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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 남편으로부터 홀로서기

외로운 신혼생활

by 곰돌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땐 저녁시간 혼자 밥 먹고 혼자 일어나 출근하고 다시 혼자 집에 오는 루틴이 힘들었다. 책 [홀로서기를 위한 심리학]을 청라로 이사 오면서 제일 먼저 빌린 책이다. 책을 읽으면 많이 도움이 될까 해서 빌린 책인데 글자만 받아들이게 되고 마음에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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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30살부터 고독과 함께 있었기에 15년이 지난 지금 아무렇지 않은 상황이지만 나에겐 큰 숙제였다.

휴대폰에 등록된 사람들에게 계속 전화해 안부 인사통화로 외로움을 달래거나 엄마랑 5일 중에 5일 동안

통화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때 이후로 지인들 전화번호 중 친하지 않거나 오랫동안 연락 안 한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싹 지웠다.


무기력하고 무서운 감정이 많이 들었다. 인천에 적응도 되지 않은 상황에 있으니까 어려웠다. 아는 지인들도 없었고 아는 사람이라곤 직장사람, 남편, 남편가족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일주일에 2번은 혼자 저녁시간을 보내는 게 낯설었다. 주말에 주간근무에도 혼자 8시간을 견디니까 이건 뭐, 예전 일상이랑 똑같은 혼집생활이네 하며 외로웠다.


"살짝 공허한 정도가 아니라 약간의 우울감도 들고 슬프고 세상에 갑자기 나 혼자 있는 느낌"

"경찰이나 비행기 기장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와이프는 어떻게 이겨낼까?"등등 온통 머릿속엔 고독을 외치고 있었다.

"갑자기 내가 고독사를 앞둔 중장년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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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에게 외로움을 채우지 말라는 말의 의미는 이성에게만 해당되는 뜻으로 이해하였는데 결혼하고 보니

아니었다. 단짝 친구가 필요하듯, 시시 콜콜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필요했지만 육아하고 있는 동생에게도, 몸이 불편한 엄마 아빠에게도 공감되는 상대는 아니다.


P52 "부모는 자식이 좌절하고 힘들어하는 것을 결코 지켜보지 못해 나서서 도와졌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20,30대, 심지어 40대가 되어서도 부모의 인정과 관심, 조언, 때로는 경제적인 지원에 의존하는 반쪽짜리 어른으로 살아간다.

내가 지나온 자리를 되돌아보면 단짝친구보다 부모님이 내가 힘들 때 경제적, 심리적으로 힘들 때 많이 의지하고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자리로 살아왔다. 그래서 결혼생활에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할 때 이렇게나 많은

빈자리가 느껴지는구나


남편도 내가 부모님과 엄청 유리된 생활을 해왔구나를 금방 알아차리게 했던 사건은 같은 시간 일상을 보낼 때 수시로 전화가 와서 "밥은 먹었니, 아침엔 밥을 먹니, 돈은 모자라지 않니?" 등등을 물으신다.

시집을 가도 엄마에겐 아직 나는 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침, 결혼식을 올리고 일~이주일 지난 시점, 남편 회사에서 해외출장 추첨대상이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갑자기 청천벽력의 소식인 듯 남편에게 펑펑 울면서 가지 말라고 외쳤다. 잘돼서 가는 거니 좋게 만약 가게 된다면 잘 되었다고 말해야 하지만 그 당시 제주도 비행기 사고 화제로 비행기사고에 대해 굉장히 걱정이 많은 상태이었다.


이후에는 다행히 출장은 가지 않게 되었는데 너무나 많이 울어서 해프닝과 창피함의 시작으로 나의 신혼기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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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이렇게 지낸 지 2년째가 되었다. 아직도 조금 외로운 감정은 있지만 그럭저럭 견딜만하다. 취득하고 싶은 자격증도 많고 운동, 청소를 하다 보면 금방 시간은 지나간다. 다음화는 [홀로서기를 위한 심리학]책 내용에 대해서 소개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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