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 the Silver Lake를 보고
그날, 하늘이 뚫린 듯 비가 내리던 시간.
나는 팔당호 주변 도로 위에 있었다.
여기가 도로인지, 호수인지 분간이 안 가고
양쪽에서 달리는 바퀴들이 뿜어내는 물줄기는
폭포 아래에 갇힌 기분을 들게 했다.
어마어마하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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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아들은 조용히
오늘 볼 영화를 골랐다.
<Under the Silver Lake> 란다.
결론은… 힘들었다.
이건 분명 허접한 영화는 아니라는 느낌이 드는데,
무언가 문제의식을 짚고 있는 게 분명한데,
글로 적기도, 말로 풀기도
참 난해하고 방만하기 짝이 없다.
이제 메타 영화에 익숙할 만도 한데
이게 메타 영화가 맞는 건지,
누군가의 몽상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중간중간
"이게 도대체 뭐라는 영화야…"
하는 말이
내 입에서도, 아들 입에서도 툭툭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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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런 영화일수록 라스트가 중요할 거야’
라는 믿음으로 끝까지 봤고,
결국은
내가 영화 내내 따라가던 수많은 문제의식들을
그대로 떠안은 채 끝나버렸다.
허망하고, 무익하고,
무의미한 것들을 숭배하는 세상을
비꼬는 독특한 영화라지만,
조금 더 나이 먹은 나는
그저 그렇다고만 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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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어려운 책 한 권을 선물 받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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