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고양이도 개명을 하나요?

나에게 필요한 것들

by 비거니아

17살 초 동안 개엄마였던 아는 언니가 귀염 뽀작 아깽이 사진을 보내오면서 귀를 쫑긋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 이름은 태양이라고 지을 거야 ~ 내가 태양의 기운이 좀 모자라거든. 원래 반려 동물 이름은 반려인에게 모자란 것을 이름으로 짓고 자꾸 불러주면 좋대. 나는 사주에서도 'ㄴ,ㅎ,ㄷ,ㅌ, ' 자음이 나한고 궁합이 맞다고 하더라고"


" 그래여? 그럼 나는 망 했네요. 지금 우리 애들은 구조한 사람 이름을 따서 부른 건데. 나는 이제 그가 필요 없는대"


" 그럼 너희 집 애들도 이름을 바꿔봐. 네가 모자란 거나 너를 더 기운 돋게 만드는 걸로 "


그리고는 한참을 다시 아깽이의 귀여움 레벨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 놓았다.


'나한테 필요한 거라........... 돈? 그리고 또 돈? 그리고 역시나 돈? '


우리 아이들은 왜 지금 이름을 갖게 되었더라?


첫째 고양이는 원래 '퐁퐁'이라는 이름이 내정 되었는데 아이가 처음 집에 오던 날 ,아무리 그 이름을 불러도 눈길 한 번을 나에게 주지 않고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는 아이에게 더 이상 '퐁퐁'이라고 부를 수가 없었다. 그날 사실 그 아이에게 이름이란 게 무엇이 중요했을까. 낯선 환경에 처음 보는 커다란 생명체와 단둘이 놓인 그 당황스러운 순간에 말이다.

작은 사슴처럼 생긴 아이는 최대한 몸을 작게 웅크리고 구석에 숨기만 했고 초보 집사였던 나는 어쩔 줄 몰라 마치 큰 잘못을 한 사람처럼 그 아이에게 미안해 하기만 했다.

그러다가 아이 털 코트 생각이 밝은 갈색이라서 '호두 같네'라고 혼잣말을 하는 순간 신기하게도 아이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 호두야 " " 니아아~ 앙" " 그래, 호두~ 호두야 " " 아아앙 "

보석처럼 빛나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는 나의 호두는 내가 부르는 이름에 이끌려 어느새 내 무릎에 파고들어 떨리는 몸을 나에게 기댔다. 그렇게 그 아이는 호두라는 이름으로 9년 7개월 15일 동안 내 옆에 있다 한 달 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지금 우리 집에 있는 3 냥이는 모두 스트릿 출신인데 구조했을 당시 구조자의 이름을 따서 마루, 라미, 그리고 루비라고 이름을 지어 줬다.


마루와 라미는 동배에서 나온 쌍둥이 자매인데 뙤약볕 아래에서 고름이 가득 찬 눈을 뜨지도 못 한 채 구조되었다. 첫 출산을 한 어미가 제대로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는 가운데 세균에 감염된 또 다른 형제의 시체 옆에서 병아리 소리 같은 울음소리로 자신들이 살아 있음을 이틀 동안이나 쉼 없이 알려 왔던 아이들. 드디어 손바닥보다 작은 몸체의 새끼 냥이들를 구조하게 되었을 때, 살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 했고 그저 며칠만이라도 이름 없이 살다가 사라 질 것이 안타까워서 구조자(전 남자 친구)의 퍼스트 네임과 미들 네임을 따서 Maru 그리고 Rami라고 이름 붙여 줬다.


밤샘 육묘라는 것을 그때 처음으로 해 보았고 생명의 힘이라는 것이 이렇게나 모질고 강하다는 것을 느끼며, 하루하루 아이들이 회복하는 것에 감사하며 보낸 시간들이었다. 웬만큼 아이들이 자라고 회복했을 때 입양자를 찾아 주려고 했지만 여전히 몸이 약하고 잘 아픈 아이들이 어디 가서 천덕 꾸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어 차마 보내지 못하고 지금까지 모시고 살게 되었다.



루비는 어느 아주머니가 도로변에 문도 없는 창고에서 묶어 놓고 밥만 주는 아이였는데 오가는 사람들에게 애교를 부리고 밥도 얻어먹고 사랑을 받던 길 고양이였다. 하지만 길 생활이라는 것이 그리 달콤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생후 5개월쯤 되었을 때 알아버린 사건으로 인해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누군가 루비 눈에 돌을 던져 실명뿐만 아니라 눈이 부풀어 올라 그냥 두면 나머지 한쪽 눈 까지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부랴 부랴 아이를 구조하고 중성화 수술과 동시에 안구 적출 수술까지 하게 되었다. 한쪽 눈을 잃은 루비는 마취가 풀리고 정신을 차리면서 눈을 잃은 당혹감 보다는 따뜻한 집과 폭신한 침대가 마냥 신나 아픔도 잊고 바로 배를 보이며 벌러덩 누워 제집처럼 잠을 자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술 다음날부터는 수술을 한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집안 구석 구석을 치타처럼 뛰어다녔다.

하지만 루비가 잃은 예쁜 눈... 매일 햇빛 아래에서 빛 났을 보석 같은 눈을 빼앗긴 루비에 대한 미안함이 너무 컸다. 그래서 루비에게 모두가 부러워할 빛나고 아름다운 보석 ' 루비 '라는 이름을 주었다. 구조 당시는 성별을 알 수 없어 여아라고 생각했던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이젠 정말로 힘이 센 윙크 고양이가 된 루비는 이 집안의 유일한 외향적 성격의 생명체로 누나들과 형을 괴롭히며 이 집의 일인자 자리를 노리는 냥아치로 자라게 되었다.


무지개를 건넌 호두를 제외한 3 냥이들은 7년 동안 자기 이름으로 불렸는데 , 내가 지금 와서 내 운을 좋게 하기 위해서 이름을 바꾸면 과연 그들이 각자 새 이름을 알아들을까? 아니 그 이름을 좋아할까? 운을 좋게 만든다는 것을 그만 두고라도 나는 이제 마루, 그리고 라미라는 이름이 필요가 없어 개명을 해주고 싶은데 ...


한참 고민 끝에 새 이름을 지었다.


만수무강 - 루비

백세 튼튼- 마루

벼락부자- 라미


속물적 근성이라고 해도 좋을 나의 바람 3가지를 담아 이름을 지었다. 나름 진진한 고민 그리고 간절한 마음으로 지은 이름을 떨리는 마음으로 한 마리씩 불러 보았다.


"만수무강아~ 백세 튼튼아~ 벼락 부자야~ "

반을을 할리가 없다.


"루비!" 바로 " 냐아앙~ " 대답을 한다.

" 만수무강! " "........."

나머지 아이들도 마찬 가지 반응이다. 때로는 집사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것 같기도 하다.


"얘들아 ~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까 우리 내일 또 해보자! 알았지? 만수무강 백세 튼튼 벼락부자야~ 엄마 굿럭 프로젝트에 협조 좀 하자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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