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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민 Mar 09. 2021

나를 돌보기 위한 글쓰기

3월에 쓰는 새해 목표

2021년 새해를 시작하며 세웠던 목표 중 하나는 새벽 기상을 하고 글을 쓰는 것이다. 가깝게 지내는 지인들과 이른바 '미라클 모닝'이라는 것을 시작했는데, 주 3회는 내가 줌으로 요가 수업을 진행하고 나머지는 줌 어플을 켜 둔 채 각자 글을 써 내려가거나 영어공부를 한다거나 하는 식이었다. 오늘은 3월 1일이고 지난 2개월가량 몇 번 빠지긴 했지만 내 기준에 나름 훌륭하게 새벽 기상과 새벽시간 보내기를 해 낸 것 같다. 



나는 '자기 계발' 이라거나 뭔가 '챌린지'하는 것들을 즐겨하는 사람이 아님에도, 올해를 시작하며 과감한 결단을 했던 것은 20년의 연말이 너무나도 괴로웠기 때문이다. 2020년은 코로나의 해였다. 3번의 대유행이 있었고, 그중의 세 번째의 거리두기는 가장 길고 두려웠으며 내가 일도 하고 수련도 하는 실내체육시설은 6주의 운영 중지를 해야 했다. 첫 번째의 거리두기가 가장 수월했고 그다음이 두 번째, 그리고 지난 세 번째의 거리두기는 처참하게 괴로웠다. 그사이 요가 강사 신분에서 임대료 및 고정지출을 감당해야 하는 운영자의 입장이 된 탓인지 혹은 그동안의 불안과 피로가 누적된 것인지 심리적인 압박이 심했다. 나의 불안과 스트레스는 방치와 무절제함으로 발현된다. 불규칙한 식습관, 폭식을 한다든지 단 것을 입에서 떼지 못한다든지의 식생활의 문제, 집안을 방치하고 엉망으로 두는 문제 등 생활 습관이 무너지는 것이 제일 먼저 눈으로 드러난다. 



보다 더 나쁜 것은 겉이 아닌 내면에서 일어나는데 스스로를 학대하는 시간 사용이나 마음 사용을 하는 것이다. 내가 바꿀 수 없는 문제 상황을 받아들이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라는 것을 알면서도, 불안이 극이 달하면 되려 나를 학대하는 선택들로 달려가는 것이다. 쓸데없는 일들을 하면서 시간을 낭비해버린다거나 그런 나를 비난하고 곱씹으며 분노하는데 시간과 마음 에너지를 써버리는 것이 그렇다. '이 모든 감정을 처리하지도 극복하지도 못하는 너는 무능하고 나약하고 비겁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끙끙 대던 것이 지난 연말의 나였다. 



그나마 삼십 년이 넘게 이런 '나'와 지내오며 배운 것이 있었다. 나는 쉽게 이런 류의 수렁으로 빠지는 취약함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고 적절한 노력과 도움으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는 것. 당장 감정적으로는 요원해 보이나 이번에도 그럴 수 있으리라는 희미한 희망 같은 것을 어딘가에서 끄집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미라클모닝이었고 글쓰기였다. 내 감정이나 부정적인 생각에 끌려가서 나를 괴롭히지 않고 잘 살피고 돌볼 수 있는 힘과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 제법 도전적인 시도를 했다. 다행히 그 시도는 적절했고 덩달아 거리두기도 완화되면서 다시 일상의 패턴이 정돈되기 시작했다. 



스스로에게 가혹하고 관대하지 못한 사람은 애써서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돌보는 시간을 따로 내어야 한다. 내가 그런 사람인지 잘 모르다가 요가를 통해서 그런 나를 돌보고 알아가는 시간을 배울 수 있었다. 처음엔 매트 위에 서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고, 나중엔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나에게만 오롯이 집중하는 일, 두려운 동작을 시도해 보는 일, 일련의 모든 과정에서 일어나는 나의 감정과 생각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것이 나를 쓰담쓰담 돌봐가는 연습이기도 했다. 



여전히 요가는 나에게 '나를 미워하지 않고' '나를 받아들이게 해 주는' 고마운 것이지만, 어쩌다 일이 되어버리면서 이제는 요가 말고도 다른 방법들이 필요해졌다. 나는 글쓰기를 시작했고 쉽지는 않았지만 새벽의 고요한 시간은 굉장히 달콤했다. 서툴고 어색한 문장들 사이로 만나는 내가 낯설고도 반가웠다. 내가 나에게 시간을 내어주고 고운 마음을 써준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를 좋은 사람으로 여겨지게 했다. 때로 절망적인 단어의 나열과 지질한 감정들만이 흰 종이에 채워질 때에도, 그런 나를 미워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기 위해 꾹꾹 눌러쓰는 글을 쓰기로 했다. 


3월에는 체력을 좀 더 비축하기 위해 미라클모닝을 쉬어가기로 했다. 시간과 상관없이 글은 계속 써 내려갈 것이다. 그리고 정성스럽게 건강한 식사를 챙겨 먹고, 나를 잘 씻기고 다듬어주며 나를 돌보기에 성실해 볼 것이다. 작년에 벌여 놓은 스트레스받을 일들이 여럿 있지만, 자칫 나에게 상냥함을 잃지 않도록 나를 잘 데리고 살 수 있도록 올 한 해를 긴 호흡으로 잘 달려가 보는 것이 3월에 써보는 내 새해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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