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후기에는 '전기수'라는 직업이 있었다. 일반 백성들 사이에 『춘향전』,『심청전』,『임경업전』같은 소설이 크게 인기를 끌자 글을 모르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소설(小說)을 신명 나고 재미있게 읽어준 전문적인 이야기꾼들을 말한다.
이들은 그냥 읽어만 주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내용의 흐름에 따라 소설 속 등장인물의 말투와 행동거지, 감정까지 사실감을 살려 표현해 냈다.
덕분에 청중들은 전개되는 소설 내용에 따라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등장인물들의 희로애락을 쫓아 이야기에 몰입했다.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전기수는 '거리의 스토리 텔러(Story-Teller)'였던 셈이다. 똑같은 이야기도 어떤 사람이 하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재미있고 흥미진진한데 다른 사람이 하면 지루하고 따분하게만 느껴질 때가 있다. 이유는? 말하는 요령의 차이다.
자기소개서도 마찬가지다. 설득의 효과를 높이려면 기업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경험을 소재로 삼는 것에 못지않게 선택한 경험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누구나 이야기꾼, 즉 ‘스토리 텔러’가 되어야 한다. 특히 경험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려면 무엇보다 경험의 ‘결과(Results)’가 아닌 ‘과정(Process)’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경험의 결과가 ‘무엇(What)’이라면 과정은 “왜(Why)”와 “어떻게(How)”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무슨 경험을 했다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경험을 왜 하게 됐고, 어떻게 했고 또 그를 통해 어떤 점을 배우고 느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만 있고 ‘왜’와 ‘어떻게’는 아예 빠져있거나 지나치게 비중이 작은 자기소개서들이 부지기수다.
많은 지원자들이 자기소개서에서 경험을 소개할 때 학점·자격증·어학성적·공모전 수상실적 등 있는 그대로의 사실(Facts)인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온갖 수치와 미사여구를 앞세워 딱히 특별할 것 없는 자랑거리들을 끝도 없이 늘어놓기 바쁘다.
아래의 자기소개서가 그런 사례다.
"탁월한 리더십 역량을 맞춘 미래의 준비된 리더"
Q:지원자의 (직무) 역량을 입증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경험(사례)을 소개해주세요.
저는 탁월한 리더십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팀 활동의 리더로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며, 리더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00 기업 전략기획실 인턴십에서는 제가 팀장으로 이끌었던 한국과 중국 2개 팀이 최종 평가에서 22개 팀 중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만들어 냈습니다.
또 회장을 맡았던 마술동아리를 중앙 동아리 승격과 함께 사상 최초로 대기업 스폰서를 유치하여 역대 최대 규모의 인원이 활동하는 동아리로 성장시켰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한 은행의 홍보대사 활동에서도 팀장을 맡아 다양한 홍보활동을 기획하며 최종 평가에서 팀 우수상을 수상했고, 직접 팀을 구성해 참가한 프랜차이즈 공모전에서도 1인 식당을 제안하여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팀 업무에서 더욱 극대화되는 저의 역량과 성취의 경험은 입사 후 직무에서의 성과 창출은 물론 향후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 성장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지원자는 수상실적 등 '결과'를 앞세워서 자신이 탁월한 리더십 역량을 보유했음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빛나는 결과를 만들기까지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했는지, '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친절은 베풀지 않는다.
과정은 일절 언급하지 않으니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지원자가 생각하는 리더십은 무엇인지, 그를 실제 어떻게 적용했는지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이렇게 대부분의 자기소개서는 과정(Process)은 쏙 빠진 채로 자격증이나 공모전 수상실적 등 자랑하고 싶은 경험의 결과(Results)를 보여주기 식으로 나열하기 급급하다.
결과에만 치우쳐서 단순한 사실(fact)은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경험을 하게 된 이유 등 과정에 대한 설명에는 아주 인색하다. 비유해서말하자면한쪽으로기울어진 ‘시소’다.
균형이 무너진 것이다. 균형은어느한쪽으로치우치지않는것이다. 균형을 잡는 건 언제나 어렵다. 하지만 균형은 모든 일에 아주 중요하다. 어떤 일이든 균형이무너져 버리면문제가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과(자랑)에 치우친 자기소개서도 마찬가지다.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저 밑도 끝도 없는 자랑이 계속될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 있어하는 부분을 힘주어 강조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대충 넘어가는 성향이 있다.
그러나 자기소개서는 기업의 시각에서 써야 하는 글이다. 보유한 자격증의 개수나 공모전 수상실적처럼 지원자가 자랑하고 싶은 빛나는 경험의 결과물은 대부분 이력서(입사지원서)에 적혀 있다. 기업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굳이 자기소개서에서 다시 접하고 싶은 이유가 있을까?
그렇다면 자기소개서를 별도로 요구하는 의미가 없다. 기업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종합해서 지원자를 평가한다. 이유가 무얼까? 결과 중심으로 작성된 이력서만으로는 그러한 결과를 가져온 동기나 과정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앞에서 이력서는 스펙을 중심으로 지원자가 제공하는 나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 자기소개서는 이력서만으로는 보여주기 힘든 나에 대한 지원자의 ‘주관적인 생각’을 담고 있다고 했다.
이 차이점을 기억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내용은 반드시 차별화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이력서가 결과에 초점을 맞춘다면 자기소개서는 과정에 무게중심을 두어야만 서로 보완이 되고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
우리가 자기소개서를 쓰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읽는 사람을 ‘설득’ 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단순한 자기소개가 아니라 나를 뽑도록 만드는 것이 자기소개서의 목적이다.
당연히 자기소개서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쓰고 싶은가가 아니다. 정작 중요한 건 읽는 사람이 ‘어떻게’ 읽는 가다.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가다. 자기소개서는 독자인 기업의 입장에서 써야 하는 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업은 객관적이고 수치화될 수 있는 ‘경험의 결과’보다는 ‘경험의 과정’에 투영된 지원자의 인생관·직업관·가치관·열정·절실함 같은 ‘무형의 가치’를 더 눈여겨본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경험을 꼼꼼히 들여다보아야만 “지원자는 어떤 사람인지?” “왜 우리회사에 지원했는지?””왜 지원한 직무를 희망하는지?” “우리회사와 지원한 직무에 잘 맞을 사람인지?” “왜 우리회사는 지원자를 뽑아아만 하는지?”에 대한 다면적이고 심층적인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성장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라는 말처럼 경험의 과정이야말로 지원자가 어떠한 사람인지를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구체적인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기업은 지원자가 무엇을 얼마만큼 했는지가 아니라 왜? 그러한 경험이나 활동을 했고, 그를 통해 어떻게 달라졌는지,
특히 ‘자기 성찰’ 등 내면의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성장한다는 것은 생각이 자라고 내면을 단단하게 다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험의 이유나 배경, 경험을 하는 과정에서 길어 올린 배움과 깨달음, 그리고 경험을 통한 배움과 깨달음을 지금의 입사지원과 자연스레 연결하는 것이 자기소개서에서 가장 부각해야 할 포인트다.
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자면 다음은 “창의적인아이디어나발상의전환으로새로운시도나기존과다른방법으로문제를해결했던경험”을묻는질문에대해답한내용이다. 어떤문제에직면했고또문제를어떤관점에서바라보고어떻게접근했는지문제해결의모든과정을읽는사람이마치눈앞에서들여다보는착각이들정도로구체적으로기술하고있다. 이렇게경험을소개할때과정에대한세부적인설명까지곁들여지면설득력이더욱배가된다.
‘One more Korean’, ‘Only One Korean’
어린 시절, 해외지사로 발령받으신 아버지를 따라 인도네시아로 가게 되었습니다. ‘명랑 소녀’라는 별명처럼 처음 만난 친구들과도 금세 친해지는 밝은 성격이기에 외국 친구들과도 잘 어울려 지낼 수 있을 거라는 부푼 기대를 안고 한국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처음 학교에 가자마자 제가 들었던 소리는 ‘One more Korean’이었습니다. 학생의 절반 정도가 한국인이었기에 저는 외국인 친구들에게는 그저 많은 한국인 중 하나였을 뿐입니다.
게다가 한국 학생들이 대체로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자기들끼리만 무리를 지어 다닌다는 이미지까지 더해져서 외국인 친구들은 제게 좀처럼 마음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외국인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제가 자신 있는 수학을 떠올렸습니다.
수학은 만국의 공통 언어인 만큼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저도 쉽게 가르칠 수 있는 과목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바로 학교 게시판에 방과 후 수학을 가르쳐주겠다는 공고를 붙였습니다.
수학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이 많았서였는지 방과 후 교실에 대한 호응은 예상보다 뜨거웠습니다. 그리고 수학을 가르쳐주며 자연스럽게 외국인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일단 마음이 열리자 서투른 영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저는 외국 친구들 사이에서 ‘One more Korean’이 아닌 ‘Only one Korean’으로 자리 잡았습니다.이러한 경험은 상황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소극적인 자세가 아니라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먼저 나서서 새로운 시도를 통해 변화를 추구하는 적극적인 성격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음의 자기소개서도 결과가 아닌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경험을 효과적으로 전달한 경우다.
*잘못된 통역에서 얻은 교훈
Q: 00 은행에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본인이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역량은 무엇입니까?
“피땀 어린 고객님의 소중히 돈을 관리하는 은행원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꼼꼼함과 신중함을 갖춘 '준비된 은행원'이라 자부합니다. 저는 ‘카투사’로 군 복무를 했습니다. 미군과 근무하며 처음 통역업무에 나섰을 때, 아주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미군들이 자주 쓰는 용어 중에 하나가 ‘Battery’입니다. ‘포대’를 가리키는 이 말을 저는 ‘전지’라는 일상적인 의미로 통역했습니다.
사실 통역을 하면서도 분명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명색이 ‘통역병’인데 차마 모른다고 말하기가 민망했습니다. 그러다 한국군 장교와 미군 장교 간에 용어로 인한 오해가 빚어져서 상당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결국 잘못된 통역 때문임이 밝혀졌고 당연히 큰 질책이 따랐습니다.
처음에 Battery의 뜻을 모르겠다고 말했으면 될 일을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큰 문제로 키우고 말았던 것입니다. 저는 이 일을 계기로, 어떤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잘 모르는 부분이 생기면 항상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습니다.
앞으로 은행생활을 하면서도 이때의 실패를 교훈 삼아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실 '결과'라는 관점에서 보면 자기소개서에서 내세울 경험이 못 된다. 아니 사실은 당연히 감추야 하는 부끄러운 치부 일지 모른다. 아주 단순화하면 군대에서 잘난 척하다가 사고 친 사연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정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흔해빠진 밋밋하고 진부한 성공담보다는 오히려 이런 실패담이 눈길을 끌 수 있다.
그 실패가 앞으로 지원자가 우리회사에 들어와 겪게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한 ‘예방주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은 지나간 경험을 통해 자신이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인재, 실패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인재임을 보여주는 지원자를 원한다.
“나는 발을 헛디뎌 보지 않은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소설 <닥터 지바고> 中
*자만의 결과(은행 합격자)
“지난해 이맘때 저는 가장 가까운 친구와 전혀 반대의 길을 걸었습니다. 한 집에서 동고동락하면서 똑같은 은행을 취업목표로 정한 저와 친구는 지난해 하반기 OO은행에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필기시험과목 중 논술에 상당히 자신감이 있었고 친구는 한숨만 내쉬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친구를 위해 예상문제와 작성방법을 밤낮없이 열심히 알려주었습니다. 드디어 논술시험 날짜가 다가왔고 자신만만하게 시험장에 들어간 저와 달리 친구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합격통보를 받은 사람은 제가 아닌 친구였습니다. 친구는 여세를 몰아 결국 은행원의 꿈을 이루었고 가슴 한구석에 자만심이 가득했던 저는 실패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하지만 이 경험은 제가 불합격이라는 실패를 딛고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입사하게 된다면 늘 겸손한 마음으로 그리고 배우는 자세로 고객을 모시는 은행원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업이 자기소개서에서 눈여겨보는 부분은 경험의 결과가 아니다. “왜 자격증 취득이나 공모전에 도전하게 되었는지?”또 그러한 도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실패와 좌절, 그리고 극복의 경험, 문제 해결이나 목표를 향한 노력 등 내면의 변화를 보여주는 ‘경험의 과정’이다.
그래야 그 경험이 어떻게 지원자의 발전과 성장의 계기가 되었는지, 지원한 직무와의 관련성 등 기업의 입장에서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가 가능해진다. 즉 지원자가 자신의 경험에 부여한 의미나 가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한마디로 경험을 설명할 때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까지 묘사할 때 더 생생하게 다가오고 읽는 사람이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소리다.
이를 역량(Skill)의 관점에서 설명하면 더욱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여러분이 입사 후에 직무(job), 즉 ‘회사에서 맡은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역량(Skill)은 크게 하드 스킬(Hard Skill)과 소프트 스킬(Soft Skill)로 나뉜다.
하드 스킬은 학위·자격증·외국어 능력 등 해당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요건(technical requirement)을 충족하는 가로 평가한다. 쉽게 말해 ‘스펙’이다.
그럼 소프트 스킬(Soft Skill)은 무엇일까? 기술적 측면이 아니라 소통과 협업 등 (인간) 관계적인 측면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이다. 기업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들은 회사 안팎의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소프트 스킬을‘피플(혹은 휴먼) 스킬(people Skill)’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이 지원자에게 바라는 소프트 스킬의 영역은 소통과 협업을 포함해서 리더십, 문제 해결 능력, 팀웍 등 일((job)과 사람(people)을 모두 아우르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예전에는 하드 스킬, 즉 스펙 좋은 사람이 채용시장에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요즘은 ‘소프트 스킬의 시대’라 할 만큼 채용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하드 스킬보다는 지원자의 소프트 스킬이 조직 적응과 성과창출에 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기업들이 경험으로 알게 됐기 때문이다.
하드 스킬(Hard Skill)과 소프트 스킬(Soft Skill)의 가장 큰 차이점은 (체계적인) 학습을 통한 습득 가능성과 계량화의 용이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하드 스킬은 학습을 통해 향상할 수 있고 계량화(計量化), 다시 말해 숫자로 표시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역량의 보유 여부나 수준을 손쉽게 평가할 수 있다는 애기다.
바꿔 말하면 (지원자가) 소프트 스킬이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를 척 보면 안다. 예컨대, 어학능력은 어학 점수를 보면 대충 알 수 있다.
하지만 소프트 스킬은 하드 스킬과 달리 학습을 통해 취득하기 어렵다. 즉 배우거나 가르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소프트 스킬은 학습이 아니라 경험이 쌓이면서 습득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정량화나 평가가 힘들다.
그래서 기업들은 소프트 스킬 보유 여부나 깊이를 지원자의 경험을 통해 파악한다. 특히 경험의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눈여겨본다. 하드 스킬(Hard Skill)은 경험의 결과만으로 알 수 있지만 소프트 스킬(Soft Skill)은 경험의 과정을 꼼꼼히 들여다보아야만 제대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원자가 공모전에 단체로 참가해 최우수상을 받았다면 수상(실적)이 지원자의 하드 스킬인 셈이다.
하지만 팀웍, 리더십 등의 소프트 스킬은 지원자가 팀원들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며 그러한 결과(수상)를 만들어 냈는지 과정을 면밀하게 들여다보아야만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하드 스킬(Hard Skill)이 아니라 소프트 스킬(Soft Skill)을 중시하는 기업은 (경험의)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평가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당연히 자기소개서 평가위원들도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해주는 자기소개서에 더 후한 점수를 준다.
경험의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커뮤니케이션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자기소개서는 기업이라는 고객에게 나를 알리는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의 저자 사이먼 사이넥(Simon Sinek)은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골든 서클(Golden Circle)’ 이론을 주장했다. 핵심을 요약하면 사람들은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대체로 What(결과)→How(방법)→Why(이유) 순으로 전개한다.
그런데 ‘골든 서클’ 이론에 따르면 그런 순서로는 사람들을 이해시킬 수는 있어도 공감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한다. ‘설명’은 가능하지만 ‘설득’은 어렵다. 설명과 설득, 무엇이 다를까? 입장(관점)에 차이가 있다.
설명이 내 입장에서 쓰기(말하기)라면 설득은 상대방 입장에서 쓰고 말하는 것이다. 설명에 그치느냐 혹은 설득에 성공하는 가는 결국 나와 상대방 중에 누구를 중심에 두고 쓰는(말하는) 가에 달려있다.
설득하려면 사람들이 설득당하는 이유를 먼저 알아야 한다. 설득의 성패는 (상대방의) 공감에 달려 있고, 공감의 출발은 관심이다. 하지만 ‘왜’를 모르면 혹은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무엇을·어떻게에 대해서는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어떤 문제든 근본적인 질문은 대체로 왜?로 시작한다. 어떤 일을 왜 했는지 납득할 수 없는데 그 일을 어떻게 했는지가 궁금할 턱이 있겠는가? 그러나 ‘왜’를 알면 자연스레 무엇을·어떻게에 대한 관심이 따라온다.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사람들을 설득할 때는 ‘왜’가 가장 중요하다. 사람은 진정 무엇으로 설득되는가? 사람들은 상대방이 말하는 ‘무엇’에 설득당하지 않는다. 말하는 ‘이유’에 마음이 움직여야만 비로소 설득이 된다.
타인의 말이나 행동 뒤에 숨은 이유를 알고 이해하는 것만큼 사람들의 흥미를 돋우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즉 설득의 포인트는 ‘이유’다.
그래서 사이넥에 따르면 설득의 달인들은 Why(이유)→How(방법)→What(결과) 순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왜 귀를 곧추세워야 하는지 이유부터 말해준 다음 구체적인 내용을 들려준다. ‘왜(Why)’를 가장 먼저 내세운다는 얘기다. ‘왜’와 ‘결과’의 자리를 맞바꾼 것이다.
결국 설득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왜’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골든 서클’ 이론을 ‘Why로 시작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라고도 한다.
“성공하려면 ‘무엇을(What)’, ‘어떻게(How)’할까 가 아니라 ‘왜(Why)’ 이 일을 하는가를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사이먼 사이넥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얘기하자면 자기소개서의 목적은 ‘설득’이다. 바꿔 말하면 자기소개서는 설득하는 글이다.
우리가 경험을 자기소개서에서 소개하는 이유도 그를 통해 내가 (지원하는 회사와 직무에) ‘적합한 인재’ ‘준비된 인재’ 임을 설득하기 위해서다.
당연히 경험을 언급할 때 ‘무엇’을 설명하기에 앞서 ‘왜’를 먼저 들려주고 이해하게 만들어야 한다. 성취(결과)를 나열하기보다는 동기(과정) 위주의 서술이 읽는 사람의 마음을 열고 나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데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럴듯해 보이는 성취는 누구나 가능하지만 그 이유나 의미를 제대로 설명하기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그러한 경험을 했는지를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한 다음에 그러한 경험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그래서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를 소개하면 된다. 그래야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설득할 수 있다.
예컨대, 프로젝트 경진대회에서 수상한 경험을 소개한다면 ‘경진대회 수상’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어떤 배경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는지, 그 안에서 자신은 어떤 역할을 맡았고, 어떤 문제의식을 가졌는지, 또 그러한 문제의식을 어떻게 구체화했는지, 즉 어떤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해서 해결방안을 찾았는지를 설명하는 흐름으로 세부적인 내용 중심으로 정리하는 식이다.
이렇게 과정에 초점을 맞추면 내용 면에서 한층 풍성하고 매력적인 자기소개서를 쓸 수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만약 지원한 직무와 관련된 자격증이나 경력 등 직무역량을 입증할 수 있는 직접적인 경험이 부족하다면 흔히 하듯 없는 사실을 지어내거나 부풀리기보다는 자격증 도전 등 직무역량을 개발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는 편이 훨씬 낫다.
예를 들어 “지원한 기업과 직무에서 필요로 하는 OO역량을 키우기 위해서”와 같이 “왜? 그 자격증에 도전하게 됐고 자격증 취득에 성공(또는 실패)하는 과정에서 진로와 관련된 소중한 배움과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서 자격증 도전 경험은 결과물인 자격증 자체보다는 ‘나’를 돌아보고 취업목표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된 기회였다” 는 식으로 전달하는 게 훨씬 읽는 사람의 가슴에 와닿고 울림을 준다. 이런 형식으로 서술한다면 입사에 대한 열정과 절실함을 자기소개서에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다.
또 공모전 참가 경험은 “비록 입상에는 실패했지만 언제나 ‘인풋(Input)’만큼 ‘아웃풋(Output)’이 나오지는 않기 때문에 결과보다는 과정에 가치를 두고 과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공모전 참가를 통해 얻었다”는 식으로 소개하는 것이다.
결과 자체가 아니라 과정을 통해 경험을 자신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근거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과정과 결과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똑같은 경험이라도 내용과 깊이가 확연히 다르게 느껴진다. 아니 자기소개서의 ‘격’이 달라진다.
글은 무엇을 강조하고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따라 ‘임팩트’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결과만 나열하는 자기소개서는 결코 환영받지 못한다.
서류 전형만이 아니다. 결과가아닌과정중심으로잘쓰인자기소개서는면접 분위기까지좌우한다. 면접관은자기소개서내용을바탕으로질문을할수밖에없다. 지원자에대해가장궁금하고흥미로운이야기가담겨있기때문이다.
지원자입장에서내가가장자신있고질문받고싶은이야기중심으로자연스레면접의흐름을끌어갈수있다는애기다. 자기소개서에서 경험을 언급할 때 결과의 단순한 나열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