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소개드렸듯이 코칭 인증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코칭 실습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실 처음 이 조건을 보고 이걸 어떻게 하지? 싶었습니다. 코칭을 이제 배우기 시작한 저한테 누가 코칭을 받겠어요. 사실 이런 고민은 코칭을 처음 시작한 모든 분들이 가지고 계신 고민이고 그래서 많은 코치님들께서 버디 코칭 buddy coaching을 진행합니다.
버디 코칭은 코칭을 준비하는 코치님들끼리 코치/고객 역할을 번갈아가며 코칭을 연습하는 방식입니다. 각 30분씩 코칭을 진행하여 (한국코치협회에서 인정되는 최소 코칭 실습 시간은 30분입니다) 보통 한 시간 정도 진행됩니다. 무엇보다 어느 정도 코칭에 대한 이해가 있으신 분들끼리 코칭을 진행하기 때문에 전혀 코칭을 모르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것에 비하여 초보 코치 입장에서 보다 손쉽게 코칭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코칭 교육을 받으면 같이 교육받은 분들끼리 버디 코칭을 진행하도록 코칭 펌에서 보통 안내를 줍니다.
버디 코칭을 하면서 제가 느낀 좋은 점들이 세 가지 있습니다.
1. 다양한 코치님들과의 만남
코칭 교육할 때도 다양한 배경의 코치님들을 만났지만 버디 코칭을 하다 보면 더욱 만나는 폭이 넓어지는데요, 정말 다양한 이유로 코칭을 시작하신 분들,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코칭을 활용하고 계신 분들, 정말 다양한 목표를 코칭을 통해 이루고자 하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소속팀 어린 선수들의 심성 관리 및 향후 커리어 상담을 위하여 코칭을 배우시는 프로게임단 코치님도 계셨고, 상담과 더불어 코칭을 동시에 활용하고 계시는 코치님도 계셨으며, 코칭을 통하여 군대에서 전역하시는 장교분들의 노후 설계를 돕는데 코칭을 활용하시려는 코치님도 만났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코치님들과 버디 코칭을 하다 보면 각양각색의 코칭 스타일도 접할 수 있는데요. 코칭에 있어서 어느 정도 정해진 코칭 모델과 구조가 있습니다만, 같은 코칭 모델로 진행하더라도 개개인의 성향과 특성에 따라 코칭의 분위기는 확연히 바뀌게 됩니다. 코치의 스타일에 따라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진행되기도 하고 활기찬 분위기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버디 코칭을 하다 보면 나의 코칭 스타일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나만의 스타일이 잡혀가는 과정 또한 신기하고 즐거웠습니다.
2. 열정! 동기부여
제가 자신 있게 말하건대.. 코칭하시는 분들은 정말 열정적이신 분들이십니다. 아마 제가 코칭하는 사람 중에 가장 열정이 낮은 사람이지 싶은데요. 다들 어찌나 열심히 사시고 많은 목표를 차근차근 신청하고 계신지 감탄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아래는 그 일례입니다.
나 :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나눠보시겠어요?
고객(상대 코치님) : 시간 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나 : 어떤 상황이신가요?
고객 : 회사에서 새로운 일을 맡았는데 지금 코칭도 준비하고 있고요.
나 : 아, 두 가지 일을..
고객 : 그리고 대학원도 같이 다니고 있어서 논문 준비도 하는 중이에요.
나 : ...네?
고객 : 아직 애도 어려서 가족과 보낼 시간도 있어야 해서 어떻게 시간 관리를 해야 할지 이야기하고 싶어요.
나 : (이분은 슈퍼맨이신가)
코칭 실습 시간이라는 게 KAC를 위해서 50시간이 필요한데 한번 버디 코칭 1시간을 하면 내 시간으로 기록되는 건 30분. 매일 코칭에 한 시간씩 투자한다 해도 100일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사실 회사생활이나 사회생활하면서 힘들고 지쳐서 새로운 일을 하기에 부담스럽기도 하잖아요? 저도 코칭에 흥미와 재미를 느껴서 버디 코칭을 하지만 사실 회사에 일이 많거나 가족들과 여행 다녀오는 등 시간을 보내다 보면 코칭을 잠시 쉬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버디 코칭을 통해 이렇게 열정적으로 사는 코치님들을 만나면서 그분들에게 많은 열정과 에너지를 전달받고 그 덕에 계속 코칭을 할 수 있었습니다.
3. 코칭을 받는 즐거움
버디 코칭을 하기 위해서는 준비할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코치 역할을 하기 위해서 나의 코칭 스크립트나 코칭 모델이 필요하고요. 고객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코칭받을 주제를 준비하여야 합니다. 코칭 교육을 받다가 살짝 의아했던 부분이 강의하시는 코치님들이 본인이 코칭을 받았던 교육을 받으며 좋았다고 하셨던 것인데요. '코치가 되었는데 굳이 다른 코치에게 코칭을 또 받아야 하나?'라는 궁금증도 들었었거든요.
하지만 직접 코칭을 받아보니 코칭의 효과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코칭을 하는 것보다 코칭을 받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들게 되었습니다. 버디 코칭에서 고객 역할을 하기 위해서 코칭 주제를 정하다 보면 아무래도 실제로 제가 가지고 있던 고민들에서 주제가 나오게 됩니다. 제 경우는 주로 다이어트/운동 혹은 꾸준한 독서였는데요. 같은 주제로 여러 코치님들과 버디 코칭을 하면서 실제로 독서 습관을 다듬고 제 목표였던 한 달에 한 권 이상 책 읽기라는 목표를 2년째 달성하고 있습니다.
코칭의 힘과 효과를 알기 때문에 코치로서 코칭을 받는 것은 실제로도 많이 있는 일입니다. KAC에서는 의무는 아니지만 KPC를 위해서는 반드시 5시간 이상의 멘토 코칭이 (상위 코치에게 코칭을 받는 것) 지원을 위한 조건 중 하나입니다. 결과적으로 버디 코칭을 하는 한 시간 동안 30분은 나의 코칭 실력 연습을 위해서, 30분은 -다른 사람의 코칭을 위한 것이 아닌- 나의 고민을 동료 코치님들께 코칭받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정리해보면 제가 버디 코칭을 통해서 얻은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다양한 코치님들과의 만남을 통한 나만의 코칭 스타일 정립
2. 버디 코치님들의 열정에서 에너지 및 동기부여 얻기
3. 고객으로서 코칭을 받아보면서 코칭의 효과를 직접 체험
코칭 자격 취득을 하는 과정의 대부분 시간이 버디 코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비록 단시간에 끝나지 않는 긴 마라톤과 같은 과정입니다만, 이 과정을 지났기에 스스로를 코치라 부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분명 열심히 시간을 쪼개서 보디 코칭을 해도 코칭 기록을 보면 좀처럼 늘지 않는 코칭 시간에 답답함을 느꼈던 적도 있습니다만,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샌가 코칭 시간도, 코치로서의 실력도 함께 늘어 있는 것이 버디 코칭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간 저와 함께 해주신 모든 버디 코치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