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엄마다. 첫아기를 낳았을 때는 마치 새로운 세상에 뚝 떨어진 것 같았다. 내가 30년 간 배우고 쌓아온 모든 능력을 상실한 채 말이다.
육아가 어려웠다는 말은 아니다. 사실 꽤나 육아는 할 만했다. 아니 오히려 꽤나 할 만 해 무료했다.
그저 내가 쌓아온 모든 것들이 필요 없어지고 그저 아이의 생명 유지 장치가 된 듯했다.
아기가 커서 정말 사람처럼 감정 교류가 활발해지는 건 한 돌 정도 됐을 때. 그전엔 이 작은 아이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것만이 가장 큰 일인 듯 느껴졌다.
나라는 사람이 살아야 하는 삶의 이유, 삶의 가치, 그리고 그 삶을 살아가는 나만의 능력이 꽤나 중요했던 나는 어둠에 빠져들었다. 아이가 한 돌이 되기 전 육아라는 것은 그저.. 단순 노동 같았기 때문. 먹이고 재우고 안아주는...
내 능력이 어떤가의 차원은 아닌 듯 느껴졌다. 누구나 똑같이 할 수 있고 비법이나 능력은 필요 없는 것 같았다. 고민은 필요 없었다.
(이제와 돌아보니 내가 아이에게 주는 모든 것들이
어떤 씨를 심냐에 따라 각각의 다른 싹을 띄우는 것처럼 큰 영향을 주는, 무엇보다 많이 고민해야 할 중요하고 중대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첫째가 한 돌이 지나고 발걸음을 떼자 어느 정도 독립성이 생겼고, 내가 하는 일들에 대한 반응이 눈으로 즉각 보였다.
아이에게 내가 어떻게 해주는 게 좋을까 어떤 걸 주는 게 좋을까 고민을 하고 행동하기 시작하니 텅 빈 로봇처럼 사는 게 아니라 내 삶의 가치를 나를 되찾는 듯했다.
육아라는 것이 그저 해야 하는 일 말고 내가 고민해서 만들어가야 할 가치 있는 일이 된 것.
그러나 이미 일 년이라는 시간은 의미 없이 훌쩍 지나가 있었고 둘째가 생겼다. 둘째는 임신 때부터 다짐했다. '육아는 어차피 숨 쉬듯 해야 하는 일, 이번에도 일 년을 그저 흘려보내긴 싫은데.... 어차피 시간을 들여해야 하는 일이라면 이걸 내 경력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