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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이지 Aug 30. 2021

재스민 프렌치

새벽에 잠이 깼다.

한여름에 없던 모기들이 늦여름이 되니 집안 곳곳에서 서식하며 우리의 피를 빨아된다.

새벽이면 남편이 모기를 잡는다 일어나는데, 오늘은 나도 깨고 말았다.

좁은 방에서 모기 3마리를 잡고서야 침대에 누울 수 있었는데,

쉽사리 잠이 들지 않았다.


4시경부터 눈을 감았지만, 잡생각만 들 뿐 다시 잠이 들지 않는다.

이 새벽의 잡생각들은 대개 내가 후회하는 일들에 대한 일, 아기에 대한 일들인데,

아무리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해도 내 머릿 속에 깊은 후회의 블랙홀만 더 커질 뿐이다.

출근 후 꾸벅꾸벅 졸고 있을 나를 생각하면 억지로 잠을 청해야 하지만,

오늘은 아무리 봐도 글러 먹은 것 같다.


소파에 누워 넷플릭스를 켜고,1시간 40여분 되는 블루 재스민을 플레이 했다.

매번 보고 싶었지만 왠지쉽사리 플레이 버튼을 못 눌렀었던 영화인데,

인스타그램에서 어떤 사람이 꽤 괜찮은 영화라고 언급했던 포스팅이 생각나 새벽에 보기로 했다.


재스민, 그녀는 우아했다. 미국의 상류층이 꽤나 잘 어울렸다.

배우가 가진 아우라때문인지 입는 옷 하나하나마다 꽤나 매력적이었다.

어깨 위에 살짝 걸친 재킷이며 에르메르백, 몸에 피트된 원피스까지...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너무도 서글펐다.

학위를 포기하며 선택한 남편은 사기꾼이었고,

하루 아침에 상류층의 삶은 사라졌고 동생의 집에 머물며

치과 접수원일을 하며 살아가게 된 것이다,

그녀의 옷은 화려했지만, 삶은 어느 누가보다 비참했다.

.

그녀의 허영과 그녀의 혼잣말, 

자신이 불쌍하고 한심하다 생각하는 사람들보다

그녀는 더욱 불쌍한 삶을 산다.

그 시절을 잊지 못해 혼자서 중얼되는 그녀의 모습은

불쌍한 보통사람들에게 조차 이상한 사람일 뿐이다.


다시 상류층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의 순간들 속에서도

그녀는 허술하게 도도했고, 안타깝게 모순적이었다.


한번 맛본 그 세계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녀의 모습을 찬란하게 만들어준 이름

재스민 프렌치, 

왠지 고고하고 매력적이며 우아하고 지적일거 같은 저 아름다운 이름처럼

그녀의 삶이 계속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월요일 새벽 1시간 40분동안 나는 그녀의 희노애락에 깊은 감정 이입을 해보게 됐다.

물론 그 이입덕분에 내 몸과 정신은 한없이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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