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동추원 불고기
< 무슨 일이 있을 때면 – 인천 동추원 불고기 >
인생에 있어 큰일은 대부분 나또 님과 관련된 일이었다. 사실, 그에게 있어 큰일인데, 어찌 된 일인지 그 일들은 모두 나의 인생에서도 커다란 전환점이 되곤 한다.
원래 이곳의 이름은 ‘우사미’였다. 나또 님 말로는 ‘우리 사장님이 미쳤어요’의 줄임말이었다나. 내 기억으론 ‘우’ 자가 소 ‘우(牛)’ 자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쨌든 지금은 동추원 불고기로 이름이 바뀌었더랬다.
여기를 처음 오게 된 건 나또 님이 목사 안수를 받던 날이었다. 멀리서 안수를 받고, 우리 교회 근처에서 손님들에게 점심 식사를 대접해야 했었다. 인천에 온 지 채 2년이 되지 않았기도 했고, 주변을 탐색하는 시기라 식사 장소를 찾는데, 다소 애를 먹고 있었다.
우연히 맛집 레이더망에 ‘우사미’가 걸렸다. 불고기인데 구워 먹기도 하고, 육수에 야채와 함께 샤부샤부 식으로 먹을 수도 있는 방식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먹기에 괜찮을 것 같았다. 결국 예약을 했고, 손님 대접을 잘할 수 있었더랬다.
그 이후로, 종종 가긴 했다. 어느 순간 코로나를 지나면서 이름이 ‘동추원’으로 바뀌었다. 사장님이 바뀌신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란다. 테이블도 좌식과 입식이 함께 있던 것에서 전부 입식으로 바뀌고, 방도 생겼다. 메뉴는 그대로였다.
지난 4월 말, 낮은숲 교회 설립 예배를 드렸다. 설립 예배 후, 멀리서 온, 외갓집 식구들과 노회 손님, 소풍 네트워크 목사님과 사모님들 식사 대접을 해야 했다. 이번에도 우리의 선택은 동추원이었다.
요즘은 식사 세트가 있어서, 불고기를 먹은 후에, 공깃밥을 먹거나, 후식 냉면을 먹을 수 있다. 직화 오징어볶음도 생겨서 주문하면, 반찬 삼아 먹을 수도 있다. 불고기전골도 야채가 다양해지고, 당면의 굵기도 굵어져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맛도 좋다. 자극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고기를 구워 먹어도 되고, 샤부샤부처럼 육수에 넣어서 먹을 수 있어 치아가 약한 어린이나 어르신들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어쨌든 이곳은 이제, 나름대로 인생에 있어서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마다 찾는 맛집이 되었다. 나물이는 여기를 특히나 좋아하는 데다가 태권도 학원 근처라, 가끔 여기서 저녁을 먹고, 학원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집 근처에,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함께 식사했던 식당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우리 가족의 역사와 함께 깊어지는 곳이 있다는 것이니 말이다.
동추원 불고기 앞을 지날 때마다 나또 님이 목사 안수를 받던 날이, 낮은숲 교회 설립 예배를 드리던 날이 떠오른다. 앞으로 또 어떤 일들과 함께할까. 그저 늘 아름답고 고운 일들과 함께하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쓰고뱉다
#100일의글쓰기시즌2
#아흔두번째
#D라마틱
#인천맛집
#불고기맛집_동추원불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