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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케인

Michael Caine ; 보좌. 할아버지. 달인

by 심재훈

이 할아버지는 볼 때마다 정겹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엔 항상 단골로 나와 주시는 분이다. 비록 조연에 그칠 때가 많지만 그의 연기는 언제나 견고하고 단단해 보인다. 무수한 세월의 파도를 맞아 깎인 절벽처럼 언제나 거기 서 있을 것만 같다. 「다크 나이트」에서 그의 연기는 정말 돋보인다. 알프레드(마이클 케인) 없는 브루스 웨인(크리스천 베일)이라 … 너무 허전하다. 개인적으로 그의 연기가 최고였던 장면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 마지막 씬이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브루스가 어느 카페에 다시 캣(앤 해서웨이)과 함께 있는 걸 발견했을 때에 그 동질감과 연합은 정말 특별해 보인다. 그때 알프레드는 통보 없이 브루스를 떠난 죄책감을 훌훌 털어버린다. 새로운 세상을 기대하고 새로운 배트맨의 등장을 고대한다. 「킹스맨」에서 악당 역할로도 정말 잘 어울린다.



난 한때 연기에 관심을 가졌었다. 노래를 부르고 듣는 걸 좋아하다 보니 뮤지컬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학원도 다녀보고 연기에 관련된 책들도 읽어봤다. 그래서 읽은 것이 마이클 케인의 『연기 수업』이라는 책이었다. 책에는 그가 젊어서 출연했던 영화들과 어떻게 연기를 공부해왔는지에 대한 내용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모르긴 몰라도 배우라는 직업은 약간 미쳐야 가능한 것 같다. 케인은 굳이 영화를 찍지 않을 때에도 상황마다 자신을 연기한다고 말한다. 마치 소설가가 자신이 짓는 소설 안의 인물을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생각도 잠시 쉬어줘야만 탄력 있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배우라는 직업은 더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마이클 케인은 우리나라 배우들로 치자면 이순재, 신구 선생님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케인은 연극을 해도 정말 잘할 것 같다. 앞으로도 할리우드에 계속 남아 있어 줬으면 한다. 많은 젊은 배우들이 그를 배우의 표본으로 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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