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를 나르며

by 시와 진실


할머니의 보물이다

텃밭 가득

햇살로 쓰여진 책


초록빛

두툼한 겉장을 들추면

기도하는 손처럼

겹겹이 포개진 낱장들


잎사귀마다 새겨진

선명한 잎맥들은

이야기나라로 들어가는

오솔길


귀뚜라미가 밤마다

소리 내어 읽던 책

배추벌레는

읽다 말고 달아난 책


너무 무거워

두 팔로 안아야 하는

우리 할머니

다정한 마음 같은 책