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 남자 4명의 남미 배낭여행기
라파즈여 안녕!
새벽같이 일어났다. 이번에도 역시 새벽 교통편을 타기 위해서다. 홉버스라는 볼리비아에서 페루까지 가는 버스를 신청해놨다. 몇 번 째 새벽기상인지. 홉버스는 코파카바나라는 곳을 거쳐 페루로 향한다. 먼저 경유할 곳이 바로 코파카바나였다. 늘 그렇듯이 버스에 타자마자 다시 잠에 빠졌다. 기절하듯 잠에 들었다가, 문득 눈을 뜨니 코파카바나 근처 전망대였다. 이미 해는 중천이었다. 버스는 승객들에게 잠시 시간을 주었고, 우리는 졸린 눈을 비빈채 밖으로 나왔다. 상쾌한 공기에 몸이 반응했고, 부러질 듯 기지개를 폈다. 이곳은 전망대라기보단 높은 언덕이었다. 한눈에 호수와 섬지역을 감상 할 수 있다. 하늘은 푸르고, 구름은 마치 그려낸 듯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명암이 뚜렷한 구름 아래 호수는 짙은 푸른색으로 햇살에 반짝인다. 풀이 잔뜩 돋아난 대지의 모습과 어울려, 마치 윈도우 배경화면으로 써도 손색이 없는 한폭의 그림이 완성된다. 그림 대신 사진으로 풍경을 간직하고자,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댔다. 다시 버스에 올라 선착장으로 향했다. 강을 건너서 가야 하는데, 버스를 타고 건널 수는 없어서 배로 이동했다. 선착장 주변 매점에서 간단한 음료를 사마시고, 기다리던 배를 탄 뒤 강을 건너갔다. 그리고는 다시 버스를 탔고, 코파카바나로 향했다.
바다같은 호수를 간직한 마을, 코파카바나
하얗고 커다란 닻 모형의 조형물이 인상깊은 이곳은 코파카바나 호숫가. 버스는 달리고 달려 우리를 이곳에 내려주었다. 페루에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머물 볼리비아의 섬마을이다. 햇빛은 호수에 흩어져 반짝이고, 닻 모양 조형은 해빛에 하얗게 빛이 났다. 홉버스 팔찌를 채우고 트렁크에서 짐을 내렸다. 가이드에게 홉버스를 다시 트는 법을 설명듣고, 무슨 일이 있어도 홉버스 팔찌는 사수해야겠다 생각했다. 이게 있어야 다시 페루로 돌아갈 수 있다.
숙소는 언덕에 있다고 해서, 무거운 배낭 낑낑대며 가느니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기로 했다. 택시는 우리 앞에서 멈췄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숙소에 도착했다. 차로는 분명 금방 도착했지만, 언덕을 보아하니 걸어왔다면 오자마자 뻗었을 것이다. 생각보다 높은 곳에 있었는데, 덕분에 전망 하나만큼은 끝내주었다. 우리 숙소는 번듯한 호텔보다는 팬션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우리 방은 2층에 있었는데 화장실과 샤워실이 외부에 붙어있는 형태였다. 침대는 4개라서 다행히 인당 하나씩 편안하게 쓸 수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코파카바나의 명물 트루차(송어)구이를 먹다
해는 쨍쨍했지만, 그렇게 덥진 않았다. 고산도 아니었는데 서늘해서 놀랐다. 호숫가 옆이라 그런가. 아무튼 날씨는 맑은데 걷기에 쾌적하니 절로 몸이 밖으로 향했다. 늦은 점심으로 선택한 메뉴는 송어. 이곳엔 유명한 송어식당거리가 있다. 거리라기 보다는 포장마차 식당들이 호숫가에 쭉 있다. 마치 해안가 근처에 횟집들이 있듯이 말이다. 송어는 여기말로 트루차라고 하는데, 트루차 튀김이 그렇게 유명하다고 한다. 여러 포차집이 있었지만, 우리의 선택은 12번 포차. 가장 많은 후기들이 검색된 곳이다. 역시 한국인 리뷰가 많은만큼, 식당에도 각종 한국어로 되어있는 후기들이 보였다. 해외라면 네이버 블로그 맛집이 어느정도 검증을 해준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마늘맛 트루차, 매운소스를 곁들인 트루차 그리고 피케마쵸라는 현지음식이었다. 늦은 점심이라 이미 뱃가죽이 등에 붙을 뻔했다. 기다리던 음식이 나왔고, 통으로 튀긴 생선의 자태는 너무나도 먹음직스러웠다. 그야말로 상상이상. 송어를 절반으로 갈라 그대로 튀긴 모습이었다. 고슬고슬한 쌀밥과 감자튀김 위에 턱 하니 얹어져 나왔다. 크기도 꽤나 컸다. 한 마리에는 마늘 양념이, 한 마리에는 매콤한 양념이 발라져 있었다. 군침이 절로 나왔다. 바로 한 입 먹어봤다. 잘 구워진 생선은 때론 고기보다 맛있다. 사리 정말 부드럽고 적당히 기름진 것이 생선구이 맛집에서 먹는 것만 같았다. 이 송어튀김은 남미 와서 먹은 음식중에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맛있었다. 마늘맛과매운맛이 정말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았다. 역시 한국인은 마늘과 매운맛이 있어야 한다. 같이 먹은 피케마쵸는 크게 특별할 것은 없는 그냥 고기 볶음 정도였다. 한국인이라 그런지, 주인분께서 음료수를 서비스로 주셨다. 간만에 맛있고 배부르게 먹었다. 식당을 나와 근처에서 파는 과일 칵테일 주스까지. 입가심도 완벽한 한끼 식사였다.
호수가운데 섬, 태양의 섬으로!
음료수를 다 마실 때 즈음 배가 하나 호숫가에 정박했다. 우리를 태양의 섬으로 데려다 줄 배였다. 홉버스를 신청할 때 코파카바나에서의 투어도 신청했다. 그것이 바로 태양의 섬 투어. 별다른 신청절차없이 홉버스 팔찌만 보여주자 바로 승선할 수 있었다. 작은 배였지만, 안쪽에는 널찍한 좌석이 있었고, 2층에는 갑판이 있어서 올라갈 수 있는 구조였다. 여객선 정도의 크기는 아니고 한 20여명 정도 탈 수 있는 그런 배였다. 우리는 날이 좋은 코파카바나의 호수를 감상하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갔다. 탁 트인 전망이 마치 호수가 아니라 바다 같았다. 짙은 푸른색 파도가 일렁이는 것을 바라보면, 바다라 해도 믿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야외구조라서 배가 가로지르는 바람을 그대로 맞아서 아무리 햇볕이 쨍쨍해도 추위를 피할 수 없었다. 가져온 바람막이 옷을 주섬주섬 꺼내 입을 수 밖에.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바람을 맞으며 푸른 호수를 질주해 태양의 섬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