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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 탄 달팽이 Nov 14. 2023

눈물은 아래로, 밥숟가락은 위로

인천 맛집 보릿고개 연수점



눈물은 아래로 떨어지는데, 숟가락은 위로 향한다. 위로 향하여, 위로를 건넨다. 생각지 못한 위로에 떨어지던 눈물도 위로 돌아간다. 따스한 밥을 한가득 채워 넣었으니, 돌아가는 길이 조금은 덜 춥게 느껴지려나.


   약 한 시간 전 상황은 이랬다. 눈물이 꼴깍거리는데, 외부 강사를 인솔하여 오신 담당자분이 그런다. “선생님, 오늘 점심에 보리밥 정식 드시러 오시죠?” 순간 당황했다. 그게 표정에서 읽혔는지 또 그런다. “아, 바쁘시면 안 오셔도 되어요. 그래도 오늘 고생 많으셨는데, 같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아직 우리 부서 누구에게도 들은 바가 없다. 대강 대답을 얼버무린다.


   잔망스러운 잔기지떡을 나누고(#예순여덟번째 글 참고), 펑펑 울었던 터라 밥을 먹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였다. 사무실에 들어오니, 부장님이 그런다. 우리 보리밥 정식 먹으러 가야 한다고. 아, 나도 가야 하는 거구나. 마저 떡을 돌린 후, 단단히 껴입고 길을 나선다. 날씨가 추운 데다가 생각보다 먼 거리를 걸어야 한다.


   언젠가 가족들과 와 본 적이 있는 곳이다. ‘보릿고개 연수점’. 메뉴는 보리밥 정식 단 하나. 1인당 14,000원이다. 점심시간인데도 사람이 엄청나다. 예전엔 신발을 벗고 들어가, 방바닥에 앉아서 먹었던 것 같은데, 이젠 의자에 앉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을 헤집고 들어가니, 안쪽에 자리가 있다. 빠르게 한 상이 차려진다.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면 녹두전 4개를 주신단다. 녹두전은 참을 수 없지, 싶어서 항공 샷을 찍는다. 나도 참 나다.


   한 상 가득 반찬과 음식이 차려진다. 사장님께서 오셔서 그런다. 모두 국내산 재료들이라고. 비록 녹두전의 녹두는 국내산이 아니어도, 아침마다 맷돌로 녹두를 갈아서 전을 부친단다. 그렇게 울어 놓고 갑자기 먹음직스러운 반찬들을 보니, 식욕이 생긴다.


   도라지나 콩나물이 들어가는 비빔밥을 싫어한다. 그런데 도라지, 고사리, 콩나물은 없다. 대신 담겨 있는 나물들이 하나같이 내 취향이다. 도토리묵무침도, 청국장도, 우렁이무침도 모두 맛깔 난다. 들깨 백숙은 고소하니 가슴에 쌓인 응어리마저 풀어주는 맛이다. 그러고 보니 오자마자 물이 아닌, 숭늉을 내주셨다.


   남녀노소 누구나 만족할 만한 식사다. 아이들과 오면 아이들은 들깨 닭백숙을 주면 된다. 어르신들에겐 청국장과 나물들이 있고 말이다.


   눈물 나도록 서러운 이조차, 밥숟가락을 위로 올려, 위로를 얻는 곳이다. 보릿고개 연수점. 아마도 ‘보릿고개’라는 식당 자체가 프랜차이즈인 걸로 안다. 오늘 점심은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보릿고개 정식 콜?!  



#쓰고뱉다

#100일의글쓰기시즌2

#일흔한번째

#에이뿔  

#보릿고개연수점

#보리밥정식_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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