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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현 Aug 03. 2024

루마니아의 작은 마을, 데바(Deva)에서의 대박

데바의 아쿠아리움과 데바 요새를 방문하다.

시비에 마을 외딴 숙소에서 지낸 짧고도 행복한 시간을 마무리하는 아침.

마리아와의 이별을 날씨도 아는지 잔뜩 흐리다.

마리아는 우리에게 따뜻한 아침 식사를 하고 가야 한다며 루마니아 전통 음식 '사르말레'를 만들어주셨다.

루마니아 전통 음식인 사르말레를 예전부터 궁금해했고 또 먹어 보고도 싶었는데 가정에서 직접 만든 사르말레를 먹을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질지 몰랐다.

어젯밤 늦게까지 사르말레를 만들어 우리에게 아침 식사로 주려는 마리아의 정성에 미안함 마음까지 든다.

한 입 베어 무는데 한국의 만두와 맛이 비슷하다.

다만 만두는 내용물을 밀가루로 싼다면 사르말레는 양배추로 싼다.

안에 들어간 재료들은 고기 다짐, 각종야채, 그리고 약간의 쌀을 섞어 찐 것인데 입안에서 부드럽게 넘어가는 맛이 아주 그만이다.

사르말레는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음식이라고 했다.

아침 식사인데도 무려 네 개나 먹었다.

우리가 떠나는 날까지 정성스러운 식사를 준비해 준 마리아가 너무 고마웠다.

그런데 날 또 감동시키는 마리아.

만들어 저장해 둔 소스 두 병을 주며 가져가라고 내 손에 쥐어준다.

샐러드 소스가 맛있어 레시피를 알려 달라고 했던 그 소스들이다.

마치 친정어머니가 집에 온 딸에게 뭔가 들려 보내는 그런 마음이 들어 한국 사람의 정을 먼 나라 루마니아에서도 진하게 느껴본다.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아 계속 망설여진다.

결국 다시 만날 때까지 꼭 건강하시라며 그렇게 헤어졌다.



우리는 오늘의 목적지 후네도아라(Hunedoara)로 가기 전 '데바(Deva)'에 들러 아쿠아리움과 데바 요새(Castle of Deva)를 방문하기로 했다.

오전 9시, 아쿠아리움 오픈 시간에 맞추어 입장했더니 사람이 거의 없고 조용하다.

실내 아쿠아리움인데 커다란 수영장이 서너 개 있고 자쿠지도 있는 넓은 수영장이다.


널찍하고 쾌적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이 아쿠아리움에 반한 이유는 실내 전체의 투명한 통창을 통해 바깥의 멋진 풍경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눈길을 돌릴 때마다 창을 통해 보이는 다양한 장면을 선물했는데 산 정상에 자리한 데바 요새,  나무가 우거진 숲, 아름다운 마을 전경, 그리고 푸른 잔디 위에서 축구를 하는 어린이들의 모습까지 사방이 모두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창이 없는 한국의 실내 아쿠아리움과는 비교가 되는 곳이었다.

몇 년 전 조지아 바투미에 있는 수영장에서는 흑해를 보며 수영을 했는데 이곳 데바에서는 고풍스러운 고성과 녹음이 우거진 산의 전경을 보며 물놀이를 하니 진정한 휴식이 바로 이거다 싶다.

약 35도의 따뜻한 수영장 물에서 수영을 하다가 조금 더 따뜻한 자쿠지에 몸을 담그니 스르르 잠이 올 정도다.

남편은 금세 잠이 든다. ㅎㅎㅎ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멋진 바깥 풍경을 보는 이 순간이 진정한 힐링일 듯싶다.


약 두 시간이 지났을까?

우리는 아쿠아리움에서 나와 요새로 향했다.

흐리던 하늘이 서서히 구름이 걷힌다.

멀리 산 정상에 자리한 우람한 요새가 눈에 들어온다.

멀리  산 정상에 보이는 데바 요새


원래는 푸니쿨라를 이용해 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곳인데 요즘은 비성수기라 그런지 운행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간 후 거기서부터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

마을의 정취가 아주 아담하며 편안하다

데바 마을의 좁은 골목을 약 10여분 올랐을까?

다행히 요새 앞에는 10여 대 정도 자동차를 세울 수 있는 자그마한 공터가 있어 주차가 가능했고 우리는 불과 백여 미터 걸어 쉽게 성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만약 관람객이 많은 성수기에는 좁은 골목을 운전해 올라오기도 힘들고 올라오더라도 주차 공간이 없을 것 같다. (아마 그때에는 푸니쿨라를 이용해야 할 듯싶다.)


요새의 문을 들어서는 순간 요새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감탄이 나온다.

산 정상에 육중하고 웅장한 요새를 1200년대 당시 어떻게 지었을지 상상이 안된다.

무려 3겹으로 두껍게 둘러싼 성이다.

이 요새의 건설에 관한 전설에 따르면 이 요새는 금발의 요정에 의해 지어졌는데 요새 아래의 터널이 오늘 우리가 방문할 후네도아라(Hunedoara)의 코르빈 성(Corvin castle)까지 이어진다는데 과연 그럴 수 있나 싶다.

무려 거리가 20 km가 넘는 거리이기 때문이다.

데바 요새에서 코르빈 성까지의 거리

요새의 첫 번째 게이트를 지나자마자 우리 앞에 나타나는 건 백여 개가 넘는 계단이다.

물론 성의 바깥을 통해 걸어 돌아 올라갈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하늘로 뻗은 무시무시한  계단을 오르기로 했다.

마을에서부터 자동차로 한참을 올라왔는데 또 여기서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한다.

끝이 보이지도 않는 계단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멋진 성을 왔는데 멈출 수 없어 큰 숨을 들이켜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마치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처럼 느껴진다


계단을 오르며 왜 요새를 이렇게 높은 곳에 지었는지 바로 이해가 된다

하늘 바로 아래에서 데바 마을 전체를 360도 볼 수 있는 이곳.

이런 곳에 요새를 짓고 그 당시에 적의 침입을 막았던 것이다.

대부분의 성채의 벽은 지어졌을 당시 보존이 되고 있었지만 목조 구조물은 대부분 사라지거나 복원되었다고 한다.

성을 둘러보는 내내 감동과 감탄사가 나온다.

좁은 성벽 길을 걸을 때는 마치 내가 하늘 위를 걷는 느낌도 든다

성의 외관도 멋지지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데바 마을의 모습도 장관이었다.



사실 데바는 우리의 여행 방문지에 있었던 곳은 아니다.

오늘 묵을 후네도아라 가는 길에 데바를 잠기 들러 가기로 했던 것이었는데 우리의 데바의 짧은 방문은 의외로 멋진 시간이었다.

며칠 전 방문했던 퍼거러슈 마을의 요새도 무척 웅장하고 아름다웠던 성이었는데 이곳 데바의 요새는 위치와 규모, 그리고 성채의 분위기도 퍼거러슈의 요새와는 많이 달랐다.

이렇게 멋진 성을 언제 봤나 싶다.

두 요새 모두 분위기가 독특하고 멋진 요새로 기억될 것 같다.


데바(deva)에서의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오늘의 최종 목적지 후네도아라(Hunedoara)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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