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물(홍은전)'을 읽고
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새로 태어나고 싶다. 새의 종류도 무척이나 많지만 멀리 날아가도 지치지 않는 새가 되어서 내가 가고 싶을 때 어디로든 나의 힘으로 날아가고 싶다. 무용을 배울 때도 클래스 마지막에 진행되는 점프 섹션을 좋아했다. 공중에 머무는 시간은 무척이나 짧지만 그 찰나가 좋았다.
사람들은 새들이 떼를 지어 함께 날고 비행을 하는 것을 보고 춤을 추는 것 같다고 표현한다. 황홀한 새의 군무.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는 노래한다고 얘기한다. 어느 순간 춤을 추면서 생각했다. 춤은 자연스러운 것일까? 인위적인 것일까?
우리는 인간동물이기에 인간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잣대가 인간편중적인 것이다. 우리의 눈에는 마치 동물들의 모습이 춤추는 듯 하고 노래하는 것 같고 사랑하는 듯 하다. 부분은 맞고 부분은 틀릴 것이다. 동물들은 그저 살아간다. 목적에 따라서 행위를 하지만 목적에 또다른 목적을 두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간 동물은 다르다.
'나는 동물'에서는 홍은전 작가가 기록한 장애인활동가와 동물해방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고양이 카라를 키우면서 시작된 또 다른 감각과 세상에 대해서 작가는 이야기 한다. 도살장 앞에서 마주친 동물들에 대해서 떠올린다. 비질이라고 불리어지는 그 행동을, 매일 매순간 펼쳐지는 그 상황들을 나는 과연 직접 마주할 수 있을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나도 반려견과 함께 살게 되면서 동물에 대한 생각을 더 자주 깊게 하게 되었다. 조금씩 연결되는 확장은 쌓여가면서 개와 돼지, 닭, 소는 다른 것인가. 고통을 덮어놓고 맛있는 양념에 사로잡힌 그들을 먹는게 옳은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언제부터 우리는 축산업이라는 시스템에 사로잡혀서 소비만 하게 되었을까. 알게 될수록 여러 감정이 떠오른다. 부당함, 슬픔, 분노, 언어로 정의하기 힘든 감정들이 스쳐가고 몸에 쌓여간다.
춤을 추면서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어떠한 생각에 골몰하면 춤을 추다가 다른 존재가 된다고 여겨질 때가 가끔 있다. 요즘에는 동물이 된다. 바로 가까이에 있는 동물들과 사라져 가는 얼굴들. 이름도 갖지 못한 존재들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나라는 동물이 춤을 춘다. 나는 춤추는 동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