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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Apr 27. 2024

식당이름이 '효자'라고요?

용리단길 효뜨 방문기

"엄마, 뭐 하세요?"  토요일  정오에 신용산역 근처에서 일이 있어서 일을 끝내고 어머니와 점심이라도 같이 할까 해서 전화를 했다. 아들의 주말 식사 데이트에 'No'를 할 대한민국 엄마가 드물긴 하겠지만, 혹시나 사전약속이 있을 수도 있어서 확인차 전화를 드린 것이다. 다행히 약속도 없으시고 컨디션도 괜찮다고 하셔서 점심메뉴로 삼각지역 근처에 생선구이집을 추천했고, 바로 오케이를 하셨다.


"엄마, 뭐 하세요?"


집을 나서려는데 아내가 지나가는 말로 툭 던진다. "지난번에 어머님은 생선구이 별로 안 좋아하시는 거 같던데"라고 말이다. '어, 그런데 왜, 어머니는 생선구이에 오케이를 하셨을까' 하는 생각에 다시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하니 역시 아내의 말이 맞았다. 급하게 어머니와의 약속장소를 삼각지역 '생선구이' 식당에서 신용산역 '효뜨'라는 쌀국숫집으로 변경을 했다.




'효뜨 는 '효자'라는 뜻의 베트남어로, 동남아시아 음식을 베이스로 한 요리와 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3세대 베트남 비스트로 식당' 이라고 <용리단길 요리사 남준영, 2024년, 메가스터디북스, 남준영 지음>에 소개되어 있다. 1988년생인 오너셰프 '남준영'은 현재 6개 브랜드 11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요리사이다.


그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멋진 청년'이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고 그의 식당에 방문에서 음식을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건 <마음이 그릇이다. 천지가 밥이다. 2007년, 샘터, 임지호 지음>를 읽고 강화도의 '산당'이라는 식당을 여러 차례 방문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글을 쓰는 요리사가 국내에 많지는 않지만 가능하면 글을 쓰는 요리사들의 책을 읽어보려고 한다. 요리사의 책을 읽고 그의 식당을 방문해서  음식을 먹어보면 기본적인 요리의 맛에 한 가지가 더해진다. 바로 요리사의 삶과 철학이 녹아든 '스토리 텔링'이라는 풍미이다.   


요리사의 삶과 철학이 녹아든
'스토리 텔링' 이라는 풍미이다.   




일이 조금 일찍 끝나, 바로 '효뜨'를 검색해서 식당에 도착했다. 점심 피크시간이 지났음에도 역시나 웨이팅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적고 보니 앞에 7팀 정도가 대기를 하고 있었고 웨이팅 노트에는 '혹시라도 재료소진으로 식사를 못할 수도 있다'는 안내문구가 눈에 보였다.


'웨이팅이 많아 오래 기다릴 수도 있다는 것'과 '점심식사를 못할 수도 있겠다'는 2가지 부담감이 나를 압박했다. 하지만 어머니를 모시러 다시 역에 다녀오는 사이에 대기자들이 많이 줄어들어 마당에 앉아 기다린지 십여 분 만에 드디어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좁은 통로를 통과해서 운 좋게도 2층 베란다에 자리를 잡았다.


'코코넛 샐러드', '해물쌀국수', '해물 볶음밥'을 주문했다. 제일 먼저 샐러드가 나오고 이어서 쌀국수와 볶음밥으로 테이블이 하나 가득 베트남 음식으로 채워졌다. 음식을 먹는 동안 마치 베트남 하노이 노천식당에 와있는 착각이 들었다. 나는 본의 아니게 효뜨라는 식당에서 효뜨가 돼버린 느낌이다.


본의 아니게 효뜨라는 식당에서
효뜨가 돼버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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