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맡았던 그 냄새
손에서 곰팡이 냄새가 난다. 집 창문에 있는 곰팡이를 열심히 닦고 나서 그런 것 같다. 손에서 나는 곰팡이 냄새는 씻어서 없앨 수 있다. 하지만 지워지지 않던 냄새들이 생각난다. 그것은 군대 생활실이었던가. 아니면 대학교 시절 과방이었던가. 그것도 아니었으면 책이 가득 들어있던 사물함이었던가.
고3 시절 수능을 마치고 며칠이 지난 후 맡았던 냄새가 생각난다. 나는 전화를 받았고 확인을 위해서 어디론가 향했다. 그곳에서 쓰러진 누군가를 발견했고 강렬한. 코가 아닌 몸 전체로 맡아지는 냄새를 느꼈다. 나를 감싸 쥐는 듯하던 냄새였다. 그 당시에는 다급한 상황이기에 전화를 돌려 알리고 사람을 일으키고 창문을 열고 햇빛을 찾고 하느라고 잠시 그 냄새를 잊었다. 하지만 다시 며칠이 지나고 나는 그 냄새에 대해서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장례식장 구석에 있던 작은 방에 홀로 누워있으면서.
냉장고를 열어본다. 음식 냄새만이 아닌 여러 냄새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고여있다. 그리고 내가 넣어두었던 요구르트를 찾아본다. 없다. 어젯밤 마트에서 할인한다고 적혀있어서 사놓았던 검은 봉지 안에 있어야 할 요구르트가 사라졌다. 크게 놀라지도 않았다. 오히려 냄새 때문에 놀랐던 것 같다.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기에 섞여 있는 냄새들. 그리고 다시는 냉장고에 무언가를 넣지도 않았고 물론 열어보지도 않았다. 며칠 뒤 그곳을 떠났다. 냄새가 나를 따라오기 전에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