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의 미술관
여기 밀라노에서 나폴레옹의 이름을 듣게 될 줄 몰랐습니다. 그가 만들고 싶은 것은 도서관이라 생각했는데
(전쟁 중에도 수레에 책을 담고 다녔던 독서가이니까) 이런 미술관을 만들었다니 의외였습니다. 나폴레옹은 밀라노를 이탈리아의 파리로 만들려고 했나 봅니다. 1809년에 문을 연 이곳에는 회화 그림들이 1000여 점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술관에 들어서면 보이는 조각이 바로 나폴레옹의 모습입니다.
어쩌면 그 덕분에 르네상스의 주요 작품들을 지금도 만날 수 있게 된 거니까 그의 야망과 수집이 의미 있었다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가진 야망과 수집은 무엇인가?
그것이 후대에도 의미 있는 것인가?
한 개인의 야망과 개인의 수집이라 해도 다음세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간송 미술관도 마찬가지겠지요? 꼭 미술이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글로 남겨지는 것들, 영상으로 남겨지는 것들이 다음세대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으면 막연히 기대하는 바가 있습니다. 질문이 던져지고 생각의 물꼬를 트는데 저의 글이 혹은 유튜브 채널(서언유당SE) 영상이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의 지점과 나폴레옹과 연결시켜 보며 그림을 따라 시선을 옮겨봅니다.
미술관에서 중요한 작품들이 들어가 있어서 일행들과 함께 모아서 찍은 입장권
피에타는 이탈리아 주요 작품의 주제로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피에타는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를 안고 슬퍼하는 마리아의 모습이 연출된 작품을 말합니다. 르네상스 이전의 피에타들은 예수님 머리 위에 홀이 있거나 우리가 '성화'로 부르는 느낌의 그림이라면 르네상스의 피에타들은 마리아나 예수님의 감정 등이 실제적이고 실감 나게 표현된다 할 수 있습니다.
조반니의 피에타에는 예수님을 중앙에 배치하고 예수님의 상체를 중심으로 십자가의 흔적들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리아의 표정과 차마 예수님을 보지 못하는 요한의 돌린 얼굴과 그 얼굴에 표현되는 허망함 같은 감정의 자세한 표정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또 다르게 의미 있는 것은 마리아나 요한 뒤로 보이는 풍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예수살렘성과 회색빛 하늘이 슬픔과 사실감을 더 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도 동일하게 피에타로 불려집니다. 왜냐하면 죽은 그리스도와 마리아가 등장하니 말입니다. 이 그림이 유명한 이유는 원근법과 단축법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시신을 성스럽게 그리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시선 그대로 그렸습니다. 그래서 실제 예수님의 시신 아래, 발끝에 서서 예수님을 보는 듯하게 비율을 맞춰 그렸습니다. 시선을 살려서 실제로 예수님의 시신 앞에 서있는 듯한,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그림을 그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죽음은 기독교에서 구원의 상징이기에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자 신인 예수가 인간의 몸으로 십자가형을 당해 죽음으로 죄 값을 치릅니다. 그래서 피에타는 여러 작가에 의해 그려졌고 조각으로 표현되었다 생각합니다. 그 죽음은 신의 죽음이 아닌 철저히 인간의 죽음이 되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그런 피에타 그림 중에서는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자 그 현장에 예수의 죽음을 사실감 있게 느낄 수 있는 만테냐의 죽은 그리스도는 최고의 피에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앞에서 예수님의 죽음을 보았다면 이제 그의 부활을 볼 수 있는 그림이 바로 카라바조의 그림입니다. 배경이 어둡고 빛이 인물들에게만 향하고 있어서 부활한 예수님과 대화를 나누는 제자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테이블 끝을 잡고 있는 손 하나가 주는 긴장감이라니. 드라마틱한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이라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 외에도 라파엘로의 중요한 작품들도 있지만 거의 마지막에 보게 된 프란체스코 하예즈의 작품이 바로 '키스'입니다. 클림트의 키스 외에는 몰랐는데 이 작품이 특별히 의미 있었던 이유는 그림 안에 숨겨진 의미 때문이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지배 하에 있었던 이탈리아... 당시 독립 전쟁에 참가한 이탈리아 병사와 프랑스인 여성이 나눈 키스 장면을 표현한 그림이라고 합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키스가 아니라 두 나라 사이 동맹과 사랑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병사가 입고 있는 초록색과 빨간색은 이탈리아를 여인이 입고 있는 푸른색과 하얀색은 프랑스를 상징하는 은유를 숨겨둔 것입니다. 그 당시 정치적인 자기 생각을 연인의 모습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한 개인은 대단한 위인이나 주도적인 역사 속의 인물이 아니더라도 분명 역사 속에 살아갑니다. 그 역사 속에서 자신의 분야에서 자신의 뜻을 담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음악으로 누군가는 무용으로 누군가는 소설로 그 시대의 모습이나 생각을 담을 수 있는 거죠.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표현을 낮춰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도 그것대로 의미가 있지만 결이 다른 표현이라는 거죠. 저는 읽어내고 생각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 이런 작품을 보면 흥분되고 더 멋지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작가 자체가 사실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사랑의 결과이기도 하다고 합니다. 엄마가 이탈리아인이고 아버지가 프랑스인이라고 하네요.
그런 의미에서 키스 그림의 마그넷 하나 구입해서 브레라 미술관을 기억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