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공간기록, 서울
코로나 덕분에 집에서 강제 수양을 쌓게 된 요즘, 불현듯 옛 사진첩을 구경하다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을 발견했습니다. 이날도 코로나로 인해 예약제로만 관람 인원을 제한했었고 평소 같으면 많은 인파로 북적거렸을 이곳에서부터 특이한 감정을 느낄 수 날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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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국립현대미술관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사람들의 일상에 너무 잘 녹아든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일상 속의 열린 미술관’이라는 목표로 방문자가 다양하게 이곳을 접근 할 수 있도록 하였고 중간중간 공간을 비워내 언제라도 사람들이 스치듯 머물러 쉴 수 있도록 공간을 내어줬죠. 게다가 일반적으로 직선적으로 전시를 순차적으로 계획하여 관람객을 통제했던 대부분의 미술관과는 달리 전시를 관람객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도록 열어주어 그 취지에 더욱 부합시켰어요. 곳곳에 보이는 큰 창은 ‘열린 미술관’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제스쳐인듯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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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나 찾아왔던 곳이었지만 우연히 스치듯 방문한 이번 기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확실히 건축가께서는 우리나라의 핵심 건축개념인 차경(借景)을 많이 염두에 두신 듯하였고 그 속에서 미술품들을 어떻게 사람들과 만나야 하는지에 많은 고민이 있어 보입니다. 그 고민들을 사람들이 없었던 이 날에 볼 수 엿볼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게 큰 행운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많이 얼어붙었지만, 그 속에서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찾는 재미 또한 분명 있음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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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가변운 것이 더 큰 즐거움을 줄때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