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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Apr 07. 2022

자기소개서의 시작은 ‘시간여행’(1)

자기소개서의 정석-10

  흔한 말로 ‘시작이 반’이라고 한다. 글을 쓸 때는 어떨까? 글에는 ‘글감’이 반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가장 공들여야 할 부분이 바로 글감 수집이다.

 어떤 글이든 철두철미한 사전 준비를 통해 글감이 풍부하면 쉽게 완성된다. 반대로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면 열에 아홉은 ‘쓸거리’, 즉 글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나에 대한 글이라지만 충분한 글감 수집 없이는 잘 쓰기 어렵다. 캐내고 또 캐내도 마르지 않을 글감 창고를 평소에 꽉 채워놓아야 한다. 자기소개서의 글감은 지금까지 지원자가 쌓은 경험’이다. 그중에서도 나’라는 사람을 대표할 수 있는 경험들이다.



 그래서 취업에 임박해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려고 하면 시간에 쫓겨서 차분하게 쓸 여유가 없다. 마음이 바쁜 탓에 당장 밖으로 튀어나가 새로운 경험에 도전할 엄두는 당연히 나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이미 가진 경험조차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어떻게 정리할지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거다.

 마치 심각한 건망증에 걸린 사람처럼 분명히 내가 직접 경험한 일들인데도 자세한 내용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세월의 흐름을 담고 있는 사진첩  빛바랜 흑백사진을 꺼내 볼 때처럼 어렴풋한 기억  희미한 잔상만 떠오를 뿐이다. 이래서는 자기소개서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고 경쟁력 있는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자기소개서란 이름 그대로 자신에 대해 쓰는 글이고, 나를 제대로 소개하려면 나를 돌아보고 지나간 시간을 정리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자기소개서에서 풀어놓을 이야기의 뼈대는 자신의 진솔한 과거와 현재, 그리고 지원하는 기업과 더불어 살아갈 미래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자기소개서 작성에 앞서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반추해본 뒤 미래를 그려보아야 한다.

 내가 지금까지 어떤 경험을 해왔는지, 그러한 경험들은 왜? 어떤 생각에서 하게 된 것인지, 경험을 통해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 무엇보다 그러한 경험과 생각들을 통해 내가 그리는 미래는 어떤 것인지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자기소개서에 표현해야 한다.



 그래서 자기소개서를 준비할 때는 정현종 시인의 시(詩) <방문객>을 떠올리길 권한다. “사람이 온다는 건/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그는/그의 과거와/현재와/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깊은 울림을 주는 시구(詩句·시의 구절)이지만 특히, 취업준비생이라면 더욱 의미를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채용, 즉 인재를 뽑는 일도 새로운 사람이 찾아오는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지금의 지원자를 만든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기업과 함께 보낼 창창한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취업준비생은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쓴 자기소개서의 독자인 기업의 서류전형 평가위원이나 면접관들에게 경험을 소재로 나라는 사람의 과거·현재·미래를 만나는 ‘어마어마한 순간’을 선사하는 것이다. 자기소개서에 기업이 궁금해하는 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오롯이 담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시작은 나만의 차별화된 경험 찾기다. 나를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알리는 첫걸음은 스스로 지나온 자신의 역사를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소개서 작성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 지금까지의 인생 여정에서 경험한 중요한 사건이나 이벤트들을 순서에 따라 정리해보는 것이다.


 특히 대학교 입학 때부터 졸업(예정) 시점까지의 중요한 경험들을 빠뜨려서는 안 된다. 기업이 지원자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자기소개서의 시작은 과거로 떠나는 '시간 여행'이다. 각자의 과거로 돌아가서 지난 삶의 무대들을 돌아보는 타임머신을 타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전공(수업)·자격증·인턴·아르바이트·어학연수(교환학생)·학회나 동아리 활동·봉사활동·대학생 기자단(서포터스) 활동·공모전 참가 등 교내/교외활동을 불문하고 지금까지의 중요한 경험들을 시간(흐름) 순·관련(직무) 역량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경험 리스트>를 만드는 일이다.

 이름 그대로 지금의 ‘나’를 만든 혹은 ‘나다움’이나 '나의 역량'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경험들의 개략적인 목록이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들을 리스트로 만들어두면 나중에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기업과 직무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과 연관 지어 정리하는 일이 훨씬 수월해진다.

 경험은 시간이 흐를수록 잊어버리거나 정확하게 기억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때그때 정리하는 게 좋다.

 미리 경험을 정리해놓지 않고 드문드문 떠오르는 기억의 조각들을 맞춰가며 자기소개서를 쓰다가는 중요한 경험을 빠뜨려서 후회하는 일이 반드시 생긴다.


 그래서 권해주고 싶은 방법이 자신의 경험을 정리하여 아래와 같은 형태의 한눈에 들어오는 표로 만들어보는 것이다. <경험 리스트>에는 각각의 경험을 1~2줄 정도로 간단하게 작성한다.




 사실 <경험 리스트>의 주인공인 A 씨는 실존인물이 아니다. 필자가 여러 취업준비생들의 사례를 조합해서 만든 가공의 인물이다. A 씨의 사례를 참고해서 아래의 양식에 맞추어 각자 자신의 경험을 대입해서 정리해보면 된다.



 <경험 리스트>를 활용해서 내가 겪었던 경험의 개요를 정리했다면 다음은 ‘경험의 구조화’다. 경험이 많다고 저절로 자기소개서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속담처럼 경험의 진면목이 제대로 드러나게끔 글로 잘 표현해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경험의 구조화’다.

 구조화(構造化)를 사전에서 찾으면 “부분적 요소나 내용이 서로 관련되어 통일된 조직으로 만들어짐. 또는 그렇게 만듦”으로 정의되어 있다.

 힐끗 봐도 핵심을 파악할 수 있도록 각각의 경험을 이해하기 쉬운 구조, 전달되기 쉬운 구조로 정리하는 것이 '구조화'다. 쉽게 말해서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구체적으로 리스트에 올린 경험 별로 6 원칙(누가·언제·어디서·무엇을·왜·어떻게 어떻게)에 따라 살을 붙여 한눈에 쏙 들어오도록 정리하는 게 핵심이다.

 자기소개서에서는 보통 항목별로 글자 수를 제한하기 때문에 경험 별로 500~1000자 내외 정도의 분량이 적당하다. 경험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느낀 점 등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까지 함께 정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느낀 점은 소소한 감정의 울림이나 일시적인 심경의 변화 정도가 아니라 어떤 일(경험)에서 길어 올린 깨달음을 머릿속으로 헤아려서 앞으로 어떻게 하기로 굳게 마음먹은 것이다. 즉 “경험을 통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배웠고, 어떻게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의미다.


  이해를 돕기 위해 덧붙인다면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을 ‘언제부터 언제까지 OO식당 아르바이트’로만 적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자신이 했던 역할과 그를 통해 배우고 깨달은 것까지 함께 언급하는 식이다.


 예를 들면 “여름방학 동안 이태원에 있는 한 ‘랍스터 바’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나이도 직업도 국적 또한 각양각색인 손님들이 드나들다 보니 기호와 취향도 제각각이었습니다. 나이프를 쓰지 않는 손님, 매운 것을 전혀 못 드시는 손님, 특정 맥주만을 고집하는 손님도 계셨습니다.

 그래서 단골손님들은 기호나 취향을 기억해 놓았다가 말씀하시기 전에 미리 주문 내용을 여쭤보거나 알아서 서비스를 해드렸습니다.

 다양한 고객들을 효과적으로 응대하기 위해서는 ‘고객정보’에 기반한 맞춤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진리를 체험으로 터득한 소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는 식으로 정리한다.


 참고로 유시민 작가가 제시한 글쓰기의 철칙을 기억하고 있으면 경험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성싶다. 글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써야 할지를 쉽고 간결하게 알려준다.

 핵심을 요약하면 주제가 명확하고 간결한 글이 되어야 읽는 사람의 시선을 끌 수 있다는 것이다.

첫째,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

둘째, 그 주제를 다루는 데 꼭 필요한 사실과 정보를 담아야 한다.

셋째, 그 사실과 정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나타내야 한다.


  6하 원칙(누가·언제·어디서·무엇을·왜·어떻게)에 입각해서 경험을 이야기(Story) 형태로 풀어나가는 것이 구조화의 핵심이다. 

 흔히 인물, 사건, 배경 세 가지를 이야기의 3요소라고 한다. 6하 원칙 중 인물은 누가(who), (시간적/공간적) 배경은 언제·어디서(when·where), 사건은 무엇을·왜·어떻게(what/why/how)에 해당한다.

 인물은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인공이고, 인물이 등장하는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알면 주인공의 생각과 행동, 결과를 한층 입체적으로 이해할  있다.

  이야기는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일련의 사건들과 반전을 통한 클라이맥스, 그리고 그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배운 깨달음으로 마무리된다.

 이것이 바로 여러분이 자기소개서에서 풀어놓을 스토리 핵심이다.


 그래서 경험을 6하 원칙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 인물, 사건, 배경이 어우러진 그야말로 한 편의 ‘스토리(Story)’가 탄생한다.

 스토리는 경험이라는 거울에 비친 나만의 시선·관점 등 내면의 가치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경험이라는 객관적 사실(Facts)에 나만의 생각과 감성을 입힌 이야기다.



 자기소개서는 ‘설득하는 글’이다. 설득의 목적은 누군가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효과적으로 설득하려면 먼저 사람이 설득이 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사람들은 딱딱하고 지루한 사실이나 꽉 짜인 논리보다는 부드러운 스토리로 풀어내는 이야기 방식으로 접근할 때 더 쉽게 설득이 되는 경향이 있다. 즉 이야기에는 ‘설득하는 힘’이 있다.


 설득은 "나의 주장에 상대방이 100% 동의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주장은 “자신의 의견이나 견해를 다른 사람들 앞에 내세우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주장이 신뢰감을 주고 설득력을 높이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근거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Facts)이다. 하지만 주장과 근거만 있으면 딱딱하게 느껴진다. 읽는 사람이 이해는 할 수 있지만 공감하기까지는 어렵다. 공감은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나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이나 논리를 통해 상대방을 이해시킬 수는 있어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까지는 아직 모자라다. 사람을 설득할  ‘감성보다는 ‘논리 앞세우는 사람들이 많다. 인간의 생각과 판단에 논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감성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일 테다.

 하지만 사람은 논리를 넘어 감성을 자극하는 무언가를 찾는다. 인간은 이성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순한 사실과 논리를 앞세우기보다는 이야기 형태로 부드럽게 전달할 때 ‘신뢰 획득’과 ‘감성 자극’이라는 두 가지 측면이 조화를 이루면서 상대방의 공감을 보다 쉽게 끌어내고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



사실(Facts)과 이야기(Story)

  실’이라는 이름의 벌거벗은 소녀가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에 떨면서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소녀의 모습에 놀란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문전박대했다.

 그때 지나가던 ‘우화(偶話)’라는 이름의 소년이 주린 배를 움켜쥐고 추위에 떨고 있는 소녀를 불쌍하게 여겨서 집으로 데리고 갔다.  

 소년은 방안을 따뜻하게 데워서 소녀의 얼어붙은 몸을 녹여주고 맛있는 식사를 대접했다. 그리고는 소녀의 몸 위에 ‘이야기’라는 황금빛 망토를 입혀 다시 마을로 돌려보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야기’라는 황금빛 망토를 걸친 ‘진실’을 모든 마을 사람들이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사실(Facts)도 중요하지만, 이를 더욱 울림 있게 전달하려면 이야기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유대인의 구전동화다.

 이야기는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여 가슴 깊은 곳에서 뭉클한 덩어리가 불쑥불쑥 솟게 만들고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발휘한다.

 사람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공감 능력을 깨우는 것이야말로 이야기의 참된 힘이다.

 똑같은 내용도 이야기로 들으면 바로 머릿속에 느낌표가 뜬다. 이야기는 기억하기 쉽고 듣는 사람의 집중력을 엄청나게 높여주기 때문이다.


 인간은 ‘호모 내레이터(Homo Narrator)’, 즉 ‘이야기하는 동물’이다.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또 이야기로 소통하는 존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람은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소통한다. 같은 내용도 이야기로 들려주면 사람들은 훨씬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기울인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건 태고적부터 이어져온 인간의 타고난 본성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간직한 어릴 적 아름다운 추억 중 하나는 무릎베개를 하고 어머니가 들려주시던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잠드는 것이었다. 밤이 되면 어머니 무릎은 언제나 어린 필자의 차지였다. 어머니 곁에 찰거머리처럼 들러붙어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칭얼거렸다.


 아들의 성화에 못 이기는 척 어머니는 매일 밤 이야기 한 토막을 꺼내 놓으셨다. 그리고 어머니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실 때 항상 이렇게 운을 떼셨다. “옛날 옛적에 호랑이 담배 피우고 까막까치 말할 적에~”

 사실 구성도 결말도 늘 비슷비슷했지만 어머니의 이야기는 대단한 자장가였다. 이야기의 결말이 궁금해서 귀를 쫑긋 세우고 듣다가도 어느새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다.  


 어머니가 들려주셨던 옛날이야기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과 입으로 전해져 온 이야기다. 먼 옛날부터 인류는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게 생활이자 오락이었고, 우리는 지금도 이야기 속에서 살고 있다.

 이야기는 우리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세상은 이야기 천지고, 우리의 삶은 물처럼 흘러가는 재미난 이야깃거리로 가득하다.  


“태초에 이야기가 있었다. 이야기가 세상을 만들었고, 사람을 만들었다. 이야기, 세상, 사람은 삼위일체이다. 그 셋 중에 어느 하나를 제외하기란 불가능하다.

 만약 이야기가 소멸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세상도 사라지고 사람도 사라질 것이다”-이강백, <태초에 이야기가 있었다> 中(대산문화 2012년 여름호)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이야기의 힘을 잘 알고 있었던 리더였다. 그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할 때, 큰 위기를 맞이했을 때, 중요한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할 때면 그 상황에 알맞은 이야기를 곁들여서 문제를 해결하곤 했다.

 취임 초기 정부 관료들이 남부지역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그들이 요구하는 요새와 각종 시설물을 넘기자고 주장했을 때, 링컨은 나무꾼의 딸을 욕심 내느라 발톱과 이빨을 스스로 뽑아버린 어리석은 사자 이야기를 들려주며 사람들을 설득했다.



 1864년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이 불투명할 때도 강물 한가운데서는 말을 갈아타지 않는 농부 이야기를 꺼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공감이 가는 스토리로 사람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고 결국 선거에서 승리한 것이다.

“비즈니스라는 형식이 자리잡기 훨씬 전부터 어느 언어에서든 가장 강력한 문장 하나는 이것이다. “자, 내가 이야기 하나 해줄게”-폴 스미스 著, <스토리로 리드하라> 中


 “미국의 한 대학교 연구팀이 학생들에게 5달러를 주고 가전제품에 대한 설문지를 작성하게 했다. 연구의 초점은 설문지 작성 후에 학생들이 어떤 행동을 보이는 가였다.

 학생들은 5달러를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는 국제 자선단체에 기부해 달라는 2종류의 편지를 받았다. 한 편지에는 심각한 식량사정을 보여주는 통계치, 또 다른 편지에는 굶주림에 시달리는 가난한 소녀의 안타까운 사연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통계치만 쓰인 편지를 받은 학생들은 평균 1.14달러, 소녀의 사연을 읽은 학생들은 평균 2.38달러를 기부했다”


 연구의 목적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Facts)과 감성적인 스토리(Story)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연구결과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사실도 중요하지만 ‘이야기’는 더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야기에는 사람을 움직이는 강한 힘이 있다. 머리가 아니라 가슴속으로 스며들기 때문이다. 20세기가 객관적인 정보를 중시하는 이성 사회였다면, 21세기는 감성사회다. 감성학교·감성 디자인·감성 마케팅·감성경영 등 사회 각 분야에서 감성이 화두인 세상이다.

 감성이 이성을 지배하는 감성사회에서는 ‘논리’로만 설득하려 하기보다는 먼저 ‘감성’으로 다가가야 한다. 그리고 감성을 자극하는 최고의 묘약은 '이야기'다.


“내게 사실을 말하면 나는 배울 것이다. 진실을 말하면 믿을 것이다. 하지만 스토리로 말하면 영원히 가슴으로 공감할 것이다”-인디언 속담


 취업은 나라는 상품을 판매하는 마케팅이다. “Fact tells, but story sells”라는 말이 있다. 무언가를 판매할 때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정보전달에 그치지만, 스토리로 전달하면 실제 판매로 연결된다”는 뜻이다.

 똑같은 상품도 가격·기능 등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보다는 스토리라는 옷을 입히면 고객의 선택을 받을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소리다.



 마케팅에서 스토리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광고다. 오리온제과의 ‘초코파이 情’이나 동아제약 박카스의 ‘세상 사는 게 피로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광고가 대표적이다. 누구나 '초코파이'하면 훈훈한 ‘정(情)’을 떠올리고 박카스 한 병을 쭉 들이키면 왠지 피로가 풀리고 힘이 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공감이 가는 스토리를 활용한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자연스럽게 구매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 덕분이다.



 성공취업의 비결도 그러하다. 스토리는 그 어떤 것보다 성공취업에 가장 필요한 ‘설득하는 힘’이 있다. 취업은 ‘나’라는 상품을 세일즈 하는 과정이다.

 여러분은 취업 시장에서 세일즈맨이자 판매하는 상품 그 자체다. 지원자 입장에서 취업은 지원하는 기업에 대한 ‘설득’의 과정이다. 서류전형이나 면접 등 채용의 각 단계마다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서 ‘왜? 나를 뽑아야만 하는지’를 설득해야 한다.


 설득의 최고 단계는 상대방을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단순히 이해시키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의미다.

  즉 상대방이 나와 한목소리를 내는 ‘공명’을 일으켜야 한다. 공명(共鳴)은 “남의 생각이나 말에 동감(同感)하여 자기(自己)도 그와 같이 따르려 함”을 말한다.


 이 말이 취업에서는 어떻게 적용될까? 자기소개서라면 ‘나’를 면접에 부르도록 만들고, 면접에서는 ‘나’를 뽑게 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의 공감을 얻어야 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최고의 비법은 바로 스토리다. 감성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터치해서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원자들이 하나같이 펼치는 ‘주장’은 자신이 지원한 회사와 직무에 꼭 필요한 ‘뽑아야 할 인재’라는 것이다. 채용의 각 단계마다 기업을 설득하지 못하면 성공취업이라는 그토록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

 그리고 기업을 설득해서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 하필 ‘나’를 선택하게 만들려면 무엇보다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단순히 머릿속으로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음으로 공감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기소개서에서 자신을 ‘소통의 달인’이라고 소개하는 지원자가 있다. 그런데 소통과 관련된 단편적 사실의 나열에 그친다면 읽는 사람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그래서 뭐?”  아래의 자기소개서가 그런 사례다.


*소통의 대명사, ‘심통령’

Q: 단체 활동을 하며 겪었던 갈등과 이를 극복한 경험

대학시절 제 친구들이 지어준 별명은 ‘심통령’이었습니다. 저의 성(性)에다 ‘대통령’이라는 의미로 붙인 것입니다. 그만큼 저는 소통에 자신 있습니다. 학회나 동아리에서 활동할 때 학번이나 잘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와도 허물없이 어울렸습니다.

 인간관계에서는 갈등 상황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갈등을 예방하고 원만한 협업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항상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의 의견을 수용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특히 사람들 간에 갈등이나 마찰이 빚어졌을 때 이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이해당사자들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도록 조율하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는 원활한 소통 역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장점을 살려 입사 후에도 동료·선배·상사와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읽고 나서 어떤 느낌이 드는가? 자신이 소통에 뛰어나다는 자랑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지만 과연 어떤 서류전형 평가위원이 읽고 나서 고개를 끄덕일지 모르겠다.

  이유는? 맥락과 줄거리 없이 단편적이고 파편적인 팩트만 나열하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누구에게도 공감과 설득을 끌어내기 힘들다.


  하지만 어린 시절, 청각장애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기 위해 소통에 관심을 갖고 노력하게 된 계기부터 지금 소통의 달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이나 경험을 일관성 있는 스토리로 엮어서 들려주면 반응이 확연히 달라진다.

 ‘소통의 달인’이라는 주장에 더 힘이 실리고 비로소 읽는 사람을 ‘설득’할 수 있게 된다.

 ‘무미건조한 설명’이 아니라 ‘공감 가는 스토리’를 앞세운 덕분이다.


   아래의 자기소개서가 그렇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소통을 잘한다는 지원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단편적인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소통이라는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전개하고 있다.

 소통의 출발점인 경청에 관심을 갖게  계기부터 그를 위해 무슨 노력을 기울였는지,  과정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고,  깨달음을 바탕으로 어떻게 소통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풀어놓는다.

 이야기들이 소통이라는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쯤 되면 경청과 소통을 잘한다는 지원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 언제나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굿 리스너’ (은행 합격자)    

Q: 00 은행에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본인이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역량은 무엇입니까?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고객을 응대하는 은행원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경청'하는 능력을 꼽고 싶습니다. 교환학생 시절, 캐나다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항상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은 친구를 부러워했습니다. 성격도 활발하고 말 주변도 좋아서 친구를 찾는 단골손님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를 자세히 관찰해보니 비결은 뛰어난 언변이 아니라 ‘경청’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친구는 습관처럼 늘 고객이 있는 쪽으로 귀를 기울이고는 관심사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세 명의 단골손님을 만들어보자는 목표를 정하고 친구를 따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카페의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고객의 이야기가 귀에 쏙쏙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손님들과 대화가 이어지면서 왜? 매일 오전 10시 정각에 카페에 오시는지, 왜 항상 같은 메뉴만 주문하시는지와 같은 한분 한분에 대한 데이터가 차곡차곡 머릿속에 쌓였습니다.

 또한 손님의 관심사를 듣고 난 다음에는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도 정보를 찾아보고 다음번에 만날 때는 그 정보들을 바탕으로 손님과 훨씬 심층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목표로 세웠던 세 명을 훨씬 넘는 단골들이 생겨났고, 한 손님은 ‘너를 보기 위해 매일 아침, 카페를 찾는다’는 진심 어린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제가 카페에서 일한 경험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소통의 출발점은 ‘경청’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앞의 자기소개서가 돋보이는 대목은 경청은 단순한 듣기에 그치지 않고 상대의 말에 주목해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경험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에 집중해서 이를 지원한 은행() 자연스레 연결 짓는다. 한마디로 전체적으로 지원한 회사나 직무와 관련된  편의 이야기가 되도록 구성한 자기소개서다.      


 이렇게 자기소개서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스토리란 나만의 경험, 그 경험에서 우러나온 삶의 가치관과 철학 등 내면의 가치(Value), 그리고 입사에 대한 열정·절실함이 어우러진 무언가다.


 나의 역량과 입사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야기, 그래서 독자인 기업에게 울림을 주고 나를 왜 뽑아야 하는지를 설득할 수 있는 이야기다.

 바꿔 말하면 지원한 기업과 직무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춘 적합한 인재, (입사가) 절실한 인재임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경험이라는 소재를 스토리라는 실에 꿰어 날줄과 씨줄을 엮듯 매끄럽게 풀어내는 것이 바로 서류 합격의 비결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인생에서 나와 마주친 모든 사람,  눈에 들어온 모든 사물은 나의 이야기의 일부이고, 어쩌면 우리의 존재 자체가 이야기이다. 그래서 자기소개서라는 글의 본질은 이야기이다. 어릴 적 필자가 잠들 때까지 이야기를 들려주며 꿈길로 이끌어준 어머니처럼 여러분도 자기소개서에 조곤조곤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아야 한다는 말이다.


 ‘경험 기반 자소서’, ‘경험 기반 면접’이라는 말이 일상화될 정도로 요즘 기업들은 지원자의 경험을 무척 궁금해한다.

 ‘과거 경험=미래(입사 후) 행동’으로 인식하고 지원자를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로 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취업을 준비하는 나도 경험을 미리 정리해 놓아야만 당연하지 않을까?



 인턴(십)이나 아르바이트, 봉사활동 등 본인의 다양한 경험을 이야기 형태로 정리해보면 그와 관련된 기억과 느낌이 생생히 떠오르고 각각의 경험에 어떻게 의미를 부여할 것인지에 대해 조금씩 감이 잡히기 시작할 것이다.

 드디어 자기소개서에서 풀어놓을 스토리의 소재가 준비된 것이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분들도 지금부터 자신의 지나간 경험들을 차근차근 떠올려 보자. 그리고 그 경험들을 어떻게 스토리로 정리할지 얼개를 그려보자.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다. 어떤 옷을 입는가에 따라 입는 사람의 이미지가 달라진다. 물론 옷에 따라 그 사람의 본질이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옷차림이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나 평가를 좌우하기도 한다. 경험과 스토리의 관계도 그러하다.

 특히 평가자의 주관에 따라 합격여부가 가려지는 자기소개서에서는 경험을 소개할 때 스토리라는 옷을 입혀서 전달해야 효과적이다. 무미건조한 팩트(Facts)가 아니라 감성이 뚝뚝 묻어나는 스토리로 전달할 때 읽는 사람의 가슴에 깊은 공명과 울림을 불러일으켜 진정한 설득이 이루어진다. 똑같은 경험을 했더라도 합격과 불합격이 갈리는 이유다.



  팩트(Facts)와 스토리(Story), 그 차이를 깨닫는 순간 여러분이 그토록 바라는 ‘취뽀(취업 뽀개기)’가 눈앞의 현실로 바짝 다가선다. 우리의 소중한 경험을 어떻게 스토리로 옮기는 가는 다음 칼럼 <자기소개서의 시작은 ‘시간여행’ 2>에서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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