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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이지 Jun 10. 2021

[암밍아웃] 일상에 적응하기

수술한지 이제 2주가 흘렀다. 나는 완벽하지 않은 몸상태로 일상에 적응하고 있다.


매일 아침 신지로이드를 복용하고, 다시 잠에 든다. 그리고 일어나서 아침밥을 챙겨먹고 아로나민과 처방된 2가지 알약을 먹는다.

어제 상처부위와 마주했다. 의료용 본드로 단단히 봉합된 상처는 10센티 정도 됐다. 겨드랑이 가운데 있는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우측에 쏠려 있어서  팔을 내려도 살짝 보인다


지난 월요일에 친정에 왔고, 내일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생각보다 수술 후 아이를 케어하면서 회복을 한다는게 힘들어서,  시부모님에게 아이를 맡기고 나는 친정에서 요양 중이다.

하루에 2번 운동을 가고, 삼시세끼 밥을 잘 챙겨 먹게 됐다.

때로는 하루 세끼를 먹는다는게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빠른 회복을 위해서 꾸역 꾸역 먹는다.


무지방식을 2주 하다가 드디어 지방을 조금씩 섭취하게 됐다.

동생이 경주에서 사온 황남빵을 먹었고, 큰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송편도 몇알 먹었다.

저지방식을 2주 정도 더 할 생각이라서,우유나 크림, 고기 등은 자제 중이다.

거의 이주 동안 닭가슴살을 제외한 육류 섭취를 자제하다 보니 기력이 없었는데,

오늘 아빠가 힘내라고 사주신 해물찜을 먹고 조금 기력이 회복됏다.


내일이면 다시 엄마로써의 일상에 복귀해야 하는데, 아이가 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빨리 집에 가고 싶다.

물론 육체적으로는 조금 힘들겠지만..


로봇수술로 인한 곽청술의 휴유증은 생각보다 오래 갈 거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좌측 목이 엄청 뻣뻣해서 아침마다 스트레칭을 해줘야 한다. 목 근육의 뻣뻣함은 어금니까지 연결되어 씹고 삼키는게 쉽지 않다.

가끔 머리가 찌릿찌릿하기도 하다. 다 회복의 과정이라 생각하면 참을 수 있는데, 언제까지 이 뻣뻣함이 계속될지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목근육 뻣뻣 한 것만 없어도 살 거 같다.


겨드랑이 로봇수술을 하면서  가슴 윗부분부터 쇄골라인까지 가스로 부풀려 놓은 건지, 볼록하게 살들이 올라와있다.

팔을 위로 올릴 때 이어지는 어깨라인은 뻣뻣하지만 계속 자극을 주지 않으면 굳어 버릴거 같아서 저녁이면 동네 공원에 가서 팔 운동을 열심히 한다.


가끔씩 수술 전처럼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울적하긴 하다. 아직 저요오드식과 동위원소라는 과정을 겪어야 하기에  남은 기간이라도 체력을 회복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의 바람은 한번의 동위원소만으로 끝을 내었으면 좋겠으며, 다시는 재발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번에 암 진단을 받고 나서, 내 몸 속 모든 장기들에 암이 퍼지거나, 내가 모르는 곳에 암이 존재하는게 아닐까 하는 건강염려증이 너무도 심해졌다.

마치 내가 겪고 있는 모든 현상들이 내가 모르는 암때문에 그런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직장인 건강검진도 해야 하는데, 건강검진으로 또 새로운 병명이 나올까봐 두려운 마음이 크다

암이나 병의 빠른 발견을 위해 주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고 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검진을 통해 내가 가진 병을 알게 되고, 또 수술을 하고 회복을 하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건게 나를 지치게 한다.

수술대는 다시는 올라가곳 싶지 않고, 회복을 하며 겪여야 하는 내 몸의 변화들을 마주한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티비에서 유상철 감독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참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죽음을 통해 더 이상 신체적 정신적으로 고통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겨진 가족들의 슬픔을 생각한다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저 아픔을 견뎌내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그에게 있어서는 죽음이 그의 삶을 더 위로하는 방식이 아닐까 싶다.


수술을 하고 종종 내가 이보다 더 심한 아픔을 겪게 된다면 나는 바닷가에  빠져 죽어 버릴꺼야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고통이 극에 달하는 죽음보다는 내가 스스로 나의 죽음을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 누군가는 망상이라 비난하지 모르겠지만, 그냥 가끔 이런 생각들이 나를 더 초연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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