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돈 관리 이야기 3 - 변화기①
아무것도 모르고 싶었지만, 그러면 안 돼요
누군가가 그 때의 나를 보았다면, 아마 이렇게 물었을 것 같다. "스스로 문제를 알지 못했나요?" 정확히 말하자면, 문제를 뚜렷하게 알지 못했다는 게 맞다. 어렴풋이, 내 금전 감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다만 그것뿐이다. 해결을 위해서 돈을 아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은행이나 설계사 같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지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사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싶었던 것이다.
그 결과가 그 때의 나였다. 억울했지만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었다. 이 적자투성이인 삶을 흑자로 바꿔 보겠다고 마음먹고 난 뒤 내가 맨 처음으로 한 것은, 보험을 정리한 것이었다. 설명을 하나하나 꼼꼼히 듣고, 해지나 적용 범위도 열심히 공부했다. 다행히 내 옆에는 보험을 공부하는 친구가 있었다. 친구는 다행히 보험을 파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내 보험을 분석하는 것에 신경써주었다. 친구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미없는 보험은 해지했다. 해지환급금이 발생해도 괜찮았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을' 상황을 만드는 것이었으니까. 보험을 꼼꼼히 챙기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나가는 돈이 엄청나게 많아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두 번째로는 카드를 정리한 것이다. 내겐 카드가 일곱 개 정도 있었는데, 하나의 통장에 하나의 카드만을 남기고 다 없애버렸다. 관리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이런저런 보너스나 이득을 주는 카드를 잘 알지 못하니, 차라리 일관되게 없는 게 나았다. 애초에 신용카드가 아니면 그렇게까지 엄청난 혜택을 주는 체크카드는 잘 없기도 했다.
나의 가장 큰 문제는 내가 한 달에 얼마 정도를 쓰는지조차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돈이 남으면 좋고, 없으면 할 수 없는 삶을 살아왔다. 혹시 너무 부족하면 엄마나 오빠에게 부탁해서 용돈을 받고 살았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입출금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카드는 통장마다 딱 한 개씩만 두고, 통장도 개수를 확 줄였다. 각각 월급, 기타수익(출장비 등 가외수입), 비상금 통장으로 쓸 목적이었다.
가계부를 쓰기로 마음 먹고 휴대폰에 가계부 앱을 깐 것도 이 즈음이다. 가계부는 중요한 문제여서 나중에 두 챕터로 나누어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하려 한다. 가게부 앱이 도움이 되었는지는 둘째 치고, 문제는 내가 이 즈음 휴대폰을 자주 바꾸면서 앱 데이터가 제대로 저장되지 않아 현재에 크게 도움이 되는 자료는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 때의 나는 통장도 은행도 많이 정리하던 차였다. 더 이상 이것저것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친구 관계도 조금 정리했다. 정확히는 더 이상 친구를 만나러 먼 곳까지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친구들도 조금씩 취업해에 성공해서, 내가 만나러 간다고 해서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거기다 나도 이제 취업한 지역에서 친구를 사귀었기 때문에, 외로움이 줄었다는 것도 한몫했다. 취업한 지 5년이 지나, 나는 조금씩 나이가 들었다. 나이 먹고 친구 만나러 먼 곳을 가서, 부어라마셔라 술에 취하는 것도 옛일이었다. 나는 친구 대신 건강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친구 관계를 정리하면서 배운 것은, 좋은 친구는 멀리 있더라도 연락이 소원하더라도 친구라는 것이다. 나는 우정이 꾸준하고 지속적인 연락과 만남에서 나온다고 믿었다. 그래서 시간과 돈을 써가며 친구들을 계속 만나려고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친구들은 내가 반 년이건 일 년이건 만나지 못했어도, 연락 한 번에 반가움을 표하고 자신의 상황을 공유해 주었다. 어릴 적 내 생각은 정말이지 우정을 욕보이는 행동이었음을 배웠다. 물론 시간과 만남은 관계에서 중요한 행동이지만, 그것이 없더라도 지속되는 관계가 진짜 우정인 것이다.
돈 관리와 인간관계를 지나치게 연계하지 않아도 좋다. 친구는 돈이 없어도 연락할 수 있다. 주는 것 없고 받는 것 없이도 지속될 수 있는 것이 관계다. 나는 어째서 우정만이 남는 것을 두려워했을까? 사실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까봐 무서웠을까? 하지만 만약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해도, 우리는 그 상황에 맞서야 한다. 진실이 그렇다면 진실을 받아들이고 새 관계를 이뤄나가는 것이, 진정으로 나를 위한 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