루마니아 정교회다.
루마니아 정교회는 루마니아에서 가장 큰 기독교재단이다.
루마니아 정교회 외부와 내부
아름다운 성가대 소리가 들려 들어가 보는데 오늘이 부활절 주일이라 그런지 특별한 행사를 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서서 예배를 보고 있다.
외부에서는 부활절 행사를 하는데 루마니아의 전통 장식과 색상으로 화려하게 채색된 거위알들이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거위알에 칠해진 색상들과 디자인의 의미 그리고 이와 연관된 루마니아의 전통문양에 대해 설명해 준다.
구입 후 기부를 권하는 행사인데 거위알을 사야 할 이유도 없고 또한 잘 알지 못하는 루마니아의 교회 행사에 기부를 하는 것도 이상하다 싶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나와야 했다.
부활절 도네이션 행사
그런데 사람들 손에는 커다란 종려나무 잎이 들려져 있는데 자세히 보니
출입구에서
나눠주고 있다.
종려나무를 들고 교회 주변을 돌며 기도드리다가 다시 내부로 들어와 예배를 보는 것 같다. 그리고 집으로 가져가서는 보관하다가 사순절이 되면 다시 교회로 가져와 태운 재로 사순절을 시작한다고 한다.
종교에 대해 잘 모르지만 오늘 예배는 어느 때보다 무척 성스러웠을 것 같다.
종려나무
올드타운에 들렀다.
193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부쿠레슈티 거리는 그 당시 파리의 거리만큼이나 아름답다고 알려져 '동유럽의 파리'라고 불릴 정도로 화려한 거리로 알려진 곳이었다.
하지만 공산정권과 지진으로 인해 옛 건물은 많이 파괴되고 최근에 다시 아름다운 건물들이 지어졌다고 한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올드타운이라고는 하는데 다른 도시와는 달리 옛 건축물과 현대적인 건축이 함께 존재하니 루마니아 전통적인 느낌과 고풍스러움은 다소 덜하다.
하지만 아름답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건축물을 볼 때마다 감탄이 나온다.
세밀한 조각들을 겹겹이 쌓아 만든 우아한 건축물들, 무척 세련되기도 하고 화려하기도 한 건물들이 올드타운에 모두 모여있다.
가장 유명하다고 하는 리프스카니 거리(Lipskani strada)는 중세부터 19세기 초까지 번창한 상업거리였는데 '리프사카니'는 그 지역의 상인을 일컫는 말이었다고 한다.
리프스카니 거리의 악사
하지만 이곳 역시 관광지다.
올드타운의 거리 악사들이 귀에 익은 음악들을 연주하고 그 주변을 지나가니 내 마음도 즐겁고 행복해진다.
올드타운 이곳저곳을 걷는데 어딜 가든 관광객들이 많다.
카페와 레스토랑은 손님들로 가득하고 거리엔 우리처럼 걷는 사람들이 꽤 많다.
레스토랑 앞을 지나갈 때마다 직원들은 루마니아 전통음식을 먹어보라며 우리를 유혹한다.
하지만 왠지 이렇게 복잡하고 사람들 많은 곳에서 먹기가 꺼려진다.
가뜩이나 낯선 곳인데 북적거리는 이곳에서 먹는 음식은 소화도 잘 안될 것 같다.ㅎㅎㅎ
올드타운 거리 풍경
날 좋은 일요일 오후
,
이곳
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식사를 한 지 얼마 안 지났지만 나는 젤라토 생각이 간절해 카페에 들러 주문해 먹으니 그제야 생기가 돌고 더 걸어 다닐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젤라토를 먹고 난 힘으로 다시 올드타운 이곳저곳을 걸었다.
올드타운의 분위기는 조금 전 들렀던 인민궁전 그 주변 거리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절도 있고 각이 진 인민궁전의 위엄과 길게 한 줄로 뻗은 도로와 가로수 주변은 왠지 모르게 도시가 조금은 차가운 느낌도 들었는데 이곳 올드타운은 마치 서유럽 어느 관광지에 와있는 듯한 가벼운 느낌이 든다.
올드타운을 산책하는 내 마음은 무척 편안하고 익숙함마저 든다.
커
피
가 생각나
올드타운에서 유명한 '
반고흐 카페(Van Gogh Cafe)'에 갔다.
내부가 반 고흐의 그림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해서 유명해진 카페인데 물론 복제품이다.
프랑스의 아를(Arles)에서 들렀던 반고흐의 카페(밤의 카페테라스)가 생각나
커피라도 마실까 해서 찾아갔는데 웬걸~
빈자리가 없어 나와야 했다. ㅠㅠㅠ
부쿠레슈티 반고흐 카페
이제 숙소를 향해 가는 길,
도심
공원 한편에 시장이
선 걸 보고 우리는 공원으로 향했다.
생선을 튀겨 파는 가게 앞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이 보
여
우리도
생선 가게앞에서 줄을 30분 이상 서서 샀다.
그런데 저녁 반찬거리를 위해 산 생선 두 토막의 가격이 무려
3만 원이 넘는다. 헐~~
오래 기다린 시간이 억울해 결국
샀지만 마음이 쓰리다.
아무리 루마니아가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라지만 생선값이 이렇게나 비쌀 줄이야...ㅠㅠㅠ
다행히 저녁식사로 올린 생선은 살이 통통하고 간도 딱 맞는 게 역시 돈 값어치를 했다.
터무니없는(?) 비싼 돈을 주고 산 생선이라 더 맛있게 먹은 것 같기도 하다. ㅎㅎㅎ
생선 요리에 마켓에서 산 리즐링 와인을 곁들이니 와인 한 병이 순식간이다.
저녁식사를 하며 거실 창을 통해 바라보는 부쿠레슈티의 밤 전경도 아름답다.
시차로 일찍 깬 탓에 잠이 많이 부족하고 이만 보 가까이 걸었던 힘든 하루였지만 새로운 환경을 만나는 설렘으로 몸의 힘듦도 잊나 보다.
오늘도 이렇게 낯선 땅에서 하루가 간다.
부쿠레슈티의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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