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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Feb 03. 2022

적합한 인재에 목마른 기업, 묻지마 지원에 목맨 취준생

취업의 근본력-6

 면접관 경험이 많고 어설픈 글줄깨나 쓴다는 이유로 주변 지인들로부터 자녀의 자기소개서를 첨삭해달라는 부탁을 종종 받는다. 열에 아홉은 귀띔도 안 해주고 다짜고짜 자기소개서를 들이민다.

 그때마다 난감한 처지가 된다. 하나같이 쓱 읽어보고 떠오른 생각이나 느낌을 말해주면 된다고 무심한 듯 이야기하지만 어쩌면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글인데, 그 무게감을 생각해서라도 대충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자기소개서의 주인공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과연 도움이 될지 의구심이 들곤 한다. 당연히 결과에 대한 부담도 따른다. 혹시 결과가 좋지 않으면 첨삭에 신경을 덜 쓴 탓이 아닌가 하는 자책감에 시달린다.

 그래도 차마 거절은 할 수 없어서 결국 부탁받은 자기소개서를 형광펜까지 정성 들여 칠해가며 눈이 빠져라 읽게 된다. 자기소개서 한 편을 꼼꼼하게 챙겨 읽고 의견을 달아주거나 직접 첨삭을 해주려면 족히 하루 이틀은 걸린다.



 시간을 빼앗기는 것은 그렇다 쳐도 정작 난감한 문제는 이런 식으로 보게 된 자기소개서는 함량 미달이기 일쑤여서 뭐라 의견을 주기 곤란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은 지원동기에 별다른 울림이 없다는 것이다. 회사 이름만 바꾸면 어떤 곳에 제출해도 별 차이가 없을 듯하다.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 하나의 자기소개서로 이곳저곳에 지원해서다. 비유해서 말하자면 마치 열쇠 하나로 모든 자물쇠를 열겠다는 식이다.

 그만큼 별다른 고민 없이 지원할 회사와 직무를 결정하는 취업준비생들이 많다는 얘기다. 물론 당장 취업이 ‘발등의 불’이다 보니 기업이나 직무 불문하고 “일단 합격하고 보자”는 식이 될 수밖에 없을 터이다.



  하지만 취업에는 만능키가 없다. 느 곳에서나 통할 수 있는 무난한 자기소개서는 거꾸로 어느 기업에서도 선택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길게 설명할 필요 없이 지원하는 기업이나 직무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열정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니 솔직하게 표현하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어느 회사로 바꿔도 아무 문제없는 자기소개서가 최악이다.



 입사지원을 하면서도 자사(自社)가 1순위가 아닌 지원자를 뽑고 싶어 하는 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기업에게 뽑고 싶은 ‘원픽(one-pick)’이기를 바라는 것처럼 기업도 당연히 자사가 지원자의 ‘최애 회사’ 혹은 ‘원픽 기업’이기를 희망한다.


 


 그런데 어떤 회사 인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그저 취업만 시켜달라는 지원자라니. 이렇게 ‘닥치고 채용’을 외치는 지원자를 보는 기업은 할 말을 잃는다.


 그래서 “최대한 많이 지원하면 골라서 갈 수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일부 취업준비서나 취업컨설턴트들을 보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묻지마 지원자들은 떨어지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음을 접지만  좋게 서류전형에 합격해도 연락도 없이 면접에 나타나지 않는 소위 ‘면접 노쇼 하기 일쑤다.

 “일단 붙고 보자”라는 마음으로 벼락치기하듯 지원한 기업이니 다른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면 아무 고민 없이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해당 기업에는 피해를 주고 다른 지원자들에게서 소중한 입사 기회를 빼앗는 셈이 된다.


면접 노쇼(No Show)의 원인, ‘묻지마 지원’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9년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고용률은 67.1%로 전년 동월 대비 0.1% p 소폭 상승에 그쳐 취업난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접에 나타나지 않는 ‘면접 노쇼(No Show)’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상반기 채용을 진행한 558개사를 대상으로 ‘면접 불참자’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2.6%가 “면접에 불참한 지원자가 있다”라고 응답했다. 상반기 전체 지원자 중 면접에 불참한 비율은 평균 31%였다. 지원자 10명 중 3명이 면접에 불참하는 셈이다.

 그런데 기업들은 면접 불참자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묻지마 지원’(63.1%, 복수응답)을 1위로 꼽았다. 이어 ‘기본적인 예의 부족’(41%), ‘취업의지 부족’(3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62.2%의 기업들은 만약 면접에 불참한 지원자가 다시 지원한다면 ‘무조건 탈락시키겠다’고 답했다. 이어 ‘기회는 주되 감점 처리한다’가 29.7%를 차지했고, ‘채용 평가와는 무관하다’는 응답은 8.1%에 그쳤다. 출처: 뉴시스 2019.6.13


 그런데도 아직도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채용공고가 뜨기 무섭게 미리 준비한 자기소개서를 지원하는 기업에서 정한 양식과 글자 수에 맞추어 적당히 짜깁기하고 회사 이름만 바꾸어서 접수하기 바쁘다.

 이름하여 ‘자소서 돌려쓰기’다. 어떤 기업이든 지원한 직무가 무엇이든 관계없이 자기소개서는 갖다 붙이기 나름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휴대폰을 살 때는 몇 달에 걸쳐 가격·기능 등 관련 정보를 수집해서 꼼꼼히 비교해보고 과자 한 봉지를 고를 때도 원산지와 유효기간·내용물까지 살펴서 깐깐하게 선택하는 사람들이 정작 자신이 들어갈 회사와 일할 직무는 별다른 고민 없이 덥석 지원해버린다.

 어떤 기준으로 지원할 회사를 고를지, 또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민도 않는다. 그저 공채시즌이 돌아오면 취업사이트 등에서 제공하는 ‘공채달력’을 보고는 채용 일정이 빠른 순서대로 지원할 뿐이다. 마치 쇼핑몰에서 옷 사듯, 마트에서 장바구니 채우듯이 어디에 지원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곳에 지원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거나 서류전형에 합격해서 면접을 보러 갈 기업에 제출했던 자기소개서 내용까지 헷갈리기 일쑤다.

 심지어 시중에 나와있는 일부 취업준비서들은 한 곳이라도 더 많은 회사에 지원하는 것이 성공취업의 비결이라며 ‘묻지마 지원’을 한껏 부추긴다. 채용이라는 게임에서는 ‘타율(지원 횟수)’은 의미가 없고 ‘홈런 한 방(합격)’이 중요하다는 식이다.


 한 곳에만 매달리지 말고 최대한 많은 곳에 입사원서를 넣어야 합격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복권 1장을 사는 사람보다 100장을 산 사람이 당첨 확률에서 백배 낫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심리학적으로는 일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통계적으로는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



 물론 지원하는 입장에서야 회사마다 내용을 바꾸어 쓰기가 귀찮고 번거롭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자사에 오랜 시간 관심을 갖고 지원한 직무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과 경험을 꾸준히 쌓아온 지원자를 바랄 것이다.

 당연히 자기소개서에서 ‘모든 회사’가 아니라 꼭 집어서 ‘우리회사’와 ‘채용하는  직무’에 관련된 내용을 기대하지 않을까? 상대에게 ‘원픽’이 되고픈 마음은 취업준비생들만이 아니다. 기업도 똑같다.


 그래서 자기소개서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우리회사와 채용하는 직무에 ‘적합한 인재’ '절실함을 가진 인재'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기업은 자기소개서를 통해 얼마나 우리회사와 직무에서 일하고자 하는 열정을 갖고 있는지, 입사를 위해 그동안 얼마나 노력하고 준비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스펙 자랑만 잔뜩 늘어놓고, 알맹이 없는 쭉정이처럼 정작 지원한 회사와 채용하는 직무와 관련된 내용은 쏙 빠진 자기소개서는 환영받지 못한다. 그래서는 어디에서나 대략 통할 수 있는, 하지만 결국 어디에서도 선택받지 못하는 고만고만한 ‘범용(汎用) 자기소개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Ctrl+c, Ctrl+v로 만드는 자기소개서, 소위 ‘자소서 돌려쓰기'는 스스로 묻지마 지원’, 입사 포기를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구직자 4명 중 3명 기존 자소서 복사해 제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신입·경력 구직자 5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구직자 중 76.6%가 입사지원 시 과거에 써 둔 자소서 문항을 그대로 복사해 제출하는 ‘자소서 복붙’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직자들은 자소서 복붙을 하는 가장 큰 이유로 ‘매번 새로운 자소서를 작성하기 부담스러워서(68.9%)’를 꼽았다. ‘기업마다 자소서 문항이 비슷해서(40.7%)’, ‘자소서 작성 건수가 많다 보니 어쩔 수 없이(23.0%)’, ‘기존에 서류전형에 합격한 자소서라서(검증된 자소서 같아서)(12.9%)’, ‘시간이 촉박해서(12.9%)’ 등이 뒤를 이었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서류, 면접에 AI전형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에 자소서 작성 시에도 기존 자소서를 그대로 복붙 하기보다 지원 기업을 철저히 분석 후 작성하는 준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출처: 조선일보 2020.7.25



 물론 세상에는 분명 행운도 존재한다. 묻지마 지원도 어쩌다 얻어걸려서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도 있다. 그럼 그때부터 부랴부랴 허겁지겁 면접을 준비한다?  

 잘 알지도 못하는 회사와 직무에 “그냥 하나만 걸려라”식으로 지원을 했으니 당연히 면접은 가시밭길이 될 수밖에 없다.


  지원동기 같은 뻔한 질문에도 대답이 군색해진다. 조금만 질문의 난이도가 높아지면 바로 말문이 막힌다. 금세 한 가지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바로 지원한 회사와 직무에 대해 아는 것도, 할 말도 없다는 것이다. 취업이 힘든 게 당연하지 않을까.

 묻지마 지원은 결과를 오롯이 운에 맡기는 복불복(福不福) 게임처럼 치열한 취업경쟁에서 운 좋게 일자리가 얻어걸리는 요행수를 바라는 것과 똑같다.


 그러니 업종 불문하고 자리 따지지 않고 “일단 지원하고 보자” 혹은 “하나만 얻어걸려라”라는 식으로 취업시장에 무작정 뛰어들어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당연지사다.

 기업이 원하는 ‘적합한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묻지마 지원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지원하는 기업을 무작정 늘리기보다는 정말 나와 잘 맞고 꼭 가고 싶은 곳에 집중하는 편이 오히려 취업의 성공확률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취업준비생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최근의 역량중심 채용 트렌드에 비춰보면 100번의 ‘묻지마 지원’보다 1번의 ‘준비된 지원’이 훨씬 더 성공취업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혹시나 면접, 특히 합격여부를 결정짓는 최종면접에서 여러 번 탈락의 아픔을 겪은 청춘이라면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다음은 필자가 최종면접에서 지원자들에게 건네는 마지막 멘트다. “오늘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그 자체만으로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한 인재들이십니다. 서류전형부터 필기시험, 1차 면접에 이르기까지 여러분이 얼마나 많은 경쟁자들을 뒤로하고 여기에 오셨는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혹시나 오늘 면접의 결과가 여러분이 바라시는 결과가 아니더라도 절대 자책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이 무언가 부족하거나 잘못한 게 아니라 그저 우리회사와 더 잘 맞는 지원자가 있었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면접은 더 잘난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누가 더 우리회사와 잘 맞을 것이냐를 판단하는 자리이니까요


 그저 지원자들을 위로하려는 입에 발린 소리나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다. 누구나 면접에서 떨어지면 이유를 궁금해한다. 실제로 탈락 사유를 기업에 문의하는 취업준비생들도 적지 않다. 당연히 궁금하겠지만 아무리 물어도 야속한 기업은 대답이 없다.

 하지만 기업도 곤혹스럽다. 사실은 알려주지 않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대부분은 똑 부러지게 말해줄 이유가 없어서다. 탈락한 사람들이 딱히 어디가 모자라거나 잘못해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단지 자신보다 지원한 회사나 직무와 더 케미가 좋은 지원자들과 함께 면접을 본 ‘불운’을 탓해야 한다.


  (우리회사와 채용하는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찾는 기업에게 애당초 어떤 인재가 좋고 나쁘고는 없다. 우수하거나 모자란 인재도 있을 수 없다. 오직 적합하냐 적합하지 않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만약 완벽하게 봤다고 생각한 면접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는다면 그건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다.

 ‘내’가 어디가 모자라고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저 나보다 더 케미가 잘 맞는 지원자에게 기회가 돌아갔을 뿐이다. 나와 완벽한 케미를 이루는, 그래서 나의 진가를 알아채서 나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고 공감해줄 기업에 지원했다면 결과는 분명 달라졌을 테다.  


  “면접관의 질문에 이상하게 입이 얼어붙은 듯 말이 나오지 않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져서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면접시간 내내 더듬거리고 얼버무리다 면접을 망치고 말았다

  만약 앞의 말이 “딱 내 애기”라고 느낀다면 그리고 면접을 망친 후에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 탓이라고 자책한 경험이 있다면 이제는 생각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성격 탓이나 떨려서 말을 못 한 게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못한 게 아니라 어쩌면 애당초 할 말이 없었던 게 아니었을까?”


 면접을 망친 진짜 이유는 “수많은 기업 중에 왜 굳이 우리 회사인지?” 또 “우리회사는 왜 당신을 꼭 뽑아야만 하는지?”라는 뻔한 질문에도 꺼내놓을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아무리 스펙을 많이 쌓고 면접 경험이 쌓인다고 한들 결과는 크게 달라질 게 없다.


 면접에 가기 전에 스스로에게 자문(自問)해 보라. “이 회사에 입사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회사가 나를 뽑아야 하는 이유”를 다른 사람 아닌 자신에게 설득해보라는 것이다. 아마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은 나 스스로를 설득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실감하게 될 테다.

 그러나 다른 사람 아닌 먼저 나부터 설득시켜야 한다. 스스로 확신해도 타인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은데 자신조차 납득을 못하면 설득은 불가능하다. 스스로에게도 믿음을 주지 못하면서 어떻게 타인의 믿음을 얻을 수 있을까?


 그런데 면접에 와서야, 다른 지원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난 다음에야 자신이 회사를 선택한 이유와 회사가 자신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된다. 하고 싶은 말을 못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뒤늦게 ‘현타(현실 자각 타임)’를 맞이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후회한들 어쩌랴. 버스는 이미 지나갔다. 어쩌면 우리가 취업을 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가 아닐까.


 온갖 자격증과 화려한 스펙을 갖추고도 번번이 취업 문턱에서 고배를 마시는 취업준비생들은 인재를 몰라보는 안목 없는 기업을 탓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세상에 10번을 찍어도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 문제는 어떤 ‘도끼날’로 찍는 가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라고 했다. 제대로 날을 갈지 않아 녹슬고 무딘 도끼로는 100번, 1000번을 찍어도 나무는 절대 넘어가지 않는다. 만약 열 번을 찍어도 넘어가지 않는다면 야속한 나무를 원망하기보다 내가 들고 있는 도끼의 날부터 점검하는 게 올바른 순서가 아닐까?

 취업에 실패하는 이유는 정작 내 안에 있는지 모른다. 누군가를 탓하기에 앞서 먼저 나에게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만일 내게 나무베기를 위해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도끼날을 가는데 45분을 쓰겠다”- 에이브러햄 링컨


   취업준비생들은 가고 싶은 한 기업만 지원할 수 없는 요즘 취업시장의 현실을 토로한다. 하지만 기업은 거꾸로 되묻고 싶다. “과연 가고 싶은 곳이 있기는 한 건가?” 입사를 희망하는 기업이 있다면 지금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진심으로 그 기업에 들어가고 싶은가?” “그곳에서 진짜 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 그 회사에 그리고 그 일에 앞으로의 인생 전부를 쏟아부어도 좋을 만큼 절실하게 원하는지를 자문해보라.


 만약 자신이 정한 방향에 확신이 선다면  전부를 걸어야 한다. 온몸을 불태워서 치열하게 준비해야 한다. 뿌려야 수확할 수 있는 게 인생이다. 열매를 얻고 싶으면 먼저 땅을 일구고 씨앗을 뿌려야 한다. 그런 후에야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그것이 바로 세상의 이치다.

 누군가의 말처럼 “성공은 선불이다” 취업도 마찬가지다. 지금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이 생각해 보라. 취업을 꿈꾸는 당신에게는 진정으로 원하는 무언가가 있는가? 그리고 그를 위해 지금 씨앗을 뿌리고 있는가?


 그런데 지마 지원을 말리고 싶은 궁극의 이유는 눈앞의 취업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앞으로 펼쳐질 여러분의 소중한 미래를 생각해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정한 성공취업을 위해서다.

 흔히 어떤 일이든 ‘첫 단추’를 잘 꿰야한다고 말한다. 첫 단추를 잘 꿰면 다음 단추도 수월하게 꿸 수 있다. 하지만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는 채울 구멍이 없어진다.

 첫 깃발을 잘 꽂아야 한다” 오래전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알아보러 다니던 필자에게 한 선배가 지나가는 말처럼 툭 던진 조언이다. 어느 곳이든 터 잡으면 이사가 힘들기 때문이다.


 ‘정들면 고향'이라는 말처럼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할 수 있지만 한 해 한 해 살면서 익숙해지면 어지간해서는 그곳을 떠나지 못한다. 가족 같은 이웃과 너무 정이 들어서 혹은 아이의 전학 문제 등으로 시간이 갈수록 이사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결국 필자는 신혼 때 살던 동네에 아직 살고 있다. 또 첫 직장을 지금까지 다니는 중이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첫 깃발 주위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셈이다.


 기업들은 ‘시장 선점(先占)’에 사활을 건다. 경쟁이 치열한 비즈니스의 서계에서는 맨 처음 도착해서 깃발을 꽂는 자가 승자이고, 또 시장을 선점한 승자만이 살아남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인생에서도 그럴까? 하지만 취업이란 삶의 한 여정에서는 언제나 먼저 깃발을 꽂은 사람이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필자는 “첫 깃발을 잘 꽂아야 한다”라는 말은 취업준비생들이 진로를 선택할 때도 가슴에 아로새길 교훈이 아닌가 싶다.



  다만 이 말을 살짝 고쳐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다. “첫 직장(직무)을 잘 선택해야 한다” 물론 당장은 “아무 데나 일단 붙고 보자”는 생각이 앞서고 “뭐 이 회사에 뼈를 묻을 것도 아닌데 여차하면 이직하면 되지” 마음 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업생활을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하는 가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다. 취업의 첫 단추인 첫 직장 또는 첫 직무가 앞으로 여러분의 직업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그야말로 엄청나다.

 처음에 입사한 회사와 직무에서 계속 경력을 쌓을 수도 있고, 이직을 하더라도 그동안 일했던 회사와 직무에서 쌓은 경력이 디딤돌이나 혹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첫 직장에서의 경력을 발판으로 손쉽게 재취업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재취업에 유리해서 혹은 경력을 인정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진저리 쳤던 첫 직무에 다시 지원하는 아이러니가 빚어지기도 한다. 처음의 잘못된 선택이 두고두고 청구하는 비용인 셈이다. 첫 직장이나 첫 직무의 그림자를 떨쳐내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얘기다. 아니 앞으로 회사를 옮기고 어떤 경력을 쌓더라도 첫 직장이 어디였고, 첫 직무가 무엇이었는지는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첫 단추의 중요성_첫 취업, 첫 직장의 중요성

 첫 취업은 앞으로의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일이다. 처음으로 발을 들인 업계나 직무가 앞으로 몇십 년 동안 해야 할 일을 결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된다. 이직을 위해 최소 2~3년은 버텨야 하고, 2~3년 뒤에 경력직 이직은 당연히 그동안 해온 업무 혹은 동종업계로 가능하다. 자연스럽게 처음 시작한 일, 처음 시작한 업계에서 계속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직할 때에도 첫 직장에서의 연봉이 새로운 계약의 기준이 되며 첫 직장에서 담당했던 업무의 범위가 이번 회사에서 맡게 될 업무와 연관되어 이어진다. 출처: blog.naver.com/gnine01/222071641390


 평생의 반려자를 찾는 결혼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신중해야 할 선택 중 하나다. 그래야 오래오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 취업도 배우자를 고르는 것만큼이나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 문제다.

 직업생활도 몇 년으로 마무리되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평생을 함께 가야 할 마라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행복한 직업생활이 되려면 ‘밥벌이 수단’을 넘어 내가 하는 일에서 가치와 보람을 느껴야 한다. 일에서 가치와 보람을 찾을 수 있을 때 삶의 행복이 찾아온다.

  그런 사람은 행복하게 일하면서 일을 통해 계속 성장할 수 있다. 자신의 일에 열정과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취업, 특히 ‘평생 일터’나 ‘평생 할 일’로 이어질 수 있는 첫 직장(직무)은 당연히 ‘묻지마 지원’이 아니라 꼼꼼히 알아보고 선택해야 한다.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했다. 한 치 앞을 모른다는 데 인생의 묘미가 있다.

 삶은 예측 불가능하다. 어느 순간 ‘때문에’가 ‘덕분에’로 바뀌고, 불행이 행복이 되는 반전의 연속이다. 엊그제는 좋았다가, 좋았던 그것 때문에 나빠진 어제, 오늘은 그것 덕분에 다시 좋은 일이 생긴다. 그렇게 희비가 엇갈리는 나날이 반복되는 게 바로 우리의 삶이다.


 취업이라는 인생의 한 여정에서도 그러하다.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 된다”는 옛말 그대로 처음의 성공이 인생의 중요한 고비마다 발목을 잡기도 하고, 처음의 쓰디쓴 실패가 전화위복이 돼서 날개를 단 듯 미래의 성공을 불러오기도 한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직업생활에서는 첫발을 어떻게 내딛는가는 정말 중요하다. 앞으로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첫 직장 또는 첫 직무는 중요한 의미가 있고 그만큼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묻지마 지원’과 ‘어쩌다 취업’은 ‘갓생살이’가 아닌 ‘노답’이 될지 모른다. 자칫 자신에게도 지원한 기업에게도 최악의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그러니 묻지마 지원은 절대 정답이 아니다.

 제발 이 글을 읽은 독자분들만큼은 생전 처음 이름을 들어본 회사에 보낼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느라 ‘복붙(복사+붙여 넣기)’하고 글자 수 맞추기 위해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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