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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내춤 Feb 19. 2024

개와 뼈 1

이 곳에서 춤추지 마시오.

노란 등불들이 점점이 비추어주는 길을 따라서 걷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거나 모자를 덮거나 목도리를 둘러서 추위를 막아내고 시선도 차단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습관적으로 걷다가 잠시 멈추어서서 용변을 보거나 하며 추우면서도 시원한 저녁바람을 마시는 중이었다. 위에 길로 연결된 계단을 따라 올라가보니 교도소 옆 공터와 어둑어둑한 사잇길이 보였다. 그 곳에는 노란 등이 없었다.


다만 하얀 등이 교도소 안을 비추고 있었고 그 빛이 담장을 조금 넘어서 도로 위도 비출 뿐이었다. 어둑어둑한 사잇길에 작은 팻말이 보인다. 경작, 공공, 금지 등등 시유지이니 사용을 하지 말라는 표시인 듯 하다. 그 표지판이 나에게는 마치 이 곳에서는 춤을 추지 말라는 것처럼 다가왔다. 왜 그럴까. 춤을 추고 싶어도 못 추는 사람들이 많아서? 아니면 지금 내가 갑자기 춤을 추고 싶은데 민망해서? 암튼 춤을 추면 안 될 것 같았다. 사실 길거리에서 춤을 추는 일도 거의 없거니와.


그럼 노래하는 건 괜찮을까.. 괜히 서로 쳐다본다. 우습다. 돌아가는 길에 보이는 노란 등불들이 희미하게 흔들린다. 춤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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