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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리브레 Apr 05. 2022

코로나가 내게 남기고 간 흔적들

코로나 바이러스가 들어온 뒤 달라진 몸의 변화들에 대해 풀어본다. (확진 판정을 받은 건 2월 초였고, 이 글을 작성한 시점은 2월 말이었다.)



오미크론이 내 몸에 남긴 것 


1. 근육통

- 다친 적이 있거나, 고질적으로 약한 부위를 중심으로 통증 강도 7 이상의 근육통이 시시때때로 느껴진다. 내 경우에는 어깨, 견갑거근, 왼 허리 부근이 특히나 욱신+찌릿거린다. 소염진통제를 아무리 먹어도 듣질 않는다. 아니면 먹어서 이 정도인 건지 모르겠다. 자가격리 기간엔 분명 집에 누워만 있는데도 통증은 쉴 새 없이 나를 찾아와 고통스러웠다. 

- 코로나 확진 후 약 15일이 지난 지금도 통증 강도가 확실히 앓기 전보다 높아졌음을 느낀다. 



2. 심한 컨디션 저하

- 상당히 많은 코로나 환자들이 심한 피로감, 컨디션 저하를 호소한다. 수면시간이 7시간에서 10시간으로 늘어난 건 기본이고, 자도 자도 피로감이 가시질 않는다. 직장 복귀 후엔 업무 스트레스까지 가중되어 아침마다 머리가 어질 할 정도의 피로감을 느낀다. 



3. 후각/미각 상실

- 확진 판정 후 약 5일 차에 후각, 미각이 사라졌고 사라진 상태가 약 일주일 간 지속되었다. 그 후엔 아주 조금씩 미세하게 차차 돌아오고 있다. 지금(15일 차)은 청양고추, 마늘, 식초, 설탕 같은 뚜렷한 맛은 느낄 수 있는 상태까지 회복되었다. 

- 1~3개월 내에 95% 정도가 회복된다 하니 희망을 잃지 않겠어!




4. 코로나 블루(기분이 바닥에서 도저히 올라오지 않는 우울감)

- 통증, 피로감, 감각 상실, 극도의 예민함. 이 모든 게 합쳐져 코로나 블루를 완성했다. 계속 아프고 피곤한데 기분 전환하러 나갈 수도 없고, 가까운 사람들도 감염될까 봐 피하니 더더욱 고립되는 기분이었다. 또, 미각이 사라지니 삶 자체가 굉장히 무미건조해진 데다가 무력감까지 더해져 깊은 우물 속으로 계속 가라앉는 것 같이 느껴졌다. 아무리 좋아하는 책, 영상을 봐도 올라올 수 없는 깊은 우물에서 잇는 힘껏 발버둥 치다 포기하고 그냥 내맡겼다. 이 또한 지나갈 테니.

- 격리 해제 후에도 여전히 가슴이 터질 듯이 답답하고, 벗어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 해방감을 느끼고 싶은 열망이 계속된다. 아마 감정이 내게 보내는 신호겠지?




그동안 미처 다 해소하지 못하고 꾹꾹 억눌러 덮어뒀던 감정들이 북받쳐 결국 번아웃이 오고 말았다. 그래서 '차라리 코로나 걸려서 일주일이라도 쉬고 싶다'를 소원처럼 말하고 다녔다. 그 바람은 현실이 되었고, 내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떠났다. 코로나를 바랄 정도로 지쳐있던 몸과 마음이 이 고통을 불러온 거겠지. 그래서 아무런 원망도 후회도 하지 않는다. 깨달은 대로 고쳐갈 테니까. 


감정의 응어리들이 쌓여 터져나가지 않게 매일 목욕하듯, 평소에 잘 씻어주자

나를 탓하거나 채찍질하는 대신 잘 구슬리자(프로 조련 스킬을 익혀보자)

언제나 나는 내 편이 되자. 그러니 입맛 없어도 건강하게 충분히 먹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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