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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Apr 29. 2022

‘있어빌리티’가 뭐길래

자기소개서의 정석-17

  지원자 입장에서 자기소개서의 용도는 서류전형이라는 취업의 첫 관문을 통과하는 것이다. 제아무리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일단 서류전형에 합격해야 다음을 기대할 수 있다. 빛의 속도로 탈락, 즉 광탈(光脫)하면 면접도 보지 못하고 허무하게 떨어진다.  


 입사 후 펼치고픈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찬 자기소개서의 ‘입사 후 포부’는 그야말로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고 있는데 김칫국부터 마신 격이 된다.

 서류전형은 취업의 1차 관문이다. 즉 취업준비생들에게는 본격적인 실전의 시작인 셈이다. 제아무리 강심장인 사람도 실전에서는 평소에 하지 않던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실전에 대한 부담과 초조함 탓이다.



 하지만 때론 작은 실수 하나가 합격과 불합격을 가른다. 엇비슷한 수준의 지원자들 간의 경쟁에서 합격과 불합격의 차이는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실수를 줄이는 것이야말로 실력이고 경쟁력이다. 그래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가장 흔한 실수는 ‘이, 그, 저, 이것, 그것, 저것, 이런, 그런, 저런’ 등의 지시어를 남발하는 경우다. 문장 간의 매끄러운 연결이나 혹은 글에서 가장 보기 싫은 부분 중 하나인 ‘중복’을 피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지시어의 사용은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찬가지로 ‘제가, 저는, 나는’ 등의 1인칭 대명사를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문제다. 문장만 길어지는 데다 쉽고 간결하게 써야 한다는 글의 경제성에 어긋나서 지루하고 딱딱한 인상을 주기 십상이다. 무엇보다 자기소개서는 어차피 본인의 이야기를 쓰는 글이니 구태여 1인칭 대명사를 쓸 필요가 없다.


#예시: 1인칭 대명사의 과도한 사용 사례 

“저의 장점은 ‘정직함’입니다. 저는 언제나 정직하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합니다. 또한 저의 정직한 태도는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한 필요조건입니다. 제가 OO은행에 입사한다면 영업점에서 정직한 태도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여 고객의 신뢰를 받는 전문금융인으로서 성장할 것입니다”

“저는 다양한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뛰어난 적응력을 갖춘 인재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전공수업 외에도 제가 속한 학회나 동아리 활동을 통해 각양각색 분야의 친구들과 어울리며 가치를 존중하고 적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러한 저의 적응력을 제가 앞으로 만날 다양한 고객을 만날 때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습니다” 


 앞의 예시에서 문장의 첫 시작에서 사용된 저는, 저의, 제가 등의 1인칭 대명사는 사실 전부 삭제해도 의미 전달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어차피 자기소개서를 읽는 사람은 글의 주체가 지원자임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나’라고 쓰지 않아도 나에 대한 글이라는 사실을 뻔히 안다.


 따라서 지 않으면 주체가 불분명해지거나 글의 흐름상 넣는 것이 려 자연스러운 괴랄한 경우가 아니라면 1인칭 대명사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리고 자기소개서는 통일된 문체를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면 ‘~했다’에서 갑자기 ‘~했습니다’식으로 문체가 바뀌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글은 피동형(被動形)이 아닌 능동형(能動形)으로 쓰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가 말을 할 때는 “나는 ~ 한다 또는 ~했다”식으로 행위의 주체를 주어로 삼아 표현한다. 글을 쓸 때도 그래야 한다.



 특히 자기소개서는 ‘나’에 대해 소개하는 글인 만큼 ‘내’가 글의 주체가 되어야 마땅하다. 당연히 피동형이 아닌 능동태로 써야 한다.

 피동형은 주체가 불분명할 때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잘 쓰지 않는다. 피동형으로 쓰면 문장도 어색하지만 행위 주체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서 의미도 모호해진다.


 마치 지원자가 눈앞에서 말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야 효과적인 자기소개서는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자신의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사돈 남 말’하는 식으로 표현하는 셈이기에 우유부단하거나 자신감 또는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은연중에 갖게 만든다. 피동형을 쓸 때는 대체로 행위의 주체를 감추려 하거나 혹은 책임을 피하고 싶은 경우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능동형으로 쓰면 자연스레 읽는 사람에게 (글의 주인공이) 적극적이고 자신감 있는 인상으로 비친다. 자기소개서의 주인공은 ‘나’다. 글은 주인공이 명확하게 드러나야 좋은 글이다.

 그래서 “생각된다”는 “생각합니다”, 또 “선택이 요구된다” 혹은 “선택이 요구됩니다”는 “선택해야 한다”라고 능동형으로 표현하는 것이 훨씬 매끄럽고 글에 더 힘이 실린다.


 비슷한 맥락에서 똑같은 말이라도 부정문(Negative Sentence)보다는 긍정문(Affirmative Sentence)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긍정문과 부정문은 뭐가 다를까? “(서류전형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해주세요”라는 부정문과 “합격하도록 해주세요”라는 긍정문을 비교해보면 느낌이 팍 오지 않는가?

  또 “시도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이중 부정문은 “시도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라는 긍정문으로 바꿔주자. 이렇게 긍정문을 사용하면 의미는 더 명확해지고 문장은 간결해진다.



띄어쓰기 하나가 당락 가른다

 최근 취업준비생들이 받아쓰기를 해가며 한글 맞춤법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취업준비생이 자주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자소서를 작성해 서로 돌려 보고 틀린 어휘나 띄어쓰기를 잡아내는 ‘맞춤법 검사 스터디’가 인기다. 일반 이력서 쓰기 스터디도 아예 ‘한글 맞춤법 기본 장착되신 분 환영’이란 구인조건이 달리고 있다. 실제 채용 과정에서도 맞춤법은 중요한 요소다.

 지난해 9월 잡코리아가 기업 인사담당자 238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92%가 ‘자기소개서에 한글 맞춤법이 틀리는 경우를 본 적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이들 중 43.3%가 ‘서류전형 평가결과가 합격 수준으로 높아도 한글 맞춤법 등 국어실력이 부족해 보이면 탈락시킨다’고 답했다.

 지난해 9월 대기업 인턴 채용과정에서 탈락한 이모(29)씨는 “기안서 작성 과제 때 수차례 맞춤법을 지적받은 게 가장 마음에 걸렸다”면서 “인사담당자 중 ‘문법 나치(국어 문법 틀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 맞춤법 교재로 공부를 시작했다”라고 말했다”-출처: 조선일보 2017.5.23


 좋은 글일수록 ‘간결한’ 법이다. 간결하다는 것은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깔끔하다는 의미다. 글을 간결하게 쓰려면 무엇보다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덜어내고 수식어를 최대한 절제해야 한다.

 수식어를 남발하다 보면 글이 늘어지기 쉽다. 무엇보다 의미가 모호해지고 내용이 추상적으로 흘러서 자기소개서의 생명인 신뢰성이나 설득력이 약해지기 십상이다. 수식어를 버려야 글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진다. 


 ‘경제성(經濟性)’은 글을 쓸 때도 중요하다. 쉽고 간결하게 쓸 수 있는 내용을 굳이 어렵고 복잡하게 표현할 필요는 없다. 빠른 길을 두고 굳이 먼 길로 돌아가는 것과 똑같다.

 예를 들어 ‘아쉬웠습니다”를 “아쉽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식으로 쓰는 것이다.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 글과 문장은 짧을수록 좋다.



 같은 맥락으로 글에서 가장 보기 싫은 부분 중 하나인 표현의 반복이나 내용의 ‘중복’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자기소개서를 읽다 보면 한 문장에서 같은 단어나 구절이 반복되거나 내용상 동일한 의미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어떤 경우에는 ~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식으로 쓰는 것이다. 이 때는 “어떤 경우에는 ~할 때(혹은 사람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했습니다”식으로 ‘경우’의 반복된 사용을 피하면 한결 부드럽게 읽히는 문장으로 다듬을 수 있다.


 또 글을 쓸 때 흔히 많이 틀리는 실수가 ‘겹말’이다. 겹말은 같은 뜻의 말이 겹쳐진 말이다. 대부분의 겹말은 한자어나 외국어에 우리말을 덧붙인 형태다. 눈에 잘 띄지 않다 보니 글을 좀 쓴다 하는 이들도 종종 겹말의 함정에 빠진다.

 예를 들면 ‘역전앞’, ‘생일날’, ‘과반수 이상’, ‘내면 속’ ‘오랜 숙원‘ 등이다. 한자어의 뜻을 풀어보면 겹치는 말이 드러나서 금세 어색함이 느껴진다. 역의 앞이란 ‘역전(驛前)’에 이미 들어가 있는 ‘앞’이란 말을 뭐하러 또 붙일 필요가 있는가? 생일날도 굳이 뒤에 ‘일’을 붙이면 군더더기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과반수이상→과반수’, ‘내면 속→내면’, ‘오랜 숙원→숙원’, ‘좋은 호평→호평’으로 바꿔 써준다. 의미가 중복된 단어나 구절 등도 빼거나 다른 말로 바꿔주면 한결 깔끔하고 부드러운 문장이 된다.

 예를 들면 “아픈 고통에 힘겨워했다”는 ‘고통(苦痛)’에 ‘아프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아픔에 힘겨워했다”로 고쳐 쓰면 같은 의미를 지닌 문장이면서도 훨씬 간결해진다.   

 또 “마음먹은 대로 일이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는 문장은 “마음먹은 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식으로 불필요한 꼬리를 잘라준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 본인의 역량이나 강점을 강조하기 위해 형용사·부사 등 미사여구를 남용하는 것도 문제다.

 마크 트웨인은 “매우, 무척 등의 단어만 빼면 좋은 글이 완성된다”라고 했다. 세계적인 판타지 소설 작가 스티븐 킹은 “지옥으로 가는 길은 부사로 뒤덮여 있다”며 한술 더 뜬다. 죄다 부사 남용에 대해 울리는 경종이다.



 이유가 무얼까? 형용사나 부사를 수식어로 덕지덕지 덧씌우면 문장이 깔끔하지 않고 겉도는 느낌의 글이 되기 쉽다.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작 핵심은 보이지 않고 장황한 설명만 이어지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제한된 분량이나 글자 수 내에서 자신을 최대한 알려야 하는 자기소개서와 화려한 멋 부리기는 물과 기름 사이다. 애당초 어울리지 않는다.


 자기소개서에서 형용사·부사 남용으로 인한 ‘기름기’를 쏙 빼서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장으로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일단 자기소개서에서 모든 형용사와 부사를 찾아서 없앤다. 형용사나 부사로 범벅된 문장을 순하게 씻어내는 셈이다.   

 그리고 바뀐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정말 필요한 형용사와 부사는 다시 살린 다음에 원문과 비교해보라. 아마 쓸데없이 미사여구를 남용했음을 금세 실감하게 될 다.



 이렇게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는 것이 바로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분량이나 글자 수 압박으로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내용을 표현할 수밖에 없는 자기소개서에서는 더욱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쓸데없는 부사를 덜어낼수록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정보만 전달해서 글이 명확해지고 힘이 실린다


“글은 덧붙이며 만드는 게 아니라 생략하면서 창조하는 것이다”- 스티븐 킹


 또 글은 겸손하게 써야 한다. 힘 빼고 가볍게 쓰는 글이 좋은 글이다. 글을 쓰면서 공연히 ‘폼’ 잡지 말라는 뜻이다.

 특히 직무에 관한 지식을 뽐내겠다는 생각에서 자기소개서에서 자신도 잘 모르는 전문용어를 남발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서류전형 평가위원은 해당분야(또는 지원한 직무) 담당자 외에도 채용담당자나 여러 분야의 실무자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공기업이나 일부 사기업에서는 HR전문가 등 외부 평가위원을 참여시킨다.   


 다시 말하면 서류전형 평가위원들이 모든 분야에 정통한 ‘팔방미인’은 아니라는 얘기다. 당연히 자신이 일하지 않는 분야의 전문용어는 낯설 수밖에 없다. 생소한 용어 탓에 평가에 애를 먹게 된다.

 가뜩이나 시간에 쫓겨서 자기소개서를 읽어야 하는데 용어의 의미까지 찾다 보면 누구나 신경이 곤두서고 짜증이 난다.



 심지어 평가를 건너뛰고 싶은 유혹까지 느낄 지경이다. 그만큼 좋은 결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문제는 자기소개서가 끝이 아니라는 거다.

 운 좋게 서류전형을 통과해도 면접에서 해당분야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실무담당자나 임원들을 만나면 어설프게 구사한 전문용어는 질문공세를 유발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질문에 척척 답을 잘한다면야 더할 나위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얕은 지식’을 앞세워 자신을 부풀려 포장한 허풍쟁이라는 평가를 받기 십상이다.  


 실제 면접에서 만난 지원자들에게 질문을 해보면 본인도 의미를 잘 모르면서 자기소개서에서 마구잡이로 전문용어를 쓴 경우적잖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있어빌리티’(우리말‘있어 보인다’는 표현과 영어로 능력을 뜻하는 ‘ability’를 합쳐 만든 신조어로 남들에게 있어 보이게 자신을 포장하는 능력)한 자기소개서로 보이기 위해서일 테다.



 그런데 서로가 잘 모르다 보면 질문과 대답이 온통 외계어 같은 전문용어와 관련된 이야기로만 채워지게 된다. 면접이 끝나고 나면 지원자에 대해 남은 기억이라고는 오직 정체 모를 전문용어 밖에 없을 정도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소중한 면접시간이 허무하게 흘러가버린 것이다.



 자기소개서에서 별 고민 없이 언급한 전문용어 탓에 취업의 최종관문인 면접에서 질문공세에 시달리느라 정작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어필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울까?


 예컨대, 자기소개서의 지원동기를. 딥러닝과 머신러닝으로 무장한 인공지능과 경쟁해야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라는 멋들어진 문장으로 서두를 끊은 지원자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면접에서 첫 질문으로 자기소개서에서 언급한 딥러닝과 머신러닝의 차이를 묻는 질문을 받는다. 어디서 들었는지 보았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데 어떻게 제대로 설명을 하겠나.

그저 있어 보여서 써먹었을 뿐인데.



 물론 오지랖 넓은 면접관은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어쩌랴. 정작 본인의 멘털은 질문을 받자마자 이미 나갔는데.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극강의 정신력이라도 가출한 멘털을 찾아올 수 있을까?


 하지만 스스로 빅엿을 날린 꼴이다. “사람은 무언가를 몰라서 곤경에 빠지는 게 아니다. 무언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으로 유명한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뼈 때리는 일침이다.


 일찍이 소크라테스가 ‘무지(無知)에 관한 지(知)’를 설파했듯이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다는 사실을 안다. ‘헛똑똑이’라는 말처럼 어설프게 아는 것은 아예 모르는 것보다 더 못할 때가 많다. 아니 어설픈 지식이 오히려 더 상황을 악화시키는 법이다.

 기업은 신입사원을 뽑을 때 당장의 역량보다는 미래(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평가한다. 지금 몇 가지 전문용어를 알고 모르고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자기소개서는 기업이라는 고객에게 나를 알리는 소통의 수단이다. 소통의 지름길은 자신이 아는 말을 쓰는 것이다. 상대방이 물을 때 자신 있게 의미를 설명할 수 있어야만 자신이 아는 말이다.   



 얕은 지식에 취해 자신을 과시하고자 자기소개서에서 전문용어를 남발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러니 자기소개서에서 “내가 이만큼이나 알고 있어요”라고 자랑하고 싶은 욕망은 꾹꾹 누르자. ‘있어빌리티’한 자기소개서 욕심은 훌훌 털어내자.

 전문용어는 글의 전개를 위해 정말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글은 모름지기 문턱이 낮아야 한다. 쉽게 읽혀야 좋은 글이라는 의미다.

“아는 것을 안다고 말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지혜다”-공자


그렇다고 자기소개서에 편한 친구들과의 채팅에 사용하는 어휘를 사용하거나 영어를 발음 그대로 쓰는 것은 곤란하다.

 예를 들면 ‘알바’(아르바이트), ‘인강’(인터넷 강의) 식의 줄임말이나 ‘올드(Old)’한 ‘영(Young)’한 등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사소하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너무 가볍다는 인상을 심어주거나 자칫 입사에 대한 진정성과 절실함을 의심하게 만드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누구나 알고 있는 익숙한 명언이나 어구의 사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 자기소개서를 읽다 보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패기 넘치는 청춘” “소통을 잘하고 팀플레이를 중시하는” “비록 지금은 부족하지만 회사를 빛내는 핵심인재로 성장할 것을 약속드린다” 등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표현들이 있다.



 또 “엄하신 아버지와 자애로우신 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평생을 지각 한번 하지 않고 직장생활을 해오신 부모님을 보면서 배운 성실함이 몸에 밴” “넉넉한 집안 형편은 아니었지만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구김살 없이 성장했고” “항상 도전하는 자세로 살아왔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으려 애써온” “OO기업의 사람중심 경영에 마음이 끌려서 혹은 인재상이나 핵심가치가 자신과 부합해서” “OO기업 입사를 오랫동안 고대해온” “입사 후에는 고객만족 극대화를 위해 헌신할” 지원자들이 차고 넘친다.


 하지만 이런 상투적인 어구나 틀에 박힌 표현은 읽는 사람에게 아무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아니 식상하고 무덤덤하게 느껴지면 되려 다행이다.

 십중팔구는 별 고민 없이 지원했다는 인상을 주거나 베꼈다(혹은 퍼왔다)는 오해를 받는다. 자기소개서는 기업에 비치는 지원자의 첫인상을 결정짓는다. 자칫 입사에 대한 절실함이나 준비가 부족한 지원자라는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자기소개서에 종종 등장하는 ‘귀사’ '당사'라는 표현도 복사해 붙여 넣기 한 듯한 무성의한 느낌을 주기 십상이다. 지원한 회사의 이름을 정확하게 적어주는 편이 훨씬 낫다.

“다른 사람들이 쓰는 표현을 피하라. 누구나 하는 말을 그저 전달할 뿐이더라도 자신만의 화법을 생각해내라”- 티머시 스나이더(예일대 사학과 교수)


 소설 <동물농장>, <1984년>의 작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간결하고 명쾌한 문체로 유명하다.

 그는 ‘정치와 영어’(Politics and the English Language)라는 에세이집에서 글쓰기의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기업이라는 독자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의 에세이 형식인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유용한 지침이 될 듯싶다.



1. 매체 등에서 흔히 보는 비유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Never use a metaphor, simile or other figure of speech which you are used to seeing in print)

2. 짧은 단어를 쓸 수 있을 때는 절대 긴 단어를 쓰지 않는다(Never use a long word where a short word will do)

3. 빼도 지장이 없는 단어는 반드시 뺀다(If it is possible to cut out a word, always cut it out)

4. 능동태로 쓸 수 있다면 절대 수동태를 쓰지 않는다(Never use the passive where you can use the active)   

5. 일상적인 용어로 대체할 수 있다면 외래어나 과학 용어, 전문용어는 절대 쓰지 않는다(Never use a foreign phrase, a scientific word or a jargon word, if you can think of an everyday English equival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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