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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Mar 31. 2022

일구이무(一球二無), 일사이무(一社二無)

자기소개서의 정석-7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써야 할까? 취업은 ‘나’라는 상품을 세일즈 하는 마케팅이다. 취업을 마케팅으로 이해하면 성공취업을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기업이라는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에 맞추어 ‘나’를 가장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



 당연히 자기소개서도 ‘내’가 아닌 지원하는 ‘기업’의 시각에서 작성해야 한다. “기업이 듣고 싶은 얘기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이 “(기업이) 듣고자 하는 대답이 정해져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기소개서는 결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가 아니다. 정답도 정형화된 평가기준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소개서 작성은 정해진 공식에 대입하면 해결되는 ‘문제풀이’와는 다르다. 정답이 있는 시험문제가 아니기에 평가자들의 주관이 개입되는 ‘정성적 평가’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자기소개서에 정답이 있다면 기업들이 굳이 업무에 바쁜 많은 직원들을 평가에 투입할 까닭이 없다. 간단히 돈을 주고 외부(업체)에 맡기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정답을 찾아 헤매느라 아까운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고 있다. 학창 시절 내내 선다형 문제의 정답을 고르는 문제풀이에만 익숙해져서다.



 또 자칭 전문가들과 관련 서적들이 무의미한 자기소개서 정답 찾기를 부추긴다. 예컨대, 어떤 자기소개서 책이나 유튜브에서는 ‘군대 경험’은 남자 지원자들에게는 너무 흔해 빠졌고여자 지원자들에게는 성차별적 질문이 될 수 있어서 기업이 선호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래저래 군대 이야기에는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는 말이다.

 필자도 술자리에서 회자되는 군대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누군가 물꼬를 틀면 앞다퉈 별반 차이 없는 군대 경험담을 풀어놓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이야기가 군대 이야기, 축구 이야기, 그중 제일을 군대에서 축구했던 이야기라고 할까.


 군대 경험을 쓰면 안 되는 더 그럴싸한 이유를 대는 전문가들도 있다. 위계(Hierarchy) 중심인 군에서는 수동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업에 어필할 수 있는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모습을 보여주기가 어렵기 때문이란다. 앞선 주장보다는 그래도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경험 자체로만 판단한 일이 아니다. “군대에서 행군하고 축구했다”는 진부한 내용만으로 채워진다면 식상할지 모르지만 군생활에서 가치관이나 진로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마 군생활의 경험을 소재로 한 다음의 사례를 읽고 나면 누구나 “군생활에서 창의적인 경험을 했다”는 지원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테다. 한마디로 지원자의 역량을 어필할만한 경험으로 손색이 없다.


*10만 국군 훈련병에게 추억을 선물하다!(OO자동차 합격자)

Q: 새로운 시도를 통해 문제를 문제를 해결한 경험

“육군훈련소 본부 행정병으로 복무하던 시절, 훈련병들에게 메모장 겸 일기장으로 제공하는 <수양록>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자대에 배치되기 무섭게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모습을 보며 문제의식을 가졌습니다. 매년 10만 명 이상의 훈련병이 입소하는 상황에서 아무런 쓰임새가 없는 수양록을 관행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틈틈이 시간을 쪼개서 개선방안을 정리했고, <국방경영효율화 아이디어 공모>에 수양록 개선 의견을 담은 제안서를 제출하였습니다. 군 복무 기간 동안에는 일상을 틈틈이 기록하고, 전역한 후에는 군생활을 추억할 수 있는 ‘통합 다이어리’ 형태로 만들자는 내용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이디어 공모 수상의 영예와 함께 육군의 모든 훈련병에게 지급하던 수양록이 제가 제안한 ‘통합 다이어리’로 바뀌는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도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군생활에서 가장 큰 보람을 맛본 경험이었습니다”


 군대 경험만이 아니다. “자기소개서 각 항목 별로 하나의 경험을 상세하게 쓰기보다는 2~3개 정도의 경험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합격하려면 자기소개서 전체에 걸쳐 경험을 최소한 몇 개 이상 소개해야 한다” “지원동기를 작성할 때는 어느 정도 기간이 경과한 경험을 활용해야 고득점에 유리하다. 너무 최근의 경험은 급조한 듯한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과정에는 스무 살 이후의 경험을 언급해야 한다” “갈등 해결 경험을 소개할 때 단순히 갈등을 봉합한 수준이어서는 곤란하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서 해결한 경험이어야 좋은 평가를 받는다” 는 식의 청춘들 사이에서 마치 취업의 비법인 듯 떠도는 그럴듯한 공식들도 근거 없는 ‘카더라 통신’ 일뿐이다.


 핍진성(逼眞性·그럴싸함)은 높지만 그렇다고 수학 공식처럼 딱딱 들어맞는 자기소개서의 정답이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는 어렵다. 자극적인 거짓이 사실보다 더 솔깃하게 들리기 마련이다. 

 다음은 필자가 알고 있는 기업들의 일반적인 자기소개서 평가 기준이다. 일종의 ‘오피셜’인 셈이니 여러분의 ‘뇌피셜’ ‘지피셜’과 찬찬히 비교해보라. 온갖 ‘뇌피셜’ ‘지피셜’들이 서류 합격에 과연 도움이 될까?


질문에 부합하는 내용을 질문 수에 맞추어 모두 작성했는가? 요구한 분량에 맞추어 성실하게 작성했는가?

문항의 (출제) 의도대로 작성이 되었는가? 각 항목에서 요구하는 경험과 역량을 잘 연결하고 있는가?

본인의 실제 경험인가? 자신의 역할 및 행동, 그리고 성과(결과)를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는가?

차별화된 경험을 소개했고 그 경험에 자신만의 관점(생각)이 잘 드러났는가?

가독성 높게 작성되었는가? 소개한 경험이 지원한 직무와 연관성이 높은가? 직무역량이 잘 연결되는가?

지원동기가 명확하고 (입사 후) 포부가 구체적인가?

지원한 기업 및 그 기업이 속한 산업(업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가? 


 세상에 늘 옳기만 한 충고란 없다! 누가 뭐라든 자기소개서에는 정답도 정해진 공식도 없다. 어떤 형식이나 소재를 활용해도 좋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지원한 회사와 직무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얼마나 어떻게 보유하고 있는지, 얼마큼 입사를 원하는지 등 내가 가진 역량과 열정을 마음껏 드러냈는가다. 실제 수많은 합격 자소서를 읽어봐도 같이 묶어 이야기하기엔 차이가 너무 크다. 제각각 특별해서 하나의 경향성이나 공통점을 꼬집어 말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저마다의 개성과 특색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의 그 어떤 주인공도 똑같은 말과 행동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제각각 다른 이야기 속에서도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다. 소재나 전개는 각양각색이지만 하나같이 그 안에서 “지원하는 회사와 직무에 대한 절실함과 열정, 고민의 흔적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내가 이 일을 얼마나 하고 싶어 하는지” “오랜 시간 그 일을 위해 얼마나 열정적으로 준비해왔는지”를 두루뭉술한 표현이 아니라 마치 눈앞에서 보는 듯한 생생한 경험과 구체적인 사례를 앞세워서 어필한다. 체험 삶의 현장이 따로 없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마무리하자면 자기소개서는 지원한 기업과 직무에 꼭 맞는 경험들로 채워질수록 좋다. 다양한 경험을 맥락 없이 주절주절 나열하기보다는 지원한 회사와 직무와 관련성이 높은 한 두 개의 경험을 깊이 있게 쓰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그 기업 입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삶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던 경험, 지원한 직무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경험 등 자기소개서 평가위원들이 흥미를 느끼고 궁금해할 만한 경험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한다.


 은행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길을 끌법한 소재로 은행원으로서의 역량을 어필하고 있는 아래의 자기소개서가 좋은 사례다.


*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감동’(은행 합격자)

Q: 은행원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이며, 그와 관련된 본인의 강점의 입증할 수 있는 경험을 소개하세요.

“00 은행에서 인턴을 할 때 제게 주어진 역할이 객장 안내였기에 하루 평균 400여 명의 고객님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첫날 근무 때부터 방문하신 고객님 한 분 한 분의 외모와 방문하신 이유를 기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번에 방문하실 때는 제가 먼저 다가가 인사드리고 필요한 거래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안내해 드렸습니다.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은 재래시장을 찾아가 동전을 교환해 드렸던 일입니다. 제가 인턴으로 근무했던 00 지점의 단골 고객 중에는 주변에 자리 잡은 전통시장에서 일하는 상인분들이 많았습니다. 현금거래가 잦은 전통시장의 특성 탓에 상인분들은 매일 동전이 많이 필요하지만 장사에 바빠서 동전 교환을 위해 은행업무시간 중에 방문이 어렵다는 고충을 토로하셨습니다.

 그래서 대리님께 말씀을 드려 동전을 넉넉히 준비한 다음 직접 재래시장을 찾아가서 동전이 필요한 상인분들에게 교환을 해드렸습니다. 동전을 바꿔가시며 한 상인분이 수고한다며 건네주셨던 박카스 한 병에 피로가 싹 가셨던 기억이 지금도 선연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고객님들이 영업점에 오실 때면 ‘아들 같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저를 먼저 찾아주셨습니다. 또 그런 고객님들에게 필요한 금융상품도 열심히 공부해가며 추천해 드렸습니다. 덕분에 영업점 실적 달성에도 작게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었고, 인턴으로 근무를 시작하고 첫 번째 실시된 영업점 고객만족도(CS) 조사에서 우수한 평가결과가 나왔습니다. 비록 저의 기여는 미미 했겠지만 제가 느낀 보람과 성취감은 비할 수 없이 컸습니다.

 두 달 간의 인턴생활은 순식간에 지났지만 은행원의 꿈을 향해 걸어갔던 하루하루는 너무도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인턴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을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고객을 ‘만족’시켜서는 안 된다. 고객을 ‘감동’시켜야 한다’입니다. 입사 후에도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감동"을 삶의 좌표로 삼아서 OO은행 최고의 고객관리 전문가로 성장하겠습니다”


* 숯불 피우는 아르바이트에서 시작된 '은행원의 꿈'(은행 합격자)

Q: 여러 회사(직무) 중에서 굳이 은행(원)에 지원한 이유와 그를 위해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기술하시오.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학비에 보태기 위해 고깃집에서 숯불 피우는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무더위 탓에 정말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아마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여름 뙤약볕 아래서 숯불 피우는 일이 얼마나 고된지를 모를 것입니다.



 하지만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한 덕분에 사장님께 인정받아서 식당의 카운터 자리로 옮기게 됐습니다. 이후 사장님을 따라 은행을 다니면서 은행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를 알게 됐습니다. 특히 은행원이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일하는 가에 따라 사장님 같은 자영업자들에게 얼마나 큰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지를 실감했습니다.


 그때부터 은행원의 꿈을 키워왔습니다. 구체적으로 전문적인 금융상담을 통해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 고객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는 은행원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중소기업금융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또 지금은 중소기업 자금관리와 회계기준을 파악하기 위해 K-BIZ <중소기업 회계기준>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은행에 입사하면 OO은행이 중소기업금융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의 자기소개서도 아르바이트 경험과 잘 어우러진 지원동기와 입사 후의 목표를 설득력 있게 풀어놓고 있다. 필자를 포함해 은행원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구성과 전개가 아닌가 싶다.


 특히 필자는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들의 처지에 공감해서 그들을 돕기 위해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는 대목에 눈길이 끌렸다. 왠지 모를 진정성이 느껴져서다.

 그런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은행원이 되기에 충분한 열정과 자질을 갖춘 인재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렇게 잘 쓴 자기소개서에서는 ‘땀냄새’가 느껴진다. 지원한 기업과 직무에 대해 발로 뛰며 알아본 노력의 흔적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땀냄새의 효과는 놀라울 정도로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오랫동안 지원한 회사와 직무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준비해온 사람의 자기소개서는 분명히 다르다. 몇 줄만 읽어봐도 금세 알아차린다. 온몸으로 부딪치고 고민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바로 취업준비생들이 그토록 갈구하는 합격을 부르는 자기소개서의 비결이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발품 특종” 또는 “명품 기사는 발품에서 나온다”는 말이 회자된다. 현장의 공기를 마시지 않고 쓰는 글은 생명력이 없다는 뜻이다. 현장을 직접 찾아야만 현장의 공기를 살아있는 글로 옮길 수 있다. 훌륭한 기자는 발걸음으로 기사를 발굴한다. 자기소개서도 그러하다. 발품을 팔면 자기소개서도 명품이 된다.


“글쓰기에 기술은 필요하지만 기술만으로 잘 쓸 수는 없다. 살면서 얻는 감정과 생각이 내면에 쌓여 넘쳐흐르면 저절로 글은 된다. 그 감정과 생각이 공감을 얻을 경우 짧은 글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유시민 著,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中


 하지만 자기소개서를 준비하는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자신의 경험과 지원한 회사와 직무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연결 짓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회사와 직무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구체적으로 모르기 때문이다. 그 회사가 어떤 곳인지. 직무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원한 기업과 직무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분석 없이 경험을 설득력 있게 연결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요즘 서점에 즐비한 자기소개서 비법을 알려준다는 책 가운데는 과도한 기업분석과 직무분석은 무의미하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화려한 스펙과 경험도 지원하는 회사/직무와 연결시키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자신이 ‘적합한 인재’ 임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어디에서나 대략 통하지만 어디에서도 선택받지 못하는 고만고만한 자기소개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서류전형 합격 여부는 대체로 기업·직무분석에서 갈린다.



 자기소개서에서 내가 돋보이도록 애쓰는 것은 당연지사(當然之事)다. 으레 그렇게 해야 하는 일, 당연한 일이 당연지사다.

 그러나 나를 진정으로 돋보이게 만들려면 ‘적합한 인재’라는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한 기업·직무와 분명한 연결고리를 찾아야 한다.

 기업은 ‘우수한 인재’가 아니라 (우리회사와 채용하는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뽑기 때문이다. 당연히 진정으로 입사를 원한다면 기업·직무분석은 필수다.


  혹시나 여러분도 기껏해야 자기소개서에서 한두 문장 정도로 언급할 분량인데 기업분석이나 직무분석에 쏟아붓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는가?

 그래서 소위 ‘범용성(汎用性)’ 뛰어난 그러니까 어느 기업에서나 통할 수 있는 지원동기나 입사 후 포부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자기소개서에서 ‘성장과정’이나 ‘성격의 장단점’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회사와 직무에 관한 질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또 성장과정이나 성격의 장단점도 뽑히는 자기소개서가 되려면 결국 지원한 회사와 직무와 잘 연결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당연히 지원하는 기업과 직무에 대해 많이 알수록 쓸거리도 많아지고 표현의 차원도 달라진다.


 그래서 자기소개서 작성에 앞서 철저한 ‘기업분석’과 ‘직무분석’의 중요성은 아무리 입이 닳도록 말해도 모자라다. 그것도 드높은 서류전형의 문턱을 감안하면 ‘수박 겉핥기’식으로 대충 분석해서는 승산이 없다.

 자기소개서들 간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지원하는 기업과 채용하는 직무에) ‘적합한 인재’, ‘준비된 인재’라는 인상을 강렬하게 각인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지원하는 기업과 직무를 면밀하게 분석해야만 경쟁력 있는 자기소개서를 쓸 수 있다.


 벌써부터 취업준비생들의 불만 가득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여기저기 닥치는 대로 지원하느라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는 취업준비생들의 현실을 모르는 답답한 소리,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그렇다! 묻지마 지원으로 늘 시간에 쫓기는 취업준비생들은 기업·직무분석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하고 싶어도 시간이 문제다.



 그러나 그 바쁜 와중에도 누군가는 온 정성을 다해 기업·직무분석에 매달린다. 그것도 책상에만 앉아서 하는 공부가 아니다. 지원하는 기업의 현장을 방문하고 ‘현직자’를 만나는 발로 뛰는 공부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그 누군가가 기업의 선택을 받고, 취업경쟁에서 승리한다. 취업이라는 마케팅에 성공하려면 ‘눈길을 사로잡는 차별화’가 가장 중요하다.

 차별화하려면 무언가 남들과 다른 특징이 있어야 한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사람은 당연히 눈에 띈다. 그게 바로 ‘차별화’ 아닌가?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 단연코 돋보이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한동안 ‘코인 투자’가 청춘들 사이에서 그야말로 대세였다. 하지만 잘 모르는 대상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빚투(빚을 내서 투자)해서 ‘올인’한다면 결코 현명한 투자가 아니다. 아니 모든 것을 운에 맡기는 도박과 다름없다. 실제 코인 열풍이 사그라들면서 잘못된 선택을 후회하면서 가슴앓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Warren Buffett)은 “만약 투자하려는 회사에 대해 10분 이상 칠판에 표현할 수 없다면 절대 투자하지 마라. 그 회사에 대해 공부가 부족하거나 잘 모른다는 것이기 때문이다”는 지금도 투자자들 사이에 전설처럼 회자되는 명언을 남겼다.

“위험은 네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데서 온다”-워런 버핏



 성공 투자의 비결을 알려준 그의 말에 이렇게 주석을 달아본다. 그게 바로 ‘성공취업의 비결’이라고. 취업준비생에게는 ‘투자’라는 말을 ‘(입사) 지원’으로 바꿔도 전혀 손색이 없다.  

 아니 돈이 아니라 훨씬 더 중요한 인생을 투자하는 취업인 만큼 대상에 대한 보다 철저한 공부가 필요하다. 당신은 어떤가? 지원한 회사나 직무에 대해 10분 이상 쉬지 않고 설명할 자신이 있는가?


 김성근 한화 이글스 前 감독은 ‘야신(野神)’으로 불릴 정도로 약팀을 맡아서 단기간 내 강팀으로 조련하는 데 정평이 난 명장이었다. 비결이 무얼까? 그가 기나긴 야구인생에서 좌우명으로 삼은 말이 ‘일구이무(一球二無)’다.


 김 감독은 “공 하나에 다음은 없으니 한 구 한 구에 혼(魂)이 실린 플레이를 해야 한다. 대충 하자는 생각으로 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라고 선수들을 가르쳤고, 선수들은 그의 가르침을 충실하게 따랐다. 그 과정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한마디로 일구이무는 ‘절실함’의 야구철학이다.


 어디 야구만 그렇겠습니까? 성공의 밑바닥에는 ‘절실함’이 있습니다. 그냥 대충 해서는 절대로 절대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무슨 일이든 절실함과 혹독함이 있어야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견뎌낼 수 있습니다”-출처: 야구감독 김성근의 인생 이야기 ‘김성근이다’ 中


 인생에도 '무르기'가 없다. 두 번째가 없으니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애기다. 취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입사를 간절하게 희망하는 회사라면 “떨어지면 끝이다. 다음은 없다”는 각오로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한번 떨어진 회사에 다시 도전할 기회를 기회를 잡기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에 도전하든 단 한 번뿐인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즉 ‘일사이무(一社二無)’인 셈이다.


 모든 만남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결국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맺는다. 특히 정성을 다하는 것은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다.

 자주 만나고 친한 사람이야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있지만 처음 만난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만들면 영영 만날 일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오랜 인연으로 이어지는 가는 결국 내가 얼마나 상대방을 진심으로 대하느냐에 달려있다.


 취업마찬가지다. 대충 입사지원을 하면 기업과의 첫 만남이 마지막 만남이 되고 만다. 취업은 기업이라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그리고 기업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쓱 훑어보면 ‘복사·붙여 넣기’ 신공으로 완성한 자기소개서인지 우리회사를 위한 '맞춤형 자소서'인지는 대충 감을 잡는다.


 결과는? 당연히 '서류 광탈'이다. 운 좋게 서류 전형을 통과해서 면접에 가더라도 결과는 십중팔구 탈락이다. 자기소개서 유통 기한은 서류 전형이 아니라 면접까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Ctrl+c, Ctrl+v로 만드는 자기소개서, 이름하여 ‘자소서 돌려쓰기’는 결코 정답이 될 수 없다.   



 어떤 기업이든 입사에 도전할 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만 하는 이유다. 특히 기업에 나를 처음으로 알리는 자기소개서에 정성을 오롯이 담아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기업·직무분석에 대해서만큼은 ‘헛수고’라는 단어를 뇌리에서 깡그리 지워버리자. 기업·직무분석에 대한 열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지원자의 미덕이다.


 ‘복사 붙여 넣기’할 시간에 입사를 마음먹은 회사와 채용하는 직무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공부해서 자기소개서 내용을 계속 보완하는 것이 합격 가능성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입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면 당연히 준비하는 자세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지원하는 회사와 직무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확실한 ‘차별화’가 가능해진다. “하나만 걸려봐라. 놓치지 않겠다”는 식으로 묻지마 지원을 하는 지원자들과 비교하면 멀찌감치 앞서 있게 된다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회사와 채용하는 직무를 알고 지원한 사람과 모르고 지원한 사람과의 차이는 마치 문맹과 문맹 아닌 것의 차이만큼 크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마무리하겠다. 뽑히는 자기소개서가 되려면 발 품을 아끼지 않고 지원하는 기업과 직무를 철저히 분석해서, 그 결과를 자기소개서의 '나'와 매끄럽게 연결 지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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