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그런 도자기 앞에서
왜 도자기를 보면 깨질 것 같은 불안함이 들어오는지?
사각체에 올려놓은 백자를 내려다보면
무언가 안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망상이 튀어나온다
둥그런 엉덩이를 찰싹 때리고 싶지만 딱딱한 군살에 손바닥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맛을 보고 싶지 않아 손을 엉덩이 뒤로 물린다
옆으로 돌아보면 둥글게 나와있는 배가 보이고 엉덩이가 보이고 배와 엉덩이가 일직선으로 정렬한 것이 우주를 품은 행성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밑동은 하얀 속껍질이 보일랑말랑 일어난 각질 마냥 탐탁하지 않은 형태를 하고 있어 불만이 솟아오른다
그냥 색을 칠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누구도 그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입을 두지 않아 나만 그런 걸까라는 의구심에 눈을 위로 올린다
보지 말아야 될 것을 본다는 것은 믿음을 찢어 넣는 거라 그런가
망둥어가 눈을 껌벅이며 뭍으로 나올 땐 어떤 상상을 하고 나왔을까
두발 달린 인간을 보고 어떤 상상을 했을까
설마 저것이 나를 잡아먹고 끓여 먹고 산채로 벌겨 벗겨 먹을 거라는 상상은 해 봤을까
백자 밑동이 허리와 엉덩이 보다 한참 어려 큰 힘을 받을 수 없을 거라 힘겨울 거라
그냥 밀어 버리면 어떨까
깨지고 흩어지면 평평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버려지고 깨지고 사라지는 재료
다시 태어난다고 보장받지 못한 세상
그 안에서 다시 지고 태어나길 반복하는데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그냥 있는 대로 사는 거야 쉽지 않은 도자기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