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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대 Jan 22. 2024

미로 다시 걷기

한국의 기념경관 집필 후기 1

기념동상을 또 기념비를 자주 마주친다. 문득 사건을 돌이키고 인물을 기리게 만든다. 이 시대, 그만큼 절실한 상황인지 많고도 많다. 어느덧 기념지는 우리 터전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데 그만큼 제대로 기억하게 해 주는가? 여러 가지로 제각각이다. 시비도 가시지 않는다. 


  그렇다면 기념의 실태 파악이 먼저다. 그러나 제대로 알기 어렵다. 마땅한 참고서도 없다. 이런 판단에서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5년 더 걸려서야 겨우 졸저를 냈다. 

  참된 기념경관을 알아보고 부적절한 것을 가려내는 분별력이 절실하다고 보았다. 기념행위에 관한 사회적 환기를 의도하였다. 이에 1866년 병인박해에서 2014년 세월호 참사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근현대 주요 사건과 인물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기념경관을 선정하고 답사하며 정리하였다. 600여 곳에 이른다.


  이를 위해 먼저 기념경관의 개념을 정리하며 기본적 이론을 가설적으로나마 설정하였다. 이 틀에 비추어 개개의 기념경관을 묘사하고 해설 비평을 시도하였다. 기념경관은 특정한 사건이나 두드러진 인물은 물론 고유한 장소를 기념하기 위해 형성되며, 시대성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이에 진정성, 적절성, 심미성을 기본적인 요건으로 제시하였다. 


  답사는 고단하였다. 한없이 이어졌다.

  그런데 집필 3년 즈음에 우연히 시작한 브런치 게재가 큰 힘이 되었다. 토막글 하나씩 정리된 결과물을 마치 완성된 책처럼 볼 수 있었으니, 사전 리뷰 효과를 거두었다. 게다가 지인의 촌평이나 독자의 지적을 용이하게 얻는 기회도 되었다.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스스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감사드린다. 


  다만 브런치 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 큰 이유는 방대한 자료집 같은 이 책의 성격 때문이다. 그런데 브런치에 이런 글 게재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 자칫 책 홍보로 오해받기 십상.

  이 책은 역사책이 아니다. 통계자료도 아니다. 기념된 사건 자체를 논하거나 인물 자체를 다루는 자리도 아니다. 건립된 기념비나 동상의 모습 자체에 집중하였다. 버려진 기념조형물도 재조명하였다.


  기념경관을 다룬 최초의 출판으로 자부한다. 기념에 관한 한 우리 자체의 모습이다. 그 덕인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3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되었다. 출판사에 체면 살릴 기회가 되었다. 주변에서 인정받는 듯 자기 착각을 즐길 여유도 없이 출간시한에 쫓겼다. 마침내 900여 쪽으로 발간되자, 반가움도 잠시 가다듬고 보니 아쉬운 부분이 여럿이다. 오자까지. 

    


  긴 시간에 좌절도 여러 번. 눈치도 보였다. 정년퇴직 후 사서 고생하는 미련퉁이였다. 재직 시절 못다 한 아쉬움을 뒤늦게나마 만회하려는 바보짓이었던가. 

  미로를 다시 걸으며 여기저기 흔적을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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