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를 부러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싱가포르에서 시드니로 가는 비행기 안, 비행기는 초초만석이였고 나는 평소와 같이 정신없이 서비스를 끝냈다.
서비스 후 티타임을 가지며 쉬고 있는데 한 크루가 “시드니에서 뭐 할 계획이야?”라고 물어왔다. 나는 “별다른 계획 없어. 나 지금 시드니만 세 번째야. 호텔에서 그냥 쉬려고”라고 답했다.
짧은 대화가 끝나고 기장이 하강을 알리는 기내 방송이들려왔다 “ cabin crew, prepare for arrival ”
(야호 퇴근이다!!!! 소뤼질러)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크루 스테이션에 앉았다.
크루 스테이션 = 손님이랑 마주 보는 자리로 이착륙 내내 아이컨택하며 소개팅해야 함
계속된 아이컨택에 민망해진 나머지 내 앞 3분의 (중국인 커플 1, 한국인 여자 1) 손님께 먼저 말을 걸었다. “
“시드니는 어떤 일로 가시는 거예요?”
커플 1 : “저희는 집이 시드니예요, 싱가포르에서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에요.
나 : 휴가는 잘 보내셨나요? 일상으로 돌아가셔야겠네요
커플 1 : 맞아요 아주 지루한 일상이 시작되겠네요 (시무룩)
싱가포르에서 아주 꿈같은 시간을 보냈어요 싱가포르라는 멋진 나라에 사시다니 좋으시겠어요
나 : 그런가요? 다음 휴가 때 또 놀러 오세요:)
여자 1 : “저는 시드니에 워킹 홀리데이로 가요!!”(설렘설렘)
나 : 우와 너무 부러워요 저도 어릴 적 워킹 홀리데이를 꼭 가보고 싶었어요. 호주를 선택하신 이유가 따로 있나요?
여자 1 : 날씨 때문에요. 저한테는 날씨가 너무나도 중요한데 한국은 겨울이 너무 추워 움츠러들더라고요 호주의 청명한 날씨가 좋아 선택하게 되었어요.”
나 : 그렇군요. 지금 너무 설레시겠어요
여자 1 : 맞아요 설레기도 하고 떨려요. 사실 아까 도착하기 1시간 전부터 땀이 나더라고요
나 : 뭐가 떨려요?
여자 1 : 도착하자마자 숙소까지 찾아가는 것, 집 구하는 것, 일자리 구하는 것 등등 다 처음 하는 것이다 보니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네요
나 : 잘할 수 있을 거예요! 걱정하지 말아요
여자 1 : 감사해요. 사실 저도 외항사 승무원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서 비행 내내 일하시는 것 지켜봤어요.
나 : 부끄럽네요 ㅎㅎ 외항사 승무원은 왜 되고 싶으세요?
여자 1: 세상을 볼 수 있는 직업이잖아요 근데 오늘 바쁘게 일하시는 것 보니 멋진 직업임과 동시에 힘든 직업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 : 맞아요. 세상을 돌아볼 수 있는 직업은 승무원 말고도 많잖아요 ㅎㅎㅎㅎ아직 어리시니 다양한 일들을 해보셔요
여자 : 하하하 그럴게요
착륙 전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승객과 짧은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청춘’
반복되는 업무로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나에게 20대 소녀의 반짝거리는 눈빛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동시에 도전하는 20대 청춘이란 얼마나 찬란히 아름다운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본인의 몸보다 큰 배낭을 지고 하기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안녕과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나도 저럴때가 있었는데’
비록 20대의 끝물이기는 하지만 나도 청춘이라는 사실을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싱가포르행 비행기에 탔을 때 만 해도 그녀처럼 초롱초롱한 눈빛이었던 것 같은데…
‘ 어떤 즐거운 만남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기내 안에서 소중한 만남을 가진 뒤로 보이는 시드니의풍경은 더 이상 지루한 도시가 아닌 무엇인가를 도전하고 싶게 만드는 도시가 되어 있었다. 내가 시드니를 바라보았던 시각의 문제였던 것이다
그날 나는 그동안 귀찮아서 미뤄두었던 시드니의 맨리 비치에 페리를 타고 갔다. 그곳에서 반겨주는 바람, 에메랄드빛 바닷물의 색깔, 친절한 사람들이 모두 나를 두 팔 벌려 반겨주며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세상엔 네가 모르는 아름다운 게 아직 아주 많단다. 주위를 둘려보렴!”
각자의 삶에 100프로 만족하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남의 삶은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더 좋아 보이고 근사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모두는 서로를 부러워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