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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성찰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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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Jul 20. 2024

니 거, 내 거

소유욕에 대한 성찰

"아빠가 다 먹으려고 한다."  마트에 다녀온 아내가 사 온 쵸코렛 케이크를 먹던 중에 아내가 소리치는 것을 듣으니 기분이 안 좋아졌다. 아이들이 케이크를 맛보고 각자 방으로 돌아간 후였다. 아내의 소리를 듣고 방에서 다시 나온 아들은 엄마 말에 훈수를 둔다. " 아빠는 왜, 남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나요?" 그 말에 갑자기 어이가 없어지고 욱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전에 같았으면 바로 욕을 내뱉었겠지만 참았다. 먹던 케이크조각을 툭 던져 놓고 방으로 들어왔다.  


"아빠가 다 먹으려고 한다."


'뭐가 잘못된 것인가?', '도대체 어디서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아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나서부터 본인들의 물건이나 음식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아들은 본인이 사놓은 부엌 냉장고의 맥주는 본인의 것이라고 주장을 한다. 딸은 본인이 인터넷 주문을 해서 배달온 샐러드는 본인의 것이라고 주장을 한다. 웃기는 일이다. 그럼, 지들이 매일 먹고 마시는 모든 것들은 누구 것이란 말인가?




자녀들이 꼬맹이 시절에 퇴근 후 귀가할 무렵이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빵이나 아이스크림 같은 것들을 샀다. 특히나 회사에서 회식을 하는 날이면 1인분 정도는 포장을 해서 집으로 향하곤 했다. 약간 취기가 있는 상태에서 뭔가를 손에 들고 집에 들어가면 벌떼처럼 달려와 옹기종기 모여서 먹는 모습이 너무나 행복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불만고객의 투정을 들으면서 쌓였던 고된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풀리는 순간이다.


그런 추억의 시간들이 쌓여서 아이들은 학창 시절을 지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대학생활을 마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제는 자녀들도 성장해서 초보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캥거루족이다. 퇴직한 부모의 집에서 얹혀산다. 독립을 하라고 해도 하지를 않는다. 생활비를 내라고 해도 내지를 않는다. 그럼에도 본인들이 사 온 음식은 본인들 것이라고 주장을 한다. 환장할 노릇이다. 주위 사람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를 않다.


본인들이 사 온 음식은
본인들 것이라고 주장을 한다.




혹시나 해서 과거의 나를 되돌아본다. 내가 청년시절에 부모님에게 섭섭하게 해 드린 적은 없나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워낙 오랜 시간이 흘러서 제대로 기억을 해내지는 못하지만 먹을 것을 갖고 기분이 상했던 적은 없다. 가족들끼리 먹을 것을 갖고 다투거나 투정을 부린 적도 없다. 물론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다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돌아가신 후라서 아쉽게도 물어볼 수는 없다.


워낙 입이 까다롭지를 않아서 주는 대로 잘 먹고, 스스로도 잘 챙겨 먹는 스타일이다. 다만 어릴 때부터 '음식은 남기면 안 된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인지 몰라도 식사를 할 때마다 밥한 톨 남기지 않고 싹싹 다 먹는다. 간식을 먹을 때도 내 몫으로 주어진 음식은 남기지 않고 먹는다. 그런 모습을 부모님은 늘 칭찬하고 좋아라 하셨다.


요즘도 본가에 가면 노모는 힘든 몸을 이끌고 이것저것 먹거리를 챙겨주신다. 배가 불러도 감사하게 끝까지 먹는다. 이런 나의 음식에 대한 습관이 가족들에게 불만을 야기한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아내와 아들의 말은 그것이 농담이던 아니던 마음에 상처를 남겼다. 어서 빨리 자녀들을 독립시켜서 각자 알아서 살도록 해야겠다.


자녀들을 독립시켜서
각자 알아서 살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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