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웃지 않아도 돼.
그런 날이 있다.
나는 상대방을 배려해서 이런 말도 삼키고, 저란 말도 삼켜서 최선의 말을 고민하여 의사 표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이야기는 받아들이지 않고, 본인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사람과의 대화에 환멸이 날 때가 있다.
이런 순간이 들이닥치면,
'나라면 저런 말은 하지 않을 텐데.'
'나라면 본인 입장만 생각하며, 저렇게 이야기하지 못했을 텐데.'
라는 생각으로 그 사람에게 서운한 감정과 그동안의 인연에 대한 회의가 몰아친다.
내 입장에서 진지하게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렇게 말하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 사람과의 간격에 절망스러워지고는 한다.
인연이 아무리 길어도,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그 사람은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 사람은 절대 내가 될 수 없고, 내 상황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을 테니.
애초에 누군가를 완벽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나 또한 타인에게 타인의 사정을 완벽히 알지 못하여, 알게 모르게 상처 주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그런 순간에 당황해서, 그 순간이 불편하고 피하고 싶어서 별 일 아니라는 듯 웃어넘기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왜 내가 웃고 싶지 않은데 웃어야 하지?'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상대방은 저렇게 본인 입장만을 피력해서 자신의 의견을 끝까지 주장하는데,
내 자신을 보호하지 못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억지로 웃는 경험은 나를 점점 약하게 만드는 일이다.
웃고 싶지 않을 때는 억지로 웃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