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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May 04. 2022

‘퇴고’가 뽑히는 자기소개서를 완성한다.

자기소개서의 정석-18

 자기소개서는 이름 그대로 자기를 소개하는 ‘글’이다. 보고서든 혹은 편지나 에세이든 간에 종류를 불문하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실한 ‘퇴고(推敲)’다. 쓰고 나서 계속 읽어보면서 다듬고 고치는 일이다.


 대문호 헤밍웨이는 한쪽 다리로 서서 글을 쓰곤 했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불편한 자세로 글을 쓰냐?”라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했다. “이런 자세로 글을 쓰면 힘이 들어서 길게 쓸 수가 없거든. 쉽게 빨리 쓴 글은 좋은 글이 될 수 없는 법이지”


 헤밍웨이는 그렇게 힘들여 쓴 글이 일정한 분량이 되면 그제야 의자에 앉아 천천히 글을 다듬었다. 빨리 해치우고 싶은 마음을 다스리며 생각을 숙성시키고 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처절한 노력이었다.

 헤밍웨이의 대표작인 <무기여 잘 있거라>는 39번, <노인과 바다>는 400번 이상 고쳐 쓴 결과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그의 명작은 처음에 엉망이던 초고를 계속해서 가다듬은, 즉 퇴고에 이어 퇴고를 거듭한 ‘반복된 퇴고로 얻어낸 결실인 것이다. 또 러시아의 최고 문장가 투르게네프도 어느 작품이든지 써서는 일단 서랍속에 넣어두고 3개월에 한 번씩 고쳤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에게 글을 쓴다는 건 곧 ‘퇴고’하는 것이었다. 

 책을 낼 때까지 고칩니다. 그리고 다음 책을 낼 때까지 또 고칩니다” – 윤후명(소설가)



 대문호들도 퇴고를 마다하지 않았는데 평범한 우리가 한 번에 좋은 글을 쓰기란 불가능하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일필휘지’는 그저 환상일 뿐이다. 좋은 글은 초고를 수없이 고쳐 쓰는 노력 없이 나오지 않는다. 글은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전에 다듬고 또 다듬어야 한다.


 우리 속담에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이든 시작이 가장 중요하다는 속뜻이 담겼다. 하지만 글은 시작이 반이 아니다. ‘다 써야 반’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반은? ‘퇴고’다. 그만큼 퇴고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글을 읽다가 앞으로 되돌아갈 필요 없이, 어디에서도 막히지 않고 술술 읽을 수 있을 때까지, 퇴고를 거듭해야 한다. 그래야 남들도 물 흐르듯 한 번에 쭉 읽어 내려갈 수 있다.



 남편이 쓴 초고를 읽은 아내가 소리쳤다. “당신 글은 쓰레기예요” 남편이 태연자약하게 대답했다, “맞아. 하지만 일곱 번 고쳐 쓰면 완전히 다른 글이 될 거야” 셰익스피어 이후 가장 위대한 극작가라는 평을 받은 조지 버나드 쇼의 일화다.

 “모든 초고는 걸레다”는 헤밍웨이의 말처럼 아무리 글솜씨가 뛰어난 사람이라도 초고는 어쩔 수 없이 ‘허섭스레기’ 수준이기 일쑤다. 당연히 초고보다 퇴고를 통해 매끄러워지기 마련이다.


 글은 고칠수록 나아진다. 그것도 조금 나아지는 게 아니라 확 나아진다. 필자도 10년 넘게 어쭙잖은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데 신문사로 원고를 보내기 전에 꼭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받아서 낱말과 문장을 정성스레 다듬는 작업을 한다. 사실 지금 여러분이 읽고 계신 이 글도 만족할 만한 글이라고 하기에는 모자란 구석이 많지만 수없는 퇴고의 과정을 거쳤다.


 글을 다듬는 일은 달리 표현하면 다시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다시 생각한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가다듬는 다. 결국 글을 고치는 것은 토대가 되는 생각을 매만지는 이다.

 글은 다듬을수록 탄탄해진다. 실제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문장도 문장이지만 구성이나 전개 등에서 글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자기소개서도 그렇다. 쓰는 것만큼이나 퇴고가 중요하다. 매력적인 자기소개서를 쓰고 싶다면 몇 번이고 퇴고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고치고 또 고치기를 반복하면서 완성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그래야 뽑히는 자기소개서가 될 수 있다.

 퇴고는 자기소개서를 숙성(熟成)시키는 시간이다. 자신이 쓴 자기소개서를 객관적인 눈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제삼자의 냉철한 시선으로 내가 쓴 자기소개서를 바라보면 미처 몰랐던 점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자기소개서를 완성하면 제출하기에 앞서 전체적으로 내용에 일관성이 있는지, 중복되는 부분은 없는지, 질문(항목)에 딱 들어맞는 답인지, 오탈자는 없는지 등을 꼼꼼히 체크해서 수정해야 한다.

 어떤 단어, 문장 한 줄이 읽는 사람의 머릿속에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서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서 나를 선택하거나 떨어뜨리게 만드는 결정적인 한 수가 될지 모른다.



 특히 퇴고 과정에서 자기소개서를 소리 내어 읽기를 권한. 소리 내어 읽는 것을 ‘음독(音讀)’이라 한다. 필자의 학창 시절에는 국어시간이나 영어 수업시간이 돌아오면 선생님이 학생을 지명해서 그날 배울 교과서 내용을 음독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들은 언제 자신의 차례가 돌아올지 몰라 수업시간 내내 숨을 죽이며 선생님의 입을 쳐다봐야 했다. 선생님이 학생들을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눈으로만 훑기보다는 입으로 읽고 손으로 써보는 것이 내용을 이해하는데 훨씬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음독의 효과는 자기소개서 퇴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눈으로만 자기소개서를 다듬을 때와 소리 내 읽으면서 다듬을 때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눈에 거슬리는 부분은 물론이고 귀에 거슬리는 부분까지도 찾아내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자신감 충만했던 글도 음독이라는 현미경을 들이대면 감춰진 민낯이 오롯이 드러난다.


 음독의 가장 큰 미덕은 감각의 활성화를 통해 집중력을 최고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인간의 감각은 서로 결합해 작용할 때 가장 활성화된다. 자신이 말하고 자신의 귀로 듣다 보면 몰입도가 훨씬 높아진다.

 자기소개서의 한 자 한 자를 손끝으로 글자를 짚어가며 소리 내어 읽다 보면 소리 없이 눈으로만 읽으면 그냥 흘려버리기 쉬운 오·탈자나 맞춤법, 띄어쓰기 등 단순한 문법적인 오류에서 글의 흐름을 방해하는 모호한 문장에 이르기까지 매끄럽지 않은 부분들을 손쉽게 잡아낼 수 있다.


 특히 오·탈자는 지원자 입장에서는 별 것 아닌 작은 실수로 치부할지 모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서류전형에서 탈락하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세상을 살다 보면 어떤 일이든 성공이나 실패를 가르는 핵심은 기실 거창한 것이 아니다.


 대개는 “그게 뭐가 중요할까?” 싶은 작고 사소한 듯한 것들에서 승부가 가려진다. 사람은 큰 바위에 걸려 넘어지는 게 아니라 작은 돌부리에 넘어진다.

 등산할 때 사람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먼 곳에 있는 큰 산이 아니라 신발 속에 있는 작디작은 모래 한 알이다.


 산행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면 신발 속 모래 한 알이 얼마나 귀찮고 성가신지를 너무 잘 안다. 처음에는 약간 불편하다 싶더니 시간이 갈수록 걷기 힘들고, 나중에는 산행 자체를 아예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더 이상 산행은 즐거움이 아니라 고행이 되고 만다. 결국 작은 모래 한 알이 산행을 망치게 만든다.


 이렇게 작은 일이 자칫 큰 일을 망치기도 하므로 사소해 보이는 것도 꼼꼼히 챙겨야 취업이라는 큰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입사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자기소개서에 등장하는 오·탈자는 지원자의 입사에 대한 절실함과 열정을 의심받게 만드는 결정적인 단서나 탈락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주변에 맞춤법 검사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데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오·탈자는 말 그대로 ‘성의 부족’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없앨 수 있는 실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작지만 의미심장한 차이가 결국 (서류) 합격의 당락을 가를 수 있다.  

“사람들은 큰일을 진지하게 대하면서도 작은 일을 대충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몰락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헤르만 헤세


 필자도 면접 도중에 어느 지원자의 자기소개서에서 오탈자를 발견하고는 평가를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도무지 지원자가 주장하는 절실함이나 진정성에 믿음이 가지 않았던 탓이다. 3년째 계속 같은 회사에 일편단심으로 도전하고 있다는 지원자의 말이 과연 사실일까?


 그토록 입사를 원하는 회사라면 제출에 앞서 꼼꼼하게 자기소개서를 확인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지 않을까?

 오랜 시간 공들여 쓴 자기소개서가 고작 오탈자 하나 때문에 나쁜 인상을 남기게 된다. “공든 탑도 개미구멍으로 무너진다”는 말처럼 사소한 실수 하나로 그만 빛이 바랜 것이다.



 심지어 필자는 최종면접에서 경쟁사의 이름을 미처 바꾸지 못한 자기소개서를 본 적도 있다. 지원동기에 난데없는 경쟁사 이름이 등장한 것이다.

 A회사 면접인데 B회사에 대한 입사의 꿈을 오래전부터 키워왔다는 식이다. 그런 경우가 진짜 있나 싶겠지만 회사 이름을 틀리는 어이없는 실수로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지원자들이 의외로 많다.


 미리 준비한 자기소개서를 ‘복붙’해서 회사 이름만 바꿔 제출하다 보니 빚어지는 촌극이다. 그럴 때마다 오히려 필자가 얼굴이 화끈거린다. 서류전형에서 미처 걸러내지 못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의 주인공은 면접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당연지사다.


 <탈무드>는 “이름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라고 말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에는 이름이 있다. 이름에는 뜻이 있기 마련이고, 그래서 이름은 존재의 증거다. 바꿔 말하면 이름이 있어 존재가치를 가진다. 그만큼 이름은 중요하다. 그래서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상대방이 의미 있는 존재라는 뜻이고, 이름을 불러주는 건 반갑고 또 만나고 싶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름을 기억해주고 이름을 부르면서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간다. 그러니 이름을 기억하고 제대로 불러주는 것은 모든 관계 맺기의 출발점이다. 자신을 알아주는 에게 마음이 기우는  사람이다.

 거꾸로  이름조차 제대로 모르는 상대에게 마음이 갈리 없다. 그렇다면 이름을 잘 못 부르는 것만큼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만들고 손쉽게 관계를 망치는 방법이 또 있을까? 기업도 다르지 않다. 


지원자 10%는 자기소개서에 회사명 잘못 써서 탈락

 채용설명회 때 인사담당자들이 항상 지적하는 부분이‘회사 이름을 잘못 쓰는 지원자가 많다’는 것이다.

  OO생명 인사담당자는 “대기업 채용이 한꺼번에 몰리고 컴퓨터로 작성하다 보니 복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원자들의 평균 10%는 회사 이름 등 오·탈자로 탈락한다”라고 말했다. 출처: 한국경제 2013.7.22



 사실 자신이 오랜 시간 공들여 쓴 자기소개서에서 잘못된 부분을 찾아내거나 고치고 다듬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내가 아니라 남이 쓴 글처럼 생각하고 냉정하게 뜯어봐야 하는데 그게 결코 쉬운 일일 수 없다.

 그래서 스스로 첨삭하면 놓치기 쉬운 실수를 잡아내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기 전에 반드시 주변 사람들에게 읽어주기를 부탁할 필요가 있다.


 오·탈자 확인 같은 기본적인 부분에서 군더더기 없는 단문으로 표현되어 있는지, 문장은 두괄식으로 쓰여있는지 등 글의 구성적인 측면은 물론 ‘캐릭터화’ 등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의견을 구해보자.

 구체적으로 자기소개서에 표현된 자신의 이미지가 자신이 어필하고 싶은 이미지와 일치하는지를 다른 사람의 시각을 통해 검증해보는 것이다.


 만약 본래 의도와 다른 피드백이 주어진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혹은 자기소개서의 어떤 부분 때문인지를 확인해서 필요하다면 내용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너무 많은 장점을 나열해서 이미지가 분산된 느낌이라면 그중에서도 강조하고 싶은 2~3가지 장점에 초점을 맞추어 다시 정리하는 식이다.

 자기소개서에서 빛나는 스펙이나 경험 등 자랑거리들을 무작정 나열하기에 앞서 그것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특히 지원한 회사나 직무와 관련하여 ‘적합한 인재’ ‘준비된 인재’ 임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그래서 기업이 궁금해하고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이 아니라면 과감하게 뺄 필요가 있다. 영화감독들은 편집 과정에서 공들여 찍은 장면을 눈물을 머금고 잘라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독립적인 장면으로는 아무리 좋아도 관객의 시각에서 전체 흐름과 맞지 않거나 너무 길다고 느껴질 부분을 알아서 덜어내는 것이다. 그것도 빼고 또 빼서 더 이상 뺄 수 없을 때까지 덜어낸다. 이렇게 완벽함은 덧셈이 아니라 뺄셈에서 나온다.


 자기소개서도 그렇다. 쓸데없는 내용에 가려져서 정작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읽는 사람의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면 지원한 회사와 직무에 ‘적합한 인재’ ‘준비된 인재’로 각인시키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오히려 준비 안된 지원자, 우리회사와 채용하는 직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지원자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실제 운전면허증부터 시작해서 MS 오피스 자격증, 인터넷 정보검색사 등 시시콜콜한 경력이나 자격증을 한도 끝도 없이 늘어놓은 자기소개서를 마주하면 “내세울 만한 특징이나 특별한 강점이 없는 지원자인가 보다” 나도 모르게 중얼거릴 때가 있다.


 퇴고에서 무엇을 ‘더 붙일까’가 아니라 ‘더 덜어낼까’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이유다. ‘적합한 인재’라는 관점에서 굳이 이런 내용까지 언급할 필요가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이렇게 기업의 시각으로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는 것만으로도 자기소개서의 완성도는 몰라보게 높아진다.

“단순함이 궁극의 정교 함이다(Simplicity is the ultimate sophistication”- 레오나르도 다빈치



 한마디로 퇴고의 포인트는 철저하게 평가자의 입장(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즉 “내가 기업(또는 자기소개서 평가위원)이라면 어떨까?”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자기소개서는 ‘내’가 아니라 ‘기업’의 입장에서 써야 하는 글이다. 당연히 퇴고도 기업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효과적이다.


 그래서 부모님이나 친인척 등의 지인 중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피드백을 받아보면 큰 도움이 된다. 사회경험 면에서는 죄다 고만 고만한 친구들이나 스터디그룹 멤버들보다는 아무래도 기업의 시각에서 평가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지원한 기업과 직무에서 현재 일하고 있는, 즉 현직자만큼 ‘지원동기’나 ‘입사 후 포부’ 등이 기업의 입장에서 얼마나 현실감 있고 설득력  있게 작성되었는지를 점검해줄 적임자는 없다.

 필자도 취업시즌이면 자기소개서를 감수해달라는 부탁을 종종 받곤 한다.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을수록 자기소개서는 탄탄해지기 마련이다.


 흔히 일을 대충 마무리하면서 “거기서 거기”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대충 훑어볼 때야 거기서 거기 아닌가 싶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절대 거기서 거기이지 않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노력은 목적을 이룰 때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물은 100도에서 수증기가 된다. 99도에서는 물이 끓지 않는다.



 딸랑 1도 차이지만 둘 사이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 99도는 물이지만 100도는 수증기다. 단 1도의 차이가 물과 수증기를 가르는 결정적인 기준이고 결국 질적인 차이를 만들어 낸다.

 99까지 노력을 다해놓고도 마지막 1을 더하지 못하면 결국 포기하는 셈이 된다.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애기다.


“99도까지 온도를 열심히 올려놓아도 마지막 1도를 넘기지 못하면 물은 영원히 끓지 못한다. 물을 끓이는 것은 마지막 1도이다. 포기하고 싶은 바로 그 1분을 참아내는 것이다”- 김연아(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자기소개서도 ‘최종 제출’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 계속 퇴고해야 한다. 다시 보고 또다시 보면서 쓰고 빼고 고치는 과정을 거듭할수록 자기소개서의 완성도는 높아지고 그만큼 면접 기회를 붙잡을 확률은 커진다. 당연히 면접에서 합격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면접 질문은 대부분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제출 버튼을 클릭하기에 앞서 주변의 도움을 받거나 스스로 첨삭하는 과정은 자기소개서의 완성이자 본격적인 면접 준비의 출발점인 셈이다. 음독(音讀)과 남에게 첨삭받기. 자기소개서를 다듬을 때 이 두 가지만큼은 꼭 잊지 않길 바란다.


 끝으로 다음은 동화작가 이오덕 님이 글을 다듬을 때 눈여겨볼 점들을 정리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쉽게도, 또 어렵게도 느껴지지만 분명 자기소개서를 퇴고하는 모든 청춘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충고인 듯싶다.  


본래 하고 싶었던 말이 제대로 쓰였는가?  

사실에 맞는 이야기가 되어 있는가?

표현이 정확한가?   

쉬운 말로 써졌는가? 글을 공연히 어렵게 쓰지는 않았는가?

한 문장이 너무 길지는 않은가? 단락을 잘 구분해 놓았는가?

1인칭으로 썼을 경우 ‘나’를 너무 앞세우지는 않았는가?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잘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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