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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편***

<그날이 지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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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난지 이제 이틀이 지났다. 더 이상 무슨 나쁜 일이 있을까 생각하며 남은 투어를 열심히 진행하고 있었다. 유럽 투어의 가장 큰 문제는 호텔 불만이 가장 많은데 이번 일정은 호텔도 전부 4성급(1급호텔)이니 그것 마저 걱정이 크게 없었다. 난방이 잘 안되는 겨울철도 아니니 호텔은 크게 걱정 안하고 투어를 진행중 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로마 호텔 첫날 아침에서 갑자기 홈쇼핑 광고를 크게 운운하는 분, 동영상을 찍어 나에게 보여주는 분. 여러명의 불만들이 나오고 있었다.


‘아니 갑자기 이건 무슨 일이지?’


당황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 분이 잠깐 들어와 보셔야 될 것 같다며 나를 식당으로 안내를 하는 것이었다.


한 분의 목소리가 굉장히 격양되어 있었으며 사람들을 선동하는 분위기 였다. 그래서 우선은 그분의 말을 자세히 들어 보았다. 내용인 즉슨, 홈쇼핑 업체가 사기를 쳤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손님들은 당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분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컸기 때문에 우선은 목소리를 좀 낮출 필요가 있었다. 유럽에서의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은 싸우는 경우 말고는 흔하지 않기 때문에 호텔 직원이 상황을 봐서 진정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이 서면 경찰을 부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 진정을 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정중하게 그 분에게 왜 이렇게 흥분 하시는 지를 여쭈었다.


“아니 말이야 이게 말이 되는겁니까?”

“선생님 죄송하지만 목소리를 조금 줄여 주시는게?”

“지금 목소리 줄이게 생겼어? 호텔을 이 따위로 잡고 말이야?” 어? 우린 완전히 당했어 당했어. 이게 뭐냐고 엄선된 1급 호텔을 사용한다고 그렇게 강조 하더니 이게 호텔이야? 우리나라 모텔도 이것보단 낫겠네.”

“선생님 당연히 우리나라 모텔이 훨씬 낳죠. 우리나라 모텔은 최 신식이라 당연히 오래된 유럽의 호텔보단 훨씬 낫습니다. 그렇게는 설명이 안됩니다. 적절한 비유를 들어 주셔야 합니다.

(정말로 우리나라 모텔 시설이 훨씬 낫다.)”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더 열을 돋굴까 싶어서 차마 말은 못하고

“목소리는 낮추어 주셔야 합니다. 물론 화가 나신건 알겠지만 여기서 목소리를 높였 다가는 불쌍사가 일어나기 슆습니다. 선생님이 충분한 의견 피력을 하시려면 차분하게 조리있게 이야기 하셔야 합니다.”

“아 알겠어요. 알겠어 내가 대대장 출신이라 목소리가 커서 그러니 그런 조금 이해 해주길 바라고. 정말 이건 말이 안되는 상황입니다. 호텔은 그렇게 믿었는데”


사실 이부분에서 홈쇼핑의 문제점도 지적하고 싶은 것이 나의 입장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 분의 말씀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었다. 홈쇼핑의 문제 중의 하나가 특히 여행상품 판매 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정말 혹 할 수 있겠다’ 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그 중의 대표적인 하나가 쇼 호스트들의 검증되지 않은 것을 보고 무조건 가격만을 얘기 하는 것인데.. 대표적인 말투는 이런 것이라 하겠다.


“여러분 이 가격에 말이 됩니까? 이건 비행기 값도 안되는 가격이죠? 이 가격에 이것 저것 이것 저것 게다가 요것까지.”

“이 가격에 전 일정 호텔 숙박. 이 여행사는 대단한 결정을 한 겁니다.”

“여러분께 드리는 단 한 번의 혜택. 놓치지 마시고 지금 바로 눌러주세요.”

위의 3가지 멘트 중에 가장 맘에 안 드는 것이 바로 호텔 언급을 하는 부분인데 그러다 보니 우리 이번 상품에서도 문제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정말 현지의 잘못이 크다. 그 부분에 앞서 유럽 호텔 구분을 알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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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난리가 난 유로 호텔의 전경>


유럽의 호텔은 우리의 기준과 다르다. 아니 매우 다르다. 우리는 호텔 하면 무조건 고급을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유럽에서는 별이 하나여도 호텔이고 5개여도 호텔이라 부른다. 물론 우리로 따지면 호스텔도 있고 모텔도 있고 펜션도 있지만 대부분을 호텔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빌미로 홈 쇼핑에서는 호텔을 강조 하다 보니 사람들이 혹해서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투어 중에 상품을 고르시는 팁을 드리는 시간을 갖기도 하는데 적어도 호텔을 잡을 때는 4성급(****)1급 호텔은 적어도 선택해서 오시라는 것이다.


그 이하는 정말 놀랄 정도로 호텔 차이를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어제 주무신 호텔의 특징은 바로 우리의 객실이 4성 호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분의 목소리가 높아 졌던 것이다. 근데 그 부분은 나도 전날 밤 느꼈던 바와 같았다. 4성급 치고 너무 관리가 안 된듯 했고 그리고 결정적인 문제는 너무나도 더러웠던 것이다.


그래서 현지(로마를 담당하고 있는 여행사 대표님) 여행사의 사장님하고 통화를 하게 되었다. 웬만해서는 현지의 담당자와 통화를 하지 않는 나의 입장에서는 정말이지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그리고는 우리의 상황을 전달하게 되었다. 그래도 이번 담당 회사의 대표님은 본인이 직접 나서서 문제점을 해결하려 하시는 분이라서 마음이 놓이긴 했다. 그러면서 말씀을 드리게 되었다.


이 분이 우리가 로마에 도착 하기전에도 베네치아 가는 길에 사고 난 경우에도 엄청나게 신경을 써 주신 분이라서( 당연히 해야하는 거였지만) 그래도 조금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호텔은 정말 너무 더러워서 어떻게 인솔자 입장에선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정말 솔직히 얘기 할 수밖에 없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참 안타깝네요. 즐거운 일로 연락을 드려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이런 일로 연락을 드리게 되었네요. 그제만 해도 사고처리 너무 깔끔하게 처리 해 주셔서 손님들 크게 불만은 없었는데 이번 호텔은 제가 막을 수가 없을 듯 해요. 오래 된 거 낡은 거는 다 막겠는데 더러운건 도저히 손님들을 설득 할 수가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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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로비만 봐선 그냥 그랬는데 방을 보고선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럴 때가 가장 난감하다. 일정중 1박 이상을 하는 경우가 두 번 있는데 이번 로마와 파리 두 군데이다. 로마는 3박 그러니 더 골치가 아프고 파리는 내가 아는 호텔이라 걱정이 없었다. 그런데 정말 이번 호텔은 세면대가 너무 더럽다. 조금 농담을 보태자면 정말 사람이 세수를 할 수 없을 정도. 마치 걸레를 빨아도 될 만큼 찌든때가 너무 많아 이건 대대적으로 청소를 하던지 아니면 호텔을 바꿔주던지 해야 할 듯이 대부분의 방이 총체적 난국 이었다. 그러는 중에 현지 사무실에서 제의가 왔는데 이 호텔은 3성과 4성을 같이 쓴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는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가끔 보면 3성 호텔급 룸과 4성 호텔급 룸을 겸해서 사용하는 곳이 있는 것이다. 마치 식사가 아메리칸 식사와 컨티넨탈 식사로 나뉘어서 비교가 되듯이 말이다.)


그래서 아침에 나를 통해서 4층 이상의 방이 어떤지 한 번 돌아 보라고 제안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곳이 맘에 들면 바꾸어 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선은 급한 마음에 4층부터 확인을 하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엘리베이터도 내 생각엔 한 50년 이상은 되어 보였다. 물론 아직도 고전 영화를 보면 밖에서 안이 다 보이는 엘리베이터도 운행을 한다. –우리나라 처럼 투명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정말 주름이 지는 1900년대 이전에 지어진 엘리베이터- 말이다.)


4층의 문이 열리자 마자 이미 다른 세상이다. 찐득찐득하고 더럽기도 하고 문도 제대로 열릴 것 같지 않던 우리들이 이용하던 층과는 달리 이미 깔끔 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반짝반짝 하고 안 들어가봐도 깔끔할 것같다는 느낌이 나는 것이다. 그래 이젠 대대적인 이동 많이 남았다. 하지만 곧 있으면 출발 시간. 오늘은 남부 투어(나폴리 폼페이 쏘렌토를 보기 때문에 일찍 이동해야 할 시간이었다.)가 있는 날이므로 시간이 없었다.


그 때 였다. 현지 사무실 사장님으로부터 다시 전화가 와서 스텝 들하고 호텔 직원들이 짐을 직접 날라서 옮겨 주겠다는 것이다.

‘와우 그럼 그야말로 땡큐지, 정말 땡큐죠’ 라고 속으로 만세를 부르면서 미안한척 다시 한 번 물었다.

“정말 괜찮으시겠 어요?”

“그럼요 불편하게 해 드렸는데 그렇게 해야죠. “


정말 다행이었다. 그렇게 확답을 받고는 손님들께 어서 빨리 출발을 재촉했다. 호텔 문제는 제가 어떻게든 문제 없게 처리를 할 터이니 걱정 말고 출발해 달라고 말씀을 드렸다. 이미 반 이상 진행이 되어 있는 상태 이기 때문에 우선 출발을 하고 혹시나 귀찮아서 방을 옮기기 싫어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정도 부분을 염두해 두고 점심 식사 하기 전쯤 한 번 의견을 물으면 될 것 같았다. 그래 얼른 출발하고 일정부터 소화를 해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언제 언성이 높아 졌냐는 듯이 우리의 일정은 자연스레 진행되어 가고 있었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 손님들을 다시 대면하게 되었다.

“다시 위창균 입니다. 안내 말씀 드립니다. 오전 호텔 문제에 관련해서 저도 이렇게 사무실에 전달을 했습니다 ‘낡은건 어떻게 해 보겠지만 더러운건 도저히 못참겠다. 내 방도 더러워서 찝찝하다 .손님들이 원하지 않으신다 해도 내가 바꾸기를 원한다 이렇게 전달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갑자기 박수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인솔자 팀장님 만세 파이팅”

“최고다 최고, 역시 믿을 만 해”연속으로 칭찬 세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침의 그 기분 나쁜 상황은 없어지고 갑자기 힘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때다 싶어 다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말씀 인데요. 우리 호텔이 3성과 4성을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인데 우리 방이 3성급으로 잘못 배정 된 듯 합니다. 지금 여러분이 투어 하시는 중에 우리 전 방을 바꾸기로 했고 지금 방에 풀어 놓은 짐이 있으시기 때문에 짐을 옮기는 것이 문제인데 다행히도 그건 현지 사무실 직원들과 호텔 직원들이 옮겨 주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데 혹시 방에 귀중품 이라고 두고 온건 없으시죠? 제가 첫날부터 단단히 말씀 드렸는데 귀중품은 호텔방에 또는 차안에다 두고 다니시는거 아니라고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없으 신거죠?” 갑자기 차가 털린 사건이 떠올라서 다시 한 번 말을 하게 되었다.


그랬더니 다같이

“네~~”

이런 대답이 나왔다.그래서 다시 얘기를 이어갔다.


“그래서 지금 이제 12시가 다가오니 체크 아웃을 받고 순차 적으로 방을 옮겨 드린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마도 오늘 일정이 끝나면 새로운 깨끗한(?)방으로 옮겨 가실수 있을 겁니다. 제가 확실하게 장담은 못 드리지만 아침에 확인 한 바가 있기 때문에 분명 오늘 아침에 나오신 방 보다는 깔끔하고 그런 방이 될겁니다. 그래서 걱정 마시고 오늘은 투어만 잘 하시고 오시면 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말이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호텔 문제는 일단락 되는 듯 했다. 그런데 갑자기 모녀 팀으로 온 어머니께서 갑자기 손을 드시더니


“우리는 그냥 쓰던 방 쓸께요. 크게 더럽지 않고 불편한 건 각오하고 왔으니 그냥 쓰겠습니다. 우리 짐은 그대로 놔두세요.”

“네 정말요? 괜찮으시겠어요?

“네 우린 그냥 놔두세요. 그냥 쓰겠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리는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그랬더니 갑자기 딸을쳐다 보시고는 서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한 번 말씀을 하셨다.

“네 그대로 쓸께요.”


왜 그런지는 몰랐지만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결국 그 두 분은 로마에서의3박은 그 방에서 그대로 잠을 잘 주무셨다. 잠의 질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고 나서 여행 말미의 그 분의 직업을 들었을 때 나는감동 할 수 밖에 없었다. 경기도 인근에서 펜션업을 하시는 분인데 아마도 본인이 하시는 일도 숙박업 관련 일이다 보니 그런 경험을 했을 때의 나의 심정을 이해 해 주시는 듯 했다. 정말 착했던 어머니와 그 따님.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 번 감사한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 이후 코로나로 인해서 일도 없고 매일 걷기 운동을 하게 되었는데 우연히 지나가다가 그 따님을 보게 되었다. 너무 반가웠는데 책이 나오 는데로 최대한 수소문해서 한 권 보내드리고 싶다.)


여행쟁이의 팁 : 홈쇼핑 광고에서는 너무나도 좋은 부분만을 강조한 나머지 기대감이 클 수 있는데 그게 바로 마케팅의 함정이면서 홈쇼핑의 함정이다. 그러니 아무리 호텔이 좋다고 강조를 해도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의 호텔과는 너무나도 다르니 기대감을 너무 크게 갖으면 실망이 엄청날 수 있다. 로마는 아무리 좋은 쉐라톤도 히터가 잘 안나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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