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수영장 물을 꿀꺽꿀꺽 마시며, 지금은 배영을 배우는 중이라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서 팔을 젓고 있다. 수영장은 옥상에 있어 빛이 어슴푸레 들어오고, 앞서 수영하는 사람은 이미 멀리 가버렸다. 그 사람을 따라가려니 숨이 차고 허벅지가 터질 것 같다. 손을 뒤로 넘기며 몸을 옆으로 기울여 발차기하면서 이 구간이 언제 끝날지 계속 생각했다.
수영은 보통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순서대로 배운다. 초급반에서 3개월 정도 물에 떠서 이 순서로 동작을 배우고, 중급반으로 넘어가면 더 세부적인 동작을 배우며 자연스럽고 힘을 덜 들이는 수영법을 익히게 된다. 하지만 오히려 자세히 설명하고 동작이 쪼개질수록 생각대로 몸이 따라가지 않는다. 마치 예전에 전래동화에서 지네가 수많은 다리를 자연스럽게 움직이다가, 누군가 그 발을 어떻게 쓰는지 묻자 지네가 다리 움직이는 것을 생각하다가 움직이지 못하게 된 것처럼, 초급반에서는 대충 잘 나아가다가 중급반에서는 오히려 더 정체되고 물을 더 많이 마시는 것 같다.
수영을 시작한 것은 대략 1년 전쯤이었다. 목욕탕은 좋아해서 자주 갔지만, 수영을 할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왜냐하면 수영장이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찾아보면 수영장은 각 구에 하나 정도 있거나 없는 경우도 있어서, 수영장이 근처에 있다는 것은 큰 혜택으로 볼 수 있다. 왜 수영장이 많지 않은지 궁금해서 알아보니, 수영장 운영에 돈이 많이 든다고 한다. 수영장의 물을 채우고 정화하며 버리는 것 등이 비용이 많이 들어, 웬만한 사설업체들이 운영하기에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체육센터들이 아니면 사설 수영장을 보기 힘들고, 사설 수영장은 공공 수영장보다 입장료나 월 수영 비용이 꽤 비싸다.
그럼에도 나는 현재 동래에 살지만 차로는 20분 정도 걸리는 양정에 있는 사설 수영장에 다니고 있다. 공공 수영장은 싼 가격 대신 사람들이 많이 몰려 원하는 시간에 등록하기 힘들고, 설사 등록해도 사람이 너무 많거나 시설이 열악한 경우가 많았다. 양정에 등록한 이 수영장은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곳이다. 원래 이곳은 국제식품이라는 소고기집이 본사 개념과 소고기집을 운영하기 위해 건물을 세우고 있다가, 지하를 파는 중 온천수가 나와 기존의 5층 건물 계획을 11층으로 변경해 수영장과 목욕탕, 헬스장 등을 추가로 넣었다고 한다. 온천수라 그런지 다른 수영장보다 락스 냄새가 덜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수영은 오전 7시 강습을 등록해 다니고 있다. 6시부터 10시까지 있지만,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서는 7시에 수영을 한 시간 정도하고 8시에 씻고 적당히 차 밀리는 도로에서 운전해 출근하면 8시 반 정도가 되어 여유로운 루틴을 만들 수 있다. 7시에 수영장에 도달하려면 아침에는 6시 이전에 일어나 준비하고 간단한 음식을 먹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 보통 5시 30분 정도에 일어나 LP를 한 개 틀어놓고 책을 잠깐 보며 정신을 깨운다. 그리고 간단하게 발포 비타민을 투명한 유리컵에 넣어 보글보글 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상쾌하게 마신다. 때로는 커피 한 잔을 내려 먹거나 아몬드 우유를 한 컵 정도 마시고 양치와 면도, 세수를 하고 출근복장을 골라 옷을 입고 차를 타러 간다. 이 모든 과정을 6시 반 전에 끝내고 차에 타야 아슬아슬하게 수영장에 도착할 수 있다. 이것이 미라클 모닝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침에 수영장에 가는 것도 겨우 노력해서 만든 습관 중 하나이다.
수영을 배우면서 좋았던 것은 처음에는 하지 못했던 동작들이 시간이 지나며 점차 가시화되고 늘어나는 것이 다른 운동들보다 초반에는 빠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달리기나 헬스장에서 운동을 해도 계속 비슷한 운동과 결과가 보이지 않는 반면, 수영은 처음에 물에도 못 뜨는 사람이 물에서 발차기를 시작해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까지 하는 모습이 3개월 정도면 초급반에서 완성되기에 성취감은 다른 운동보다 꽤 크다. 또 다른 장점은 여름에 하기 좋은 운동이라는 것이다. 작열하는 태양과 더운 날씨에 달리기, 테니스, 자전거 등 야외 스포츠는 매우 힘들지만, 수영은 이에 상관없이 오히려 여름이라서 더 시원하게 물에서 운동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수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힘을 빼는 것이다. 힘을 빼고 물에 떠서 발차기와 함께 팔로 저어나가야 한다. 거북이가 수영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고요하게, 그리고 유유히 물속을 저어나간다. 그럼에도 물속에서는 매우 빠르게 나아간다. 이러한 거북이의 수영처럼, 인생에 있어서 모든 것에 힘을 주고 살아서는 안 된다. 유유히, 그리고 고고하게 떠 있으면서 필요할 때 추진력을 얻기 위해 팔로 저어나가야 한다. 물론 떠 있기 위해 발차기는 쉬어서는 안 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