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원닭갈비 학익점
날이 조금만 춥거나 비가 내리면, 까꿍이가 그런다. “엄마, 물닭갈비 시켜주세요.” 아무리 닭갈비의 고장 춘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지만, 날이 추우면 물닭갈비를 찾는 10살이라니.
사실, 나도 인천에 와서 물닭갈비는 처음 먹어봤다. 원래 태백에서 유명한 음식이라는데, 인천 우리 동네에 있어서 다소 놀랐다. 물론 우린 늘 배달로 시켜 먹었다.
한 6년 정도는 배달로 주문해 먹었던 것 같다. 매장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채 말이다. 처음엔 ‘소’를 주문하던 것이 아이들이 자라면서 ‘중’을 배달했다. 조리되지 않은 채로 배달이 오면 냄비에 담아 푹 끓인다. 떡이 부풀어 오르면 떡 건져먹고, 고기 건져 먹고, 라면 사리 넣어서 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볶아 먹곤 했다.
날이 추워지니 까꿍이가 또 그런다. “엄마, 물닭갈비는 언제 먹어요?” 물론 이날, 의견이 팽팽히 갈렸다. 아이들은 집에서 먹자, 우리는 매장에 한 번 가 보자, 이렇게. 더 맛있을 거란 설득에 설득을 거듭해, 매장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매장이 크다. 평소처럼 ‘중’으로 주문했다. 배달에는 사리가 떡, 라면, 쫄면밖에 없는데, 여긴 우동 사리부터 뭔가 다양하다. 우동 사리를 주문하리라 마음을 먹고 일단 물닭갈비를 기다린다.
아이들 설득할 때, 솥뚜껑 뒤집은 거 같은 느낌일 거라 그랬는데, 찐이다. 오~. 게다가 대파도 엄청 길쭉하고 크다. 배달로 올 때는 대파가 좀 더 작았는데, 이건 엄청나게 크다. 싱싱한 건 두 말하면 잔소리고.
가스불도 화력이 세서 그런지, 금방 익어간다. 떡이 맛있게 부풀어 올라, 아이들이 떡을 먼저 건져 먹는다. 우동사리를 냉큼 주문한다. 어, 이건 우리 집 냉동실에도 있는 거다. 그렇지만, 화력이 세서 그런지 금방 풀어지고, 금방 익는다.
일단, 매장에서 먹으니 파가 훨씬 맛있다. 달큼하니, 계속 손이 간다. 국물 맛도 훨씬 진하고 깊다. 으~ 꽁꽁 언 몸이 스르르 녹는 느낌이다.
아이들은 퍽퍽 살을 좋아한다. 연신 건져서 접시에 놔 주니,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평소 집에서는 밥을 하나만 볶아도 충분했는데, 오늘은 두 개를 볶아야 하려나 보다. 배달엔 없던 치즈볶음밥이 있다. 사실 이 사진으로 그녀들의 발걸음을 매장으로 꾀었다.
치즈볶음밥 2개를 주문한다. 날치알을 서비스로 넣어주신다. 솥뚜껑 판에 밥을 볶아 주시는데 다시 식욕이 샘솟는다. 아이들도 신났다.
냄비 뚜껑을 얹어서 치즈를 슬쩍 녹여주셨다. 완성이다. 나물이와 까꿍이의 숟가락이 달려든다. 찐으로 콧소리를 내며 먹는 폼이 예사롭지 않다. 그렇게 오기 싫어하더니, 매장에 오길 잘했단다.
가격은 총 46,000원이다. 물닭갈비 중 36,000원, 우동사리 2,000원, 치즈볶음밥 4,000원짜리 2개 해서 8,000원. 어른 2, 아이 2 이렇게 4명이 배부르게 먹고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다. 지난번 두끼에서도 비슷한 가격이 나왔는데 애들이 많이 못 먹었다. 게다가 거긴 고기가 없지 않나.
어쨌든 철판 닭갈비나 숯불 닭갈비와는 또 다른 매력이다, 물닭갈비는. 그렇다고 닭볶음탕 느낌은 아니다. 철판 닭갈비를 육수에 넣어 끓여 먹는 느낌인데, 훨씬 담백하고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난다.
배달하면 애들이 온갖 접시를 꺼내고, 꼬치를 꺼내서 떡과 고기로 꼬치를 만들고 난리를 치는데, 설거짓거리도 없고 깔끔해서 좋다. 사리 선택의 폭도 다양하고 말이다. 무엇보다 탄산음료가 무료다, 무제한으로.
날이 추워지면 물닭갈비다. 그날은 무조건 성원닭갈비로 가 보자. 맛있는 식사를 배불리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추신: ‘추억을 먹는 ~’ 시리즈는 방문 시기와 상관없이 올라오는 글입니다. 필자는 현재 A형 독감으로 격리 중입니다. 물닭갈비 매장에는 지난주에 방문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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