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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r 20. 2024

면의 세계로

딤섬 전문점 알바생활

국수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앞쪽 주방에서 딤섬찜기 바로 옆에 국수를 조리하는 파트가 있다. 딤섬 찜통을 찜기에 오르내리는 동안 늘 옆에서는 선배동료가 면이 잘 풀리도록 기다란 젓가락을 현란하게 돌리는  손동작에 눈길이 꽂히곤 했었다. 왠지 조리사로서의 멋과 스킬이 풍겨 나는 모습이라고 생각되었다.


국수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러던 차에 찜기파트에 새로 들어온  젊은 청년에게 나름 '딤섬 찌기' 노하우를 알려주면서 이것저것 보조일을 하던 중에 기회가 생겼다. 옆 파트에서 면을 담당하는 선배에게 용기 내서 말을 걸었다. " 혹시 바쁘시면 제가 옆에서 면요리 만드는 거 보조를 해 드려도 될까요?"라고 말이다.  


잠시 고민하던 선배는 다시 파트장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그렇게 하시죠."라는 답변을 주었다. 몇 가지 면요리 레시피를 이것저것 천천히 알기 쉽게 알려주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은 마치 '쌩~' 하고 F1 경주차가 지나간 것처럼 순식간에 레시피가 날아가 버렸다. 한 달 동안 옆에서 힐끗힐끗 눈으로만 레시피를 따라 하던 것과는 다르게  직접 해보니까  어리바리 생초보가 돼버렸다.




'완툰'이라는 말은 광둥어(홍콩)로서 중국에서는 '훈툰'이라는 말로 사용하고 일본에서는 '완탕(wonton)', 국내(특히 부산)에서는 '완당'이라는 용어로 사용된다. 개인적으로는 완탕이라는 단어를 제일 많이 들어왔고 사용했던 것은 일본식 발음이 서양으로 전달되고 다시 국내로 전해졌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어찌 되었던 요즘 인터넷에는 홍콩식 딤섬 전문점 덕분인지 '완툰'이라는 단어도 친숙해지고 있다.


광동식 완툰의 피는 달걀과 밀가루를 섞어 만든 것으로 가로세로 약 8cm 크기를 사용하고 속은 돼지고기 비육과 살코기, 새우, 달걀노른자를 섞어 만든다. 냉장고에서 잘 숙성된 소를 기다란 나무주걱으로 푹퍼서 완툰피 가운데에 누르듯이 문 지러 낸다. 저울에 달아 20g에서 플러스,마이너스 1~2그램이면 적정하다.


반으로 접힌 피는 다시 왼손 엄지와 검지 사이로 잡고 오른손으로 주름을 만들고 마지막으로 왼손 엄지로 '꾹' 누르면 완성이 된다. 커다란 쟁반에 비닐포일을 씌우고 차곡차곡 채워내고 다시 그 위에 비닐포일을 씌우고 다시 이층으로 채운 후에 냉동실에 보관해 두었다가 '완툰탕면', '마라완툰'을 만들 때 사용한다.




주문서 기계에서 '딩동, 딩동~' 하고 '완툰탕면' 주문이 들어온다. 완툰 4개를 국수용 채에 담아서 우선, 찬물통에서 전분기를 빼준다. 위아래로 세네 번 흔들면 뿌연 밀가루 전분기가 빠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후에 펄펄 끓고 있는 면 삶는 통에 넣고 타이머(3분 30초)를 작동시키고 완툰이 서로 엉겨 붙지 않도록 몇 번 탁탁 털어준다. 완툰이 익히는 동안 얇은 소면을 가위로 반으로 자르고 완성그릇에 담아 준비한다.


'삐삐, 삐삐' 타이어가 울리면 완툰을 별도의 그릇에 담고 재빠르게 소면을 다시 국수용 채에 담아서 완툰처럼 전분기를 빼주고 끓는 물에 잠수시킨다. 면을 담은 통을 잠수시키자마자 기다란 젓가락으로 국수가 엉기지 않도록 빠르게 저어주고 10초~20초 후에 빼준다. 그동안 옆에서 지켜보던 현란한 손동작이 재현되는 순간이다.


익혀진 면에 물기를 빼주는 것이 '백미'이다. 스타카토처럼 탁탁탁 국수채를 허공에서 내리찍고는 바로 완성그릇에 담아낸다. 그 위에 잘 익은 완툰을 올리고 육수를 한국자 그득 담아낸다. 뭉쳐져 있는 면을 '살살살~' 집게로 풀어준 뒤에 홀로 내놓는다. 나를 위한 국수가 아닌 매장 손님을 위한 '내 생애 최초의 면'이 완성된다.


나를 위한 국수가 아닌 매장 손님을 위한
'내 생애 최초의 면'이 완성된다.


[사진] (왼쪽) 완툰탕면  (오른쪽) 마라완툰    (사진출처: 인터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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