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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산 Apr 26. 2024

익선동에서

칼제비의 추억

우연히 들른 익선동 시장골목에서 칼제비와 손만두를 먹었습니다.

정겨운 할머니칼국수에서.

할머니 보쌈, 할머니 떡볶이, 엄마손 도시락.....

이런 이름들은 불멸의 진리처럼 맛을 보장하는 정겨움이 있습니다..

거기에 무서운 이름의 정겨운 맛을 떠올리게 하는 칼제비.

물론 칼국수와 수제비를 더한 칼제비를 나이 들어서도 먹어봤지만, 오늘은 37년 전 대학 후문에서 500원에 먹던 그 칼제비와 친구가 떠올랐습니다.

가진 거라고는 젊음과 순수함 뿐이던 시절 친구는 도시락을 싸 오고 저는 칼제비 한 그릇을 시켜 나누어 먹었습니다.

의자 두 개에 각각 앉았지만 엉덩이가 가게가 작아 엉덩이가 붙을 만큼 작았습니다.

그 작은 가게에 1인 1 주문이 아니어도 주인은 눈치 주지 않고 구수한 국물에 푸짐한 칼제비나 국수를 퍼주었습니다.

오늘 직장 동료들과 칼제비를 먹으며 1년 전, 2년 전도 아닌 37년 전 500원짜리 칼제비가 왜  떠올랐을까요.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서로 소식 전하며 살던 그 친구가 어려운 상황에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걱정하고 근심한 것이 언제냐 할 만큼 문제가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  마음에 걸린 고리 하나 푸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큰 문제가 있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가 조금만 이해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부러 한 잘못이 아니면 어렵겠지만 용서가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용서하고 용서받고 서로 매인 일에서 풀려났으면 좋겠습니다.

칼국수와 수제비가 서로 다른 모양이지만 한 그릇 안에서 서로 어울려 정 담은 맛으로 가슴까지 훈훈하게 하는 것처럼 말이죠.

익선동 골목은 사람과 꽃과 활기가 어우러져 맑은 하늘 아래 고풍스러운 향기가 가득했습니다.

우연히 들른 서울의 어느 한동네에서 칼제비의 추억에 작은 추억 한 조각 그렸습니다~

#익선동#칼제비#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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