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어떤 일이든 과정이 아무리 좋아도 결과는 나쁠 수 있고, 반대로 과정이 나빠도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런데과정은 본인만 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은 결과로 과정을 유추하게 된다. 오로지 결과로만 나를 평가한다는뜻이다. 다소 맥없어 보일지라도 결론은 결과와 과정 모두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도 과정과 결과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하다.
어쩌면 과정과 결과 중에 어떤 것이 중요한가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논쟁거리인지 모른다. 하지만 자기소개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자기소개서는 기업이라는 독자에게 읽히기 위해 쓰는 글이고, 기업은 결과로 도배된 이력서(입사 지원서)만으로는 알 수 없는 ‘과정’의 디테일을 자기소개서를 통해 파악하고 싶어 한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기소개서에서 경험을 소개할 때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애기다.
자기소개서에서 과정 중심으로 경험을 정리할 때 상황(Situation)→과제/목표(Task)→행동(Action)
→결과(Result) 순으로 이어지는 ‘STAR 기법(Method)’을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STAR 기법은 ‘어떠한 상황에서(Situation)’, ‘어떠한 과제(Task)를, 어떠한 행동으로 해결했는지(Action)’, 또 그러한 행동을 통해 발생한 결과(Result)는 무엇이었는지의 흐름으로 정리해서 설명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경험의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각 항목의 비율은 어떠한 상황에서(Situation)와 어떠한 과제(Task) 또는 목표(역할)는 각 10%, 가장 중요한 어떠한 행동으로 해결했는지(Action)에 대해서는 60%, 또 그러한 행동을 통해 발생한 결과(성과)는 20% 정도의 비중으로 정리하는 게 적정하다.
STAR는 미국 등 외국(계) 기업들의 이력서(resume) 작성이나 면접에서 답변을 할 때도 일상화된 기법이다. 즉 상황과 과제는 간략하게, 행동과 결과는 되도록 구체적으로 기술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STAR 기법의 개요를 표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STAR 기법을 활용하면 각각의 경험을 한눈에 들어오도록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다. 앞으로 살펴볼 경험을 구조화할 때 유용한 수단이 바로 STAR 기법이다.
자연스럽게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구성해서 경험을 압축적이고 생동감 있게 전달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기소개서에서 단골 질문 중 하나인 ‘갈등 해결 경험’을 STAR 기법을 활용해서 정리해보자.
*1+1의 시너지
“인간관계에서는 갈등 상황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러한 마찰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이해당사자들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조율한 경험이 있습니다.
‘00 은행 대학생 홍보대사’로 활동하던 때의 일입니다. 저희 팀은 처음에 유독 개성이 강한 두 친구 간의 충돌로 불편한 상황을 종종 경험했습니다. 팀장을 맡았던 저는 두 사람의 갈등으로 다른 팀원들까지도 사이가 불편해지는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을 따로 만나서 서로에게 어떤 불만을 갖고 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한 사람씩 반나절을 할애해서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는 저와 두 친구가 함께하는 술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술이 몇 순배가 돌고 난 다음 저는 “팀의 우수한 성적’이라는 목표는 똑같지만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나 과정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에 너무 차이가 큰 것 같다”라고 운을 떼었습니다.
그리고 ‘다름’과 ‘틀림’은 분명한 차이가 있고, 팀장으로서 두 사람이 계속 충돌을 빚는다면 더 이상 팀을 함께 할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저의 단호한 태도에 당황해하는 두 사람에게 다음 주에 진행될 팀 활동을 함께 기획해볼 것을 제안했습니다. 한 발짝씩 물러난 두 사람은 서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고, 이후 팀 프로젝트는 순항할 수 있었습니다”
1.Situation: 팀 프로젝트에서 팀원들 간의 갈등 발생
2. 과제/목표(Task): 팀원들 간의 갈등 해결
3. 행동(Action): 갈등을 빚는 팀원들과의 대화 및 화해 유도
4. 결과(Result): 갈등 해소 및 팀 프로젝트의 원활한 진행
다음의 사례도 STAR 기법을 활용해서 문제 상황→해결과 극복→성취의 과정이 한눈에 쏙 들어오게끔 잘 정리하고 있다.
Q. 타인의 협력을 최대한 이끌어내서 공동체의 목표 달성에 기여한 경험
“전공과목 팀 프로젝트에서 팀의 리더로서 갈등을 해결하고 좋은 성과를 이끌어낸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복학생 선배 한 분 탓에 팀 내에서 ‘무임승차자(free rider)’얘기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선배에게 다른 팀원들의 불만을 전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오히려 명색이 선배인데 자신의 의견이 공공연히 무시되거나 심지어 따돌림을 당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는 뜻밖의 불만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프로젝트 관련 회의를 할 때 선배에게 최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선배가 말한 의견에는 리더로서 최대한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그러자 선배는 마치 사람이 바뀐 것처럼 솔선수범해서 프로젝트를 이끌어갔고 다른 팀원들의 오해도 눈 녹듯이 풀렸습니다. 모두가 한마음 한 뜻으로 프로젝트에 참가한 덕분에 팀별 평가에서 저희는 최고의 팀으로 선정되었습니다”
1.Situation: 리더 역할을 맡은 전공과목 팀 프로젝트에서 ‘무임승차자(free rider)’ 팀원으로 인한 내부 갈등
2. 과제/목표(Task): ‘무임승차자’ 문제 해결을 위한 갈등 해소(리더로서의 과제)
3. 행동(Action): 무임승차자 팀원과의 대화를 통한 원인 분석 및 의견 제시 기회/역할 확대(리더십 발휘)
4. 결과(Result): 전공과목 팀 프로젝트 ‘최고의 팀’ 선정(리더십의 성과)
이처럼 과거의 경험을 S-T-A-R순으로 정리하면 결과를 의미하는 'R'과 이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경험적 근거(STA)를 함께 제시해서 신뢰감을 높여준다. 또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내용을 전달해서 읽는 사람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그런데 간단해 보이지만 이러한 서술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그중에서도 많은 지원자들이 ‘R’을 정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내용이 빈약하거나 납득할만한 설명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눈에 보이는(Tangible) 수치 등 결과의 의미를 너무 좁게 해석하기 때문이다. 결과(Result)는 어떤 활동이 내 삶과 주변 사람들이나 혹은 내가 속한 조직(단체/커뮤니티)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말한다. 유형무형의 가치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결과(Result)를 정리할 때 있는 그대로의 사실(Facts)뿐만 아니라 배우고 깨달은 점, 발전한 점 등 경험을 통해 얻은 무형(Intangible)의 가치(價値)까지 언급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배우고 깨닫는 것은 “경험을 체화(體化)했다”는 의미다. 체화는 “몸에 배어서 자기 것이 된다”는 뜻이다. 배워서 깨달음이 오면 세상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경험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지만 이렇게 체화가 되면 나만의 특별한 관점이나 철학으로 바뀌는 ‘질적 전환’이 이뤄진다. 당연히 읽는 사람은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화되는 지원자만의 개성 혹은 유니크함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발전한 점은 “(경험이) 내가 달라지는 혹은 생각이 바뀌어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뜻이다. 더 나아가 경험을 통해 어떤 것(일)을 할 수 있게 되었는지를 말한다. 한마디로 경험을 통해 바뀌거나 새롭게 변신한 자신의 모습이다.
그리고 경험을 통해 체득한 배움과 깨달음은 두고두고 삶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을 발휘한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 자기소개서에서 풀어놓으면 된다.
다음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 호율성·만족도 제고, 최우수부대 선정 등의 팩트 외에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 못지않게 사람들의 공감과 적극적인 참여가 뒷받침될 수 있도록 소통하고 협력하는 분위기를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였다”는 식으로 경험을 통해 체득한 배움과 깨달음을 언급하는 것이다.
이후부터는 어떻게 소통하고 설득할지를 먼저 생각한 다음 주변에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개진하는 습관이 몸에 뱄다. 대인관계나 아이디어의 실행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식으로 실제적인 변화의 모습을 소개하면 더욱 좋다. 이런 식으로 ‘R’을 정리하면 지원자의 장점을 보다 잘 어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자기소개서가 될 것이다.
# 창의성 발휘 경험
*2년 연속 인사/군수 분야 최우수부대 선정의 비결(은행 합격자)
Q: 지금까지 남다른 아이디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 경험
“군생활에서 저는 인사/군수분야 장교로 복무하면서 IT를 활용하여 효율적인 부대관리를 실현한 경험이 있습니다. 처음 부대에 배치되고 나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탓에 많은 부대원들이 불편을 겪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에 학부시절 교양수업을 통해 배웠던 프로그래밍을 응용하여 엑셀로 몇 개의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프로그램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병력 보충/배치 프로그램: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병력과 자리가 비어있는 보직을 표시해줍니다.
*부대원 기념일 관리 프로그램: 결혼기념일 또는 생일 등 기념일이 가까이 다가온 부대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휴가 관리 프로그램: 부대원들의 휴가 시작일 및 복귀 날짜를 알려줍니다.
*위생 점검 일정 프로그램: 부대시설 별로 점검주기를 체크해줍니다,
제가 만든 프로그램을 활용하면서 한결 짜임새 있는 부대관리가 가능해졌고 부대원들의 만족도 역시 크게 높아졌습니다. 덕분에 인사/군수분야에서 2년 연속 최우수부대에 선정되는 기쁨도 함께 찾아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자기소개서 잘 쓰는 방법은 직장인들이 보고서를 잘 쓰는 방법과 맥이 닿아 있다. S-T-A-R는 실제 기업 현장에서의 보고 방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보통 문제가 발생하면 담당자는 상사에게 어떤 상황인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인지? 지금까지 어떻게 조치를 취했는지, 결과는 어떻게 됐는지(혹은 앞으로 예상되는 결과는 무엇인지) , 상사에게 기대하는 도움은 무엇인지, 전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 등의 순으로 정리해서 사실적이고 압축적으로 내용을 전달한다.
이것이 바로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보고 방식이다. 바꿔 말하면 STAR기법은 기업에서 일하는 서류전형 평가위원에게는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익숙한 설명방식이라는 얘기다.
그만큼 자기소개서 내용에 대한 이해도는 높아지고 지원자에 대한 신뢰도와 호감도는 올라가기 마련이다. 우리가 자기소개서에 반드시 별을 띄워야 하는 이유다.
실제 잘 쓰인 자기소개서를 읽고 나면 마치 기승전결이 탄탄한 한 편의 에세이를 완독 한 느낌마저 든다. 어떤 글이든 읽는 즐거움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정리하면 자기소개서는 자신의 역량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경험을 선택해서 기승전결식의 촘촘한 짜임새를 가진 하나의 이야기로 간결하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게 핵심이다.
그렇게 하려면 자기소개서 작성에 앞서 반드시 경험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경험 정리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 <자기소개서의 시작은 시간여행 (1), (2)>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