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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진영 Jul 13. 2021

2020 겨울

속초, 숲길





햇빛이 많이 들고 바람이 차갑지 않아 봄 같았던 날, 숲길 그늘 아래를 걸을 때 이따금 뒤를 돌아봐야 했다.


빼곡히 자란 소나무 숲을 훑으며 바람이 지나가고 너울대는 나무들이 파도를 닮아갈 때

가지 사이를 스치며 바람은 자동차가 먼 길 굴러오는 소리를 내었기 때문이다.

시들었지만 미련으로 가지를 붙들던 나뭇잎을 솎아내는 듯,

빼곡한 가지 사이를 스치던 바람은 이윽고 내 마음도 한차례 솎아내어 주곤

한마디의 생색 없이 가던 길을 마저 떠나갔다.



10가구가 안 되는 산기슭의 마을을 보며

걷다 보면 빈 마음에 몰입할 수 있는 숲이 있고

밤이 되면 올려다볼 별들이 있는 곳에서의 매일은 어떨지를 공상하며 걸었다.

다시 돌아갈 곳의 갖은것들의 소리는 시끄럽기만 한데 여기선 바람 소리가 세찰수록 마음은 조용해져

다시 돌아갈 길이 멀어지는 걸 알면서도 쉽게 발길을 돌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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