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동집
백 년 노포란다. 예전에 송도 유원지가 있던 자리라, 나름 맛집이 많기로 유명한 동네에 자리 잡고 있다. 생전조림을 좋아하진 않지만, 맛있는 건 꼭 찾아 먹어야 할 정도라는 것을 속초에서 이미 경험했다. 생선조림과 육원전까지 먹어야 하는데, 아이들은 거기에 가면 분명 우대갈비를 먹을 것 같다.
결국 제자들을 꾀었다. B와 C는 자매이자, 나의 제자들이다. B는 심지어 나의 첫 제자다. 그녀들이 중학교 3학년 때, 교회에서 담임을 맡았었다. 그렇게 벌써 15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인천으로 이사 온 이후에도 유일하게 연락하는 제자들은 B, C 자매와 D, 이렇게 셋이 유일했다. 어쨌든 기나긴 시간이 흐르다 보니 우리는 사제(師弟)인 듯, 친구인 듯 관계가 변화했다.
우린 춘천에 갈 때마다 1년에 두어 번 만나곤 했었는데, 작년 한 해, 그녀들이 인천에 와서 살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제자 양육 때문에 더 자주 만나다가, 그녀들이 다시 춘천으로 돌아가기 전, 12월 말쯤이었다.
그녀들과 백 년 노포라는 ‘전동집’에 들어섰다. 모든 테이블이 우대갈비를 먹는다. 우린 메인메뉴로 생선조림과 아귀불고기 중에 고민하다가 생선조림을 주문했다. 사이드로는 육원전을 선택했고. 어쨌든 이 두 메뉴가 대표메뉴이자, 제일 오래된 메뉴란다.
정갈한 한 상이 차려졌다. 반찬이 생각보다 모두 다 맛있다. 평소 좋아하지 않던 반찬도 손이 간다. 샐러드는 리필도 두어 번 했다.
기다리던 모둠 생선조림과 육원전이 나온다. 생선조림은 정말이지 양념이 끝내준다. 생선도 진짜 비린내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생선 살의 식감도 좋다. 푸석거리지 않고 생선 살이 단단하게 잘 씹힌다. 조림에 들어있는 야채도 하나같이 다 맛있다. 일단 양념이 맛있으니 다 맛있나 보다.
6개가 나오는 육원전은 생각보다 크다. 흔한 동그랑땡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한 입 베어 문 순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어떻게 이렇게 입 안 가득 육즙이 흘러넘칠 수 있는지, 그 비법을 알고 싶을 정도다. 원래 동그랑땡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 집의 육원전은 정말이지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K-디저트의 끝판왕인 볶음밥을 포기할 수 없어, 공깃밥은 2개만 시켜서 나눠 먹고 있었다. 이미 배가 부르긴 했지만, 볶음밥이니만큼, 추가하기로 했다. 주방에서 예쁘게 밥을 볶아, 새로운 그릇에 담아 준다. 조림 양념을 밥에 비벼 먹은 것과는 또 다른 맛이다. 훨씬 더 맛있어서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었다.
영원한 건 절대 없을까, 있을까. 우리네 삶에서 영원한 건 절대 없나 보다. 그녀들과 나와의 관계가 이젠 사제관계와 친구 사이 그 어디쯤 위치하듯, 전동집에 우대 갈비가 생겨나듯 말이다.
아니, 깨끗해진 접시를 보니 영원한 건 절대 있나 보다. 역시 배가 불러도 K-디저트 볶음밥의 배는 따로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백 년 노포의 음식 맛도, 우리의 관계도 그 끈끈함만은 영원하니 말이다.
* ‘친구’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녀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오롯이 주관적인 나만의 감정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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