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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러 서퍼 Jul 31. 2021

서핑 보드 사기 전 나 알기, 어떤 파도를 탈까?

잘못된 보드 선택은 서핑 시계를 멈추는 재앙을 초래합니다

장비 스포츠라는 점에서 서핑은 참 힘든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그 큰 보드를 들고 바다로 가는 길도 너무나 고단하다. 집에서 바다까지, 해변에 도착해서 다시 바다까지 들고 가는 길까지 절대로 여유롭지만은 않다. 이 고통의 과정의 핵심은 내가 롱보드를 탄다는 점이고, 싱글핀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단 점에서이다. 싱글핀 특유의 무거움은 바다에서 묵직한 라이딩으로 그 진가를 보이지만 들고 이동할 땐 고통의 과정을 감내해야만 한다.

이걸 알면서도, 보드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고 그 궁금증은 정말 새로운 영역이다. 또한, 보드를 구매했을 때는 책임질게 많아진다. 보드를 어디에 키핑 할지(키핑은 비용이 발생한다) 다른 스폿에 가고 싶다면 보드를 어떻게 들고 갈지(자차가 있어야 하고, 차량에 소프트/하드 렉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마지막으로는 집에 보관한다면 보관 가능한 공간이 있을지 까지. 쉽게 보드를 구매해서는 안된다. 어떻게 보관할 건지, 이동은 어떻게 할 건지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고 구매를 한다면 보드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번에 나는 새로 보드를 구매하였다. 평소 인스타로 째려만 보고 있던 친구가 우연히 양양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Almond라는 견과류스러운 캘리포니아에서 출처한 싱글핀 롱보드이다.



나의 보드의 기억은 다양하다. 처음은 스펀지 보드로 시작해서 이후 하드 올라운드 보드로 1-2년을 탔던 거 같다. (진짜 안 잡혀서 오랫동안 고생했던) 그 하드보드로 10개 파도 트라이 중 7개는 잡아타기 시작했을 무렵 다른 보드를 알아보았다. 내 성향에 맞는, 일반 기성 보드가 아닌 재미있는 보드를 찾았다. 좋은 변경점이었지만 이 좋은 변경점에 옳지 않은 선택을 했던 거 같다. 그 당시 서핑하는 친구가 하나도 없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였지만 주변에 서핑하는 회사 선배가 하이퍼포먼스 보드를 추천해줬다. 그 보드를 구매하면서 슬프게도 내 서핑 시계가 2년이 멈춰버렸다. 누군가는 이 글을 읽을 수 있을 텐데, 정말 중요한 얘기다. 서핑을 하면서 서핑이 늘어 가고 있는 것을 서핑 시계가 흐른다고 표현한다면 그때 당시 내 시계는 말 그대로 멈췄다. 서핑을 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서핑을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시간이 멈췄다고 표현할 수 있다.


"너는 얼굴도 크고 다리도 짧은 게 이거 책임지려면  너는 퍼포먼스 보드 타는 게 맞아"


장난인지 진심인지 모를 그 얘기를 듣고 일반적인 올라운드 보드에서 퍼포먼스 보드를 구매했다. 실제로 보드를 걸어 다니는 것은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생각했고, 얼굴도 크고 비율도 좋지 않은 나에게는 하이 퍼포먼스 보드가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이퍼포먼스 보드. 스튜어트 RPM을 구매하였다. 정말로 얇고 가벼운 9.0 피트의 보드이다. 정말, 파도 잡기가 이렇게 어려운가를 느낄 수 있었고, 신기하게도 라이딩을 하면 보는 방향으로 보드가 돌아가는 기적을 경험하였다.




이 보드는 포인트에서 딱 서는 파도를 잡아타고 파도의 면을 현란하게 숏보드처럼 탑 턴 바텀턴을 구사하면서 타는 게 매력인 보드였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 보드는 나에게는 전혀 맞지 않는 보드였다. 큰 파도를 탈 수는 있지만, 나는 바이킹도 못 타는 쫄보이기에 퍼포먼스 보드 자체가 성향이 맞지 않았다. 부력이 낮기에 강한 패들로 순간의 파워를 내서 파도는 잡는 보드인데, 대다수의 여자 서퍼들이 그런 파워를 내기는 쉽지가 않다. 그렇게 날 선 파도만 찾게 되고 라인업이 당겨지면서 여유 없는 라이딩은 서핑 레벨업을 꿈꾸기는 어려웠다.


서핑하는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빈번한 조언을 받았다. 싱글 핀을 타보는 게 어떻겠냐는. 퍼포먼스 보드와는 정반대이다. 뒤에서 파도를 먼저 잡고, 무겁기 때문에 먼저 보드에 무빙 시동을 걸어야 하여 라인업도 조금 더 뒤로 당겨진다. 큰 고민이었다. 그 퍼포먼스 보드를 200만 원 가까운 돈을 주고 구매하였고 그렇다면 보드에 내 몸을 맞춰야지요 2년 가까운 시간을 견뎌왔는데, 새로 또 보드를 구매하고 지금 보드를 처분하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결국은 알고 지내던 서핑 샵 사장님이 수입하는 호주 서핑보드를 싱글 핀으로 기존보다 더 긴 보드를 구매하였고 서핑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 주었다. 작은 파도도 이렇게 재밌구나, 무서운 파도만 타야 하는 것이 아니구나, 서핑을 하면서 여유가 있을 수가 있구나. 신세계였다. 누군가, 나 같은 경험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보드 구매 = 책임져야 할 일"이고, 이왕 취미로 하는 스포츠 실력이 늘고 싶다면야 굳이 스트레스받으면서 억지로 할 필요가 뭐 있을까 라는 생각이다.


최근 싱글 핀 롱보드를 하나 더 구매하였다. 너무 예뻐서 본 순간 지갑을 열수밖에 없었다. 비용이 너무 잔인해서 한 순간 고민했지만 미래의 내가 책임질 거라고 믿고 구매하면서 또 다른 무게감 있는 싱글 핀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하는 중이다. 아직은 이해가 낮아, 어려움이 있지만 재밌는 남은 올해의 서핑의 순간들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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