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덴마크 교환학생 일기 1-2일 차

집 나온 지 41시간 만에 코펜하겐 도착하기

by 소만

1월 2일 오전 6시 30분, 집에서 출발했다. 비행기 탑승은 그날 오후 11시 30분이었는데, PCR test 결과지가 필요해서 공항에서 검사하고 당일 발급받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섰다.
공항에서는 부대찌개, 짜장면을 먹었다. 스벅 커피도 한 잔.
할 일을 모두 마치고 저녁 8시 30분쯤 엄마와 인사하고 들어갔다. 난 솔직히 설레고 좋았다.
잠시 쉬다가 11시 30분쯤 탑승 시작했다. 비행기는 12시 25분에 이륙했다.


보잉 777이고 3-4-3이었는데 내쪽 3자리에 나 밖에 없어서 눕코노미를 할 수 있었다. 기내식 두 번 먹었는데 처음에는 소고기와 감자, 두 번째에는 소고기죽이었는데 첫 번째 기내식은 잘 먹었고 두 번째는 거의 안 먹었다. 첫 번째 기내식 먹고 푹 자서 배가 안 고팠음 ㅋㅋ
근데 그 감자에서 너무 공장 냄새가 나서 그거 빼고 나머지만 먹었다. ㅠㅠ


도하에는 현지 시간 오전 5시쯤 도착했다. 도착할 때는 깜깜하고 야경이 참 예뻤는데, 그날 오전 7시쯤 비행기 탑승할 때는 해가 쨍쨍했다.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에서 경유했다. 그 공항은 옆으로 길어서, 내가 비행기를 탔던 D 게이트에 가기 위해서는 metro 같은 거 타야 했다. 인상적.


copenhagen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는 게이트 앞에서 동양인은 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대부분 백인, 그리고 아랍인들이 많았다. 그래도 별 생각 안 들었다. 버스로 비행기까지 가는데 에어컨 바람이 닿았는지 눈이 찢어질 듯 아파서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다시 비행기를 타서 7시 50분쯤 이륙했는데, 이번에는 내 옆옆 좌석에 사람이 있어서 눕코노미 불가 ㅠ 근데 그 사람이 본인을 나쁜 사람 아니라고 하면서 화장실 가고 싶으면 말하라고 했다. 말로는 고맙다고 했지만 좋은 사람 중에 본인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는 걸 못 봐서 별 생각이 없었다. 창 밖 예쁜 하늘에 마음을 뺏김. 근데 그 사람 계속 기침해서.. 마음을 비웠다...


그 길고 긴 여정 속에서 배웠던 건, 홍차에다 레몬 조각 넣어 먹으면 정말 맛있다는 거. 속이 안 좋을 때 그걸 마시면 속이 안정된다는 거.
black tea + lemon 조합 최고!!
사실 처음 tea 주문했을 때 lemon 넣냐고 물어봐서 별생각 없이 yes 했는데 하고 나서 아차 싶었다. 홍차에다 레몬???? 이러면서 다시 한번 마음을 비웠는데 레몬과 사랑에 빠져버렸음.

아 그리고 코펜하겐에 아랍인 생각보다 많다. 물론 백인이 가장 많음. 동양인은 지금까지 두 명? 세 명? 본 것 같다. 빤히 보는 것까지는 아닌데 나 지나가면 생각보다 많은 백인들이 나 쳐다본다. 같이 쳐다보지는 않는데 시선이 느껴짐. 내가 쳐다보면 눈을 피한다~
그래 나도 내가 예쁜 거 알아 ㅎ (a.k.a 정신승리)

집에서 나온 지 41시간 만에 기숙사 방에 도착했는데 그 시간 동안 당연히 머리 못 감고 못 씻음. 정말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떡진 머리로 코펜하겐에 입성했다.. 경유할 때 2시간 밖에 없어서 라운지도 이용 못하고 못 씻었는데.. 마음이 아팠지만 뭐 어쩔 수 없었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코펜하겐 공항 나와서 기숙사 들어올 때까지 정말 개고생 했다. 될 수 있으면 짐은 적게 쌀 것. 여기서 사고 말고 그런 건 그다음 문제고, 특히 옷. 그래 직접 겪어봐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코펜하겐 공항 나오자마자 열차 티켓 샀다. 도움 받아서 어찌저찌 ㅋㅋㅋ
Norreport 역까지 9 정거장이었는데 36kr 나왔다. M2 탔는데 metro가 출발할 때마다 자꾸 캐리어가 움직여서 그거 계속 잡고 있어야 했다. 짐 무게가 55kg 정도 됐다. 큰 캐리어 2개 + 큰 가방 메고 + 핸드백.


Norreport 역에 도착해서 이제 역사 밖으로 나가야 했는데, 중간에 길 잘못 들어서 기차 탈 뻔했다... 근데 역에 엘리베이터가 없다. 그래서 에스컬레이터 타야 했는데 큰 캐리어는 에스컬레이터 칸에 안 맞음. 그 무거운 게 자꾸 흘러내리려는 걸 손으로 잡고 있어야 함. 에스컬레이터 몇 번이나 타고나서 지상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은,... 계단이었다...
난 다시 한번 마음을 비웠다.


일단 큰 가방과 핸드백은 메고, 캐리어 하나씩 옮길 생각으로 영차영차 하나를 중간지점까지 옮기고 나서 뒤를 돌아보는데 어떤 남자가 wanna help? 이러면서 들어줌. thank you를 엄청 연발하고 나는 나머지 하나만 남은 반만큼 옮김. 내가 반만큼 올라오는 것보다 그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옮기는 게 더 빨랐음 ㅋㅋㅋ ㅠㅠㅠㅠ
그때 캐리어 옮기느라 너무 정신없고 지쳐서 얼굴도 못 봤는데 복 받으세요 진짜...


그리고 이제, norreport 역에서 기숙사까지 800m. 근데 비 내렸다. 우산은 있는데 손이 없으니까 그냥 비 맞음. 도로가 맨들맨들한 아스팔트가 아니고 자갈 바닥인데 평평하지 못해서 캐리어가 자꾸 탈출해서 흘러가려 함. 두 개가 같이.... 그 800m가 정말 끝이 없었다. 8km야 뭐야..ㅠㅠㅠㅠ
기숙사에 겨우 도착했는데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근데 문이 안 열려 있음... 난 키가 없는데... 키 받는 곳은 안에 있는데...


우왕좌왕 방황하고 있는데 마침 기숙사로 들어오는 두 명이 있었다. 뛰어가서 어디서 키 받을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그 두 사람이 reception까지 안내해 주고, 짐도 들어주고, 거기까지 가야 하는 문도 다 열어줬다. 그 방향도 아니었는데. 너무너무 고마웠다.


난 비에 쫄딱 맞은 상태로 머리는 떡진 상태로 안경은 비 맞아서 뿌연 상태로 reception에 가서 키를 받았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밖에 안 나와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뭐 어떡함. 그게 내 최선이었다.

기숙사는 건물 두 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내 방은 reception과 다른 건물에 있었다. 다시 밖으로 나가지 않기 위해서 건물 끝까지 가서 연결된 복도로 건너가는 걸 추천받았다. 근데 길을 잘못 들어서 반대쪽 끝을 찍고 왔다. 물론 큰 캐리어 두 개 + 큰 가방 + 핸드백과 함께.
팔이 너덜너덜해졌다. 내 방 문을 딱 열었는데 정말 맥이 탁 풀렸다. 그게 3시쯤이었다.


엄마에게 연락하고 짐 조금 정리하고 잠시 쉬다가 4시쯤 생필품을 사러 밖에 나왔다. 어제 일몰 시간이 3시 50분쯤이었는데, 내가 나왔더니 이미 깜깜하고 엄청 추워져있고 바람도 엄청 불었다. 기숙사 근처에 있는 fotex에 가서 쌀과 퀴노아, 우유, 연어, 베이컨 등 이것저것 사고 계산하러 줄 서 있는데 바로 앞에 셀프 계산대가 있고 사람들도 그걸 많이 이용하길래 나도 자연스레 빈 계산대를 이용하러 갔는데..
'점원이 와야만 해결할 수 있는 오류 메시지'가 4-5번 뜨고, 영수증 종이도 하필 내 타이밍에 다 떨어져 있고, 카드 리더기 오류, 기계 오류... 그게 내 타이밍에 발생했다... 나 덴마크 첫날이었는데... 액땜 한 번 제대로 했다. 근데 거긴 물건 종류가 많이 없고 작았고 비쌌다.


근데 거기 있는 사람들, 덴마크인일 확률이 높지만 어쨌든 그 사람들 참 인상적이었다. 내가 도움을 요청하면 되게 열심히 알려준다. 책임감 있게 알려준다. 거기 점원도 엄청 어려 보였는데, 막 엄청 열심히 알려주고 도와줬다. 그리고 기계 오류에 대해서 '이런 일이 발생해서 미안해'를 연발했다. 나는 괜찮다, 고맙다를 연발했다.


그리고 원칙이 확실해 보였다. 한국에서는 고객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고객이 요청하면 점원은 하던 일을 멈추고 도와주는데, 여기서는 점원이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면 기다려야 한다. 외국에서는 손님이 아니라 점원이 왕이라는 말이, 점원이 무례하다는 뜻이 아니라 점원이 그만큼 책임감 있게 일한다는 뜻으로 보였다. 그날의 나에게는 적어도 그랬다.


그래서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 후에 두 손을 무겁게 가게 밖으로 나왔다. 근데 비가 엄청 내렸다. 억수로 퍼부었다. 그동안 내 멘탈은 탈탈 털려있고 안경은 더 뿌예져서 앞도 잘 안 보이는 상태가 되었다.


기숙사에 도착했는데 기숙사 건물 현관에서 들어가는 건 처음이라 키로 어떻게 열어야 할지 몰랐다. 우왕좌왕 아무 데나 키를 찍어보고 있는데 저 멀리서 누군가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물어봤더니 친절하게 본인 키를 대주며 알려줬다. 빗물로 뿌예진 안경을 뚫는 미모였다. 진짜 잘생긴 사람이었다. 그렇게 예쁜 얼굴로 웃으면서 조용조용하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면 너무 설레잖아.

아 참고로 여기서 사람들 얼굴을 잘 쳐다보지를 못하겠다.. 다들 너무 잘생겨서... 잘생긴 사람을 보면 자꾸 웃음이 나와... 근데 실실 쪼개면서 다니면 좀 그렇잖아... 내 심장이 남아나지를 않아!

다들 왜 이렇게 잘생겼지??? 진짜.. 미디어에서도 보지 못 일한 잘생김.. 정말 압도적으로 잘생겼다.
이젠 피하지 말고 즐겨야겠다.. (???) 얼마 안 남았잖아.. 183일 정도..
정말 길거리에 있는 아무 사람이나 데려다가 한국에서 데뷔시키면 그날로 엄청 유명해질 게 분명. 그렇지만 그 누구도 그럴 필요가 없겠지. 덴마크인에게 덴마크는 한국보다 훨씬 살기 좋을 테니까! 마치 한국인에게 한국이 더 편하듯이!

어제 하루 살고 느낀 건데, 이곳에 있으니 한국에서의 삶이 더욱 각박해 보였다. 이곳은 어떤 문제나 사고가 생기면, 그 문제를 겪은 사람 본인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거나 외면하는 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경우 본인이 도울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도와준다. 그만한 여유가 있다.
'내 옆에 있는 너를 누르고 내가 1등 해야지!!!!!!'가 아니라, '그래 이 정도 선까지는 함께 나아가자.'는 느낌.
그리고 이곳은 길거리에 유아차, 어린아이들이 정말 많다. 한국에서 교육열이 매우 높고 학군 좋다고 소문나서 학부모들이 많이 찾던 곳에 살았는데, 거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딜가나.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인 건가, 싶었다.

한국에서는 외국인으로 살아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곳은 외국인이 사는 게 막 각박하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친절하고 좋은 건 아니겠지만. '이런 일 겪게 해서 미안해' 그 말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최선을 다해 도와주던 많은 사람들의 표정들도. 정말 모두 mange tak!

뭐 어쨌든 그 후에는 사온 쌀로 밥하고 진미채와 함께 먹었다.
그렇지만..

한국 쌀이 덴마크 쌀에 달아 맛이 서르 사맛디 아니할쎼
이런 전챠로 어린 백성이 바블 먹고자 홇배이셔도
마침내 제 맛이 살지 못하니라
내 이를 위하야 어엿비녀겨
덴마크생활공유정보방을 통해 무엇을 사야 할지 알게 되었으니
이 쌀을 다 먹은 다음에는 그 쌀로 갈아탈 생각이니라.

다음 주 월요일까지 계절학기 수업이 덴마크 시간으로 오전 6시-9시까지라서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해서 잠을 깊게 들지 못하고 잤다 깼다를 반복하다가 여기 시간으로 새벽 5시 반에 일어나서 할 일 하고 수업 듣고 밥 먹고 씻음.

아 나 갑자기 회덮밥에 초장 땡겨;;; 마트에서 산 연어 생으로 먹으면 안 되겠지..? ㅠㅠㅠ
구운 연어를 초장에 찍어먹는 거 은근 괜찮을지도 모름 ㅎ 아니 괜찮아야 해. 내일 각이다 ㅋㅋㅋ

그 후에 할 일 하고 다시 밥을 해서 진미채와 먹고 어제 산 우유 마셔봤는데 맛있다. skyr는 original을 사서 그런지 한국에서 내가 먹던 original 대용량과 맛이 별 차이 없었다. 더 꾸덕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다음에 블루베리 등 다른 맛 도전해 보고 그때도 별로면 안 먹어야징 ㅎㅎ
oatly가 어제 fotex에서는 mango맛이 없고 너무 비싸서 안 샀다. 오늘 간 netto나 다른 마트에서 다음 기회에~~

우비를 사기 위해 flying tiger copenhagen과, sim card를 위해 711에 간다는 목적으로 나갔는데 sim card사고 왠지 아직 우비는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아서 flying tiger은 패스했다. 사실 flying tiger copenhagen 가는 걸 실패했다. 이곳의 길은 반듯한 게 아니라 다들 조금씩 휘어져있어서 방향 감각을 유지하기 어렵다. 길을 못 찾아본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ㅎ.. 아직 수련이 더 필요하군.


대신 스트뢰에 (일 것)를 엄청 오래 구경했다. 덴마크 거리를 다니는 건 사실상 처음이었으니까. 모든 발자국이 나의 처음이었다.

헤매다가 무슨 음악 소리가 들려서 쓰고 있던 모자를 벗었는데, 알고 보니 군악대가! 행진 중이었다!
처음 온 곳에서 길을 헤매다가 우연히 하필 그 자리에 그 타이밍에 군악대가 행진할 확률을 구하시오.


동영상으로도 남겨놨다. 돌아와서 몇 번이나 계속 다시 봤다. 너무.. 좋아.. 어제 못 쓴 운을 오늘 쓴 것 같다 ㅋㅋㅋ

그리고 어제 그토록 고생하며 왔던 뇌어포트역까지의 거리를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앞으로도 엄청 자주 오갈 예정. 뇌어포트역 앞에 있는 netto가 어제 그 fotex보다 훨씬 물건도 많고 싸고 심지어 유인 계산대임. 짱 편해!!
점원이 나에게 덴마크어로 이야기했다. 왠지 현지인 대접받는 느낌! 어젠 다들 영어로 말해주던데.. 내가 영어로 먼저 물어봐서 그랬나??


netto에서 화장실 휴지도 사고, 베이컨도 사고, 물인 줄 알고 탄산수도 사고! 왠지 병이 단단하더라.. 그래도 맛있는 탄산수였다. 레몬 향이 나는. 한 모금 마시니 갈증이 싸악 날아갔다. 나는 레몬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좀 쉬다가 2시쯤 다시 한번 더 나갔다. 그래도 코펜하겐에 왔는데, 드디어 바다 근처에 살게 되었는데 바다는 한 번 봐야지 싶어서.


뉘하운에 가려 했는데 길을 잘못 들었다. 근처에 인어공주상이 있다고 나와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갔는데 그곳이 kastellet,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오래된 요새였다. 아직도 군대 막사? 같은 건물이 있는. 산책하기 딱 좋았다. 바다가 매우 가까이 있어서 걷는데 바다 냄새나는 게 참 좋았다. 이곳은 거리에 동상이 참 많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말을 타고 있거나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거나 하는 포즈로.
덴마크 '왕국'이라 그런가. 이곳은 국민들의 것 아닌가.. 공화정 국가에서 평생 살아서 그런가 길거리에 사람을 기리는 동상 있고 그런 게 익숙하지 않다. 이순신장군님과 세종대왕님은 예외.

덴마크에도 비둘기 있다. 근데 까마귀가 엄청 많다. kastellet에서 백조도 봤다. 백조가 물에 착륙할 때는 엄청 큰 '두다다다!!!' 소리가 난다. 무슨 헬기 소리인 줄..

곧 해가 질 것 같고 다리도 아프기 시작해서 나오느라 인어공주상은 보지 못했다. 거기 자주 갈 것 같다. 고즈넉하고 좋았다.

덴마크에는 높은 건물이 없어서 하늘이 참 잘 보인다. 그리고 내 방도 층고가 높아서 창문도 위아래로 긴데, 덕분에 하늘이 참 잘 보인다. 덴마크 국립미술관으로 석양이 지는 모습은 언제나 나를 설레고 즐겁게 만든다.

바다 냄새가 나는 것도 참 좋다. 아직까지는 어디를 갈 때마다 '여긴 한국의 어디 닮았네'하는 게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예를 들면 낙안읍성, 경주 월성, 등등) 한국이 그립지는 않다. 아직.
이곳에 오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고 지불해서 지금 여기에서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지 알고 있어서 그런가.

이곳에서의 하루는 정말 길게 느껴진다. 하루를 일찍 시작해서 그런가?
그리고 해가 일찍 지다 보니, 해가 떠 있는 동안에 밖에 무조건 나가고 싶어서 더 열심히 움직이게 된다.


덴마크는 한국보다 위도가 훨씬 높은데, (거의 30도 이상) 그럼에도 한국보다 춥다고는 안 느껴진다. 한국이랑 비슷하거나 덜 추움.

한국은 참 익숙한데, 이곳은 매 순간이 도전이고 새롭다. 무력해지는 기분이 들 때도 많다. 아직까지는. 긴장하게 되고. 아직 적응되지 않아서. 여기 온 지 이제 막 32시간 지났다. 아직 이틀도 안 된 거다.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즐기자!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01화Prologue. 왜 덴마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